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이하 육거리시장)은 청주시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이다. 이곳에선 직접 재배한 작물을 판매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나온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장사하기 위해 자신의 몸보다 큰 보따리를 들고 있거나, 장을 본 후 물건들을 두 손 가득 들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이중에는 지팡이나 보행기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이들 중 또 다른 일부는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않거나 신호를 지키지 않고 무단횡단을 해 주변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청주시 최대 노인 교통사고 지역 육거리시장
육거리시장이 위치한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은 유동인구가 많고 차량의 통행량도 많아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다. 이 중에서도 육거리시장을 이용하는 노인 유동인구가 많은 석교육거리 교차로와 영춘당한의원 앞에서 노인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지난달 11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최근 3년 간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산광역시 진구 부전동 부전시장 일대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시장 일대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시장 일대 순으로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행안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시장 일대는 최근 3년간 27건의 노인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1명이 사망했고 33명이 다쳤다.
이와 같은 결과에 따라 행안부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19일까지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노인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을 방문해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안전의식 부족과 혼잡한 교통상황
기본적으로 노인의 경우 신체 능력이 떨어져 젊은이들보다 이동능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육거리시장을 찾는 노인들은 팔기 위해 가져온 물건이나 장을 본 물건을 들고 있기 때문에 이동능력이 평소보다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노인들은 자신의 상태가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녹색 신호가 얼마 남지 않은 횡단보도를 무리해서 건너려 하거나, 아예 횡단보도와 신호를 무시한 채 무단횡단을 하기도 한다. 더욱이 육거리시장에서는 폐지를 줍거나 장사를 하기 위해 차도로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도는 손수레가 이동하기에 너무 좁기 때문이다. 이처럼 육거리시장에서는 노인들 스스로가 교통사고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육거리시장의 빈번한 노인 교통사고의 원인을 노인들의 안전의식 부족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석교동 일대는 청주시를 가로지르는 17번 국도가 지나는 곳이며, 청주시의 상권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 지역은 평소에도 차량통행량이 많지만 출.퇴근시간이 되면 더 많아진다. 특히 육거리시장 앞 석교육거리 교차로는 ▲사직동 ▲율량동 ▲금천동 ▲용암동 ▲수곡동 등 청주시의 주요 주거지역으로 향하는 교차로이기 때문에 이곳에선 꼬리 물기를 하는 차들로 인해 교통 혼잡이 극심하다. 이렇게 혼잡한 교통은 신체 능력이 저하된 노인들이 쉽게 대처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기자가 바라본 석교육거리
기자는 직접 석교동 육거리시장 부근을 찾아가 노인들의 이동상황과 혼잡한 교통상황을 확인해봤다. 육거리시장은 장을 보기 위해 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틈에 물건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거동이 편치 않아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기를 이용해 도로를 건너는 노인을 볼 수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녹색 신호가 적색 신호로 바뀌어도 여전히 횡단보도에 서 있거나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서영숙(청주시 상당구.77) 씨는 “매번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위험하다”며 “무릎이 좋지 않아 걸음걸이가 느리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건너려고 해도 중간에 신호가 바뀐다”고 말했다. 이선영(청주시 상당구.71) 씨는 “신호등을 기다리면 버스 시간을 놓칠까 봐 무단횡단을 한 적이 있다”며 “위험해도 버스를 놓쳐서 몇 십 분을 기다리는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석교육거리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이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목격했다는 유기성(청주시 상당구·55) 씨는 “육거리시장 앞이 차도 많이 지나고 시장을 이용하는 노인분들이 많아 사고가 잦은 편”이라며 “주로 노인분들이 무단횡단을 하거나 녹색 신호가 다 꺼질 때쯤에 횡단보도를 무리하게 건너려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자는 육거리시장 입구 앞에서 손수레에 물건을 싣고 장사를 하는 상인을 목격했다. 그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장사를 했는데, 손수레가 지나가기에는 인도가 너무 좁아 차도로 이동했다. 그의 옆에는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갔고, 일부 차량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유기성 씨는 “손수레 끄시는 분이나 전동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이 버스정류장 부근 차도를 지나면 버스가 지정된 위치에 서지 못 해, 뒤따르던 차들이 옆 차로로 끼어들면서 교통이 혼잡해진다”고 전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석교육거리에는 차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퇴근시간 늘어난 차량과 버스정류장에 늘어선 시내버스가 맞물리면서 석교육거리의 교통상황은 매우 혼잡해졌다. 다음 신호를 받지 않으려는 차들은 꼬리 물기를 하며 무리해서 진입했고, 녹색 신호가 들어온 횡단보도에 멈춰선 차량도 있었다. 기자가 지켜본 퇴근 시간의 석교육거리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유기성 씨는 “기다리기 싫기 때문에 이번 신호에서 어떻게든 지나가려는 차들이 많아 꼬리 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행자 녹색 신호가 들어와도 횡단보도 위에 차들이 있어 제때 건너지 못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상황에서 노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정말 위험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퇴근 중이던 김호영(청주시 서원구·35) 씨는 “퇴근할 때 육거리시장에서 버스 환승을 하는데 매번 차량이 정말 많고 위험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젊은이들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노인분들은 더 위험할 것 같다”고 전했다.
획기적인 대책과 인식 개선이 필요
청주시는 지난달 12일 국비 9,000만 원, 시비 8억 5,000만 원을 투입해 청주시에서 교통사고가 잦은 석교육거리 등 총 14곳의 개선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개선내용으로는 ▲보행자 안전펜스 설치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무단횡단 방지 울타리 설치 ▲야간 보행조명 설치 ▲무인교통단속 장비 설치 등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한 개선사업이 노인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꽃다리 방면 육거리시장 버스 정류장까지의 석교육거리 도로에는 무단횡단 방지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만, 버스 정류장을 지나 영춘당한의원 앞 횡단보도가 있는 도로부터는 무단횡단 방지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보행자 안전펜스 역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청주시 도시교통국 교통정책과 교통정책팀 김남진 주무관은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설치가 필요한 지역에 먼저 안전 장비를 설치했다”며 “추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필요한 지역에 안전 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안전 장비 설치만으로 노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노인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선 보행 신호시간을 늘리거나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해 차량 제한 속도를 낮추는 등의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자가 석교육거리 교차로 횡단보도의 보행자 녹색 신호시간을 측정해본 결과 약 22초 정도였다. 일반인이 횡단보도를 건너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지팡이를 짚고 있거나 보행기를 사용하는 노인의 경우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해 노인 교통사고율이 감소했다. 경동시장은 2016년 가장 많은 노인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하지만 올해 경동시장 주변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차량 속도 하향, 중앙분리대 설치 등으로 노인 교통사고의 수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석교육거리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시간을 늘리거나 이곳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남진 주무관은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시간을 늘리는 것은 실질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보행 신호시간을 1~2초 정도 늘리는 것만으로 그 주변 일대에 극심한 정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노인보호구역 지정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사례에 대해 이미 알고 있지만, 석교육거리의 상황과 맞는지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김남진 주무관은 “안전 장비 설치만으로 노인 교통사고가 예방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노인분들의 교통법규 준수에 대한 의식개선과 운전자의 안전한 운전습관 정착이 교통사고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청주시는 노인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청주시의 교통사고 다발 지역에 안전 장비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만으로는 교통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 노인은 물론 우리 모두의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해 보인다.
김호식 기자
k1hs114@cbnu.ac.kr
박시형 기자
sh981126@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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