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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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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식
폭염 속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이들
제 932 호    발행일 :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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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과 지난달, 기상 관측소를 설치한 이후 사상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다. 우리나라 기상관측소 95곳 중 절반이 넘는 60%의 관측소에서 최고 온도 기록을 경신했으며, 강원도 홍천군은 기상 관측 이래 최고 온도인 41도를 기록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 ‘온열 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의 온열 환자 수는 3,095명으로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이는 지난해 1,574명이었던 온열 환자 수와 9명이었던 사망자 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역대 최고치이다. 온열 환자의 대다수는 야외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휴식 시간과 공간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기자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폭염과 싸우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55.4원도 아까운 각박한 세상

  지난 7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은 아파트 경비실의 에어컨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에어컨 설치로 관리비가 상승한다 ▲공기가 오염된다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이 단축된다 ▲당 아파트보다 큰 아파트에도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다 등의 터무니없는 이유였다. 해당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는 비단 사진 속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한 커뮤니티에는 경비실 에어컨에 전기계량기를 설치해 일정 사용량 이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사진이 올라와 네티즌의 공분을 산적도 있다.
  이처럼 아파트 경비실의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거나 사용을 통제하려는 입주민은 ‘관리비 상승’을 그 이유로 든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철호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공사가 지은 전국 임대아파트 중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150여 곳으로 대부분 입주민의 반대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했다. 이는 임대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반 분양아파트 또한 같은 이유로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홍철호 의원은 해당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가동할 경우 발생하는 가구당 관리비 증가분은 월 평균 55.4원이라고 전했다. 고작 55.4원을 더 부담하고 싶지 않아 입주민들은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은 아파트를 찾아 경비원을 만나보기로 했다.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한 고급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A씨는 “에어컨을 설치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곳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매년 여름이 힘들었지만, 올해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낮에 야외 순찰을 돌거나 분리수거장 작업을 한 후에는 바로 경비실로 들어가질 않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땀을 식힌다”며 “한낮의 경비실은 햇빛에 달궈져 불가마 같아 선풍기도 소용없다”고 전했다. A씨가 근무하는 아파트 경비실에는 에어컨뿐만 아니라 겨울에 필요한 난방 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 경비실 근무환경 개선에 대해 건의해봤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꿈도 못 꿀 일이다”라고 답했다.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 경비실은 청주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청주시 서원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도 경비원들이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LH공사가 지은 임대아파트로 한 입주자가 입주자 회의에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안건으로 건의했지만 ‘관리비 상승’을 이유로 부결됐다. 입주자 회의에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건의한 아파트 주민 김성현(청주시 서원구·44) 씨는 “주민들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 폭염 속에서 에어컨도 없이 일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워 에어컨 설치를 건의했었다”며 “주민들이 조금만 배려해준다면 경비원분들이 더 좋은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해당 아파트 경비실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B씨는 “올여름은 정말 더워 출근할 때 아이스 팩 조끼를 꼭 챙겨 입었다”며 “시원한 음료수를 들고 경비실을 찾아오는 고마운 주민들 덕분에 조금은 참을 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에어컨이 있으면 훨씬 좋겠지만 입주민들도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근무환경 속의 환경미화원

  환경미화원 역시 아파트 경비원 못지않게 폭염에 취약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환경미화원의 사망사고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환경미화원은 항상 부상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여기에 전례가 없는 올여름의 폭염은 이들을 더욱  고단하게 했다.
  기자가 이들을 찾은 날은 청주의 기온이 섭씨 38도에 육박했고, 체감 온도 48도, 아스팔트 도로의 온도는 60도에 달할 정도로 폭염이 맹위를 떨쳤다. 이 같은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은 거리에서 환경미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환경미화원 염현상(청주시 흥덕구·47) 씨는 “정말 덥지만 저희가 해야 할 일이니, 해야 한다”며 “오늘처럼 더운 날에는 쉬는 시간을 평소보다 더 많이 보장해 주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이렇게 낮에 근무하는 것이 새벽에 근무하는 것보다 좋다”며 “새벽에 근무할 때는 어두워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워도 낮에 근무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미화원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새벽 근무보다 낮 근무를 더 선호한다. 그러나 폭염이 내리쬐는 한낮에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문제는 휴식공간이 없어 제대로 된 휴식이 어렵다는 데 있다. 염현상 씨는 “환경미화원의 근무환경 특성상 휴식 공간이 많지 않다”며 “쉴 수 있는 시간은 있지만 쉴 공간이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환경미화원 오경철(청주시 서원구·49) 씨는 “한번은 너무 더워 한 건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며 쉬고 있었는데, 건물 관계자가 나가라고 한 적이 있다”며 “폭염 속에 일하다 휴식시간이 주어져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여의치 않아 주변의 나무 그늘에서 햇빛을 피해 쉬는 것이 고작”이라며 휴식 공간이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더 큰 배려와 관심이 필요

  아파트 경비실의 에어컨은 그동안 입주민들의 자발적 기부 또는 작은 배려로 설치됐다. 지난달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설치비용과 전기료를 관리비에서 분담하기로 했다. 또한 LH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은 임대아파트 단지 경비실에 무상으로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료 부담을 꺼려 입주민들이 반대하거나, 에어컨이 없는 입주민도 많은데 자신들만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다며 경비원 스스로 거절한 곳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관할 지자체에서 아파트 단지의 공동전기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시의 사례는 모범적이다. 최근 서울시는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비실을 대상으로 태양광 미니 발전기를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안금희 주무관은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와 관련된 전기료 부담에 대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관련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라며 “최근 태양광 미니 발전기를 지원해주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을 바탕으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공동전기료 지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환경미화원의 근무환경 개선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초 급증한 환경미화원의 사건.사고에 대해 파악했다. 이후 지난달 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환경미화원 노동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환경미화원의 주간근무 비중을 현행 38%에서 50%로 확대, 악천후 시 작업시간의 탄력적 운영, 올해와 같은 폭염 시 충분한 휴식시간과 탈진예방을 위한 약품 제공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현재 옷만 갈아입을 수 있는 환경미화원 휴게시설을 세면과 세탁이 가능한 시설로 정비하고 수적으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러한 환경미화원 근무환경 개선은 내년 3월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해가 지날수록 여름이 길어지고 폭염은 더 심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 속에서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처럼 아직 폭염 속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살인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배려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한걸음일 것이다.


김호식 기자
k1hs114@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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