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된 사건은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김 씨는 조사과정 중 평소 우울증약을 복용했다는 진단서를 제출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국민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 사실을 더는 이해하지 못하고, 심신미약 감형제도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심신미약 감형제도란
심신미약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경재 교수는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와 심리적 요소가 있는데 생물학적 요소에는 ▲정신병 ▲정신박약 ▲심한 의식장애가 있고 ▲정신분열증 ▲조울증 ▲노인성치매 ▲술에 몹시 취한 상태가 포함된다”며 “심리적 요소는 형법의 불법을 인식할 능력이 없는 지적 무능력을 의미하는 사물변별능력과 사물을 변별한 후 이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조종능력 또는 제어능력인 의미사물변별능력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심신장애 종류를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은 ‘제1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2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제3항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로 구성하고 있다. 제1항의 경우 ‘심신상실자’, 제2항의 경우 ‘심신미약자’로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될 경우에는 그 형을 반드시 감경해야만 한다.
심신미약 상태의 인정을 단순히 전문의의 진단서나 음주 또는 약물을 했다는 증거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1999년 8월 24일 대법원 선고 99도1194 판결에 따르면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는 결정권은 법원에 있다. 해당 판결에 의하면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서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기속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신질환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태양(態樣),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의 쟁점은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한다고 해서 범죄행위에 대해 감경을 해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이다.
이 논란은 2008년 ‘나영이 사건’의 피의자 조 씨에 의해 더 커졌다. 피의자 조 씨의 판결문에 따르면 본래 무기징역이 합당하지만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해 형량이 징역 12년으로 감형됐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심신미약 감형제도가 합당한 기준에 의해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리고 결국 지난달 발생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 씨가 조사과정 중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곪아있던 심신미약 감형제도에 대한 논란이 터지고 말았다. 일부 국민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이 정상적인 상황판단을 할 수 없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범죄자를 보고 분노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했다.
심신미약 감형제도의 필요성
만약 잠을 자던 당신에게 정신 착란 증세가 나타나 기억을 못 하는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어떨까? 실제로 지난해 3월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동춘동 살인사건’이 있다. 17살의 A양이 인근 아파트에 사는 8살 B양을 유인해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살해 및 유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가해자인 A양은 범죄 상황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했으며 범행에 사용한 흉기, 옷에 묻은 혈흔, CCTV 추적 결과 가해자는 정신착란이나 몽유병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에 대해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은 “A양의 부모는 맞벌이였는데 그가 집에서 해소하지 못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결국 정신적으로 큰 범행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 것 같다”라며 “이러한 부분을 참작해 다각도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의 책임능력이 요구된다. 이를 형법의 책임주의라고 한다. 범죄 행위에 대해 행위자의 책임이 부족하거나 없다고 판단되면 형벌 역시 줄어들거나 없다. 심신미약 감형제도는 심신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는 범죄 행위자의 책임능력이 부족하거나 없다는 것을 인정해 이를 참작하겠다는 원칙에서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이경재 교수는 “근대 형법에서는 범죄행위를 범한 자가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위법행위에 대해 ‘비난할 만큼의 책임’이 있어야 형벌이 부과된다는 원칙을 유지한다”며 “형법에서 심신상실자나 심신미약자의 위법한 행위를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하는 이유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해 위법행위를 비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까?
강력사건의 범죄자들이 잇따라 심신미약을 주장하면서 국민은 이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17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16일 마감됐고, 100만 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지난달 14일 서울시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불친절한 데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으며, 그의 가족들은 ‘김 씨는 지속적으로 우울증약을 복용하는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청원자는 “아무런 잘못 없이 피해를 받은 어린 학생이 불쌍하고, 피의자는 우울증약을 복용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제까지 심신미약으로 처벌의 강도가 약해져야 하는지 의문이고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울증약을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 되느냐”며 “세상이 무서워도 너무 무섭다”고 토로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 씨에 대해 감정전문요원을 지정해 ▲각종 검사 ▲전문의 면담 ▲행동 관찰 등을 시행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15일 “피의자에 대한 정신감정 결과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다”라며 “피의자는 우울증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으나 사건 당시의 치료 경과 등에 비춰 봤을 때 정신병적 상태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심신미약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아무리 심신미약 상태에서 발생한 범죄라고 해도 감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김준호(청주시 상당구·24) 씨는 “살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신적으로 비정상인데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정신적으로 병이 있었다는 이유로 감형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민호(청주시 서원구·23) 씨는 “이번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범인이 우울증을 이유로 감형을 받는다면 모든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보는 선입견이 생길까 우려된다”며 “아무리 심신미약이라고 해도 살인이나 강간과 같은 중범죄에 대한 감형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최인성(대전시 중구·22) 씨는 “정신질환은 신체적 질환처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계획범죄 후 고의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처럼 꾸미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를 전했다.
반면 심신미약 감형제도의 폐지보다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재균(청주시 서원구·24) 씨는 “정상적 판단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악용한다고 해서 정말로 심신미약에 해당하는 사람마저 이들과 똑같다고 보는 것은 위험한 생각으로 폐지보다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창원시 진해구·38) 씨는 “실제로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닌지 인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며 “심신미약 감형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요구는 무리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은수(인천광역시 부평구·24) 씨는 “발달장애로 인해서 선악 판단이 힘든 정신질환자들이 실제로 있다”며 “물론 심신미약을 악용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전문가에 의해 행동관찰로 판별할 수 있다고 알기 때문에 폐지보다는 제도 개선이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한편, 심신미약 중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의 형량을 줄여주는 주취감형제도에 대해서는 더 큰 개선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술에 취한 남성 D 씨는 직장동료인 여성 E 씨와 성행위 중 은밀한 부위에 팔을 넣어 E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1심에서 상해치사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D 씨는 2심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과도한 성행위 도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돼 징역 4년으로 감형됐다. 이후 관련 내용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또한 지난달 4일 경상남도 거제시에서 폐지 줍는 50대 여성을 마구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은 자신의 행위를 인지하고도 음주한 점을 이용해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주취감형제도 존폐에 대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음주 범죄는 감형이 아니라 가중처벌 대상이므로 폐지해야 한다 80.0% ▲음주 또한 심신미약의 한 원인이므로 유지해야 한다 11.8% ▲잘 모름 8.2%로 응답자 대다수는 주취감형제도의 폐지를 원했다. 주취감형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김용현(청주시 서원구·24) 씨는 “음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하고 스스로 음주를 자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취감형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전했다.
심신미약 적용의 적절한 기준 필요해
현행 심신미약 감형제도의 존폐논란에 대해 이주원 변호사는 “나영이 사건의 피의자 조 씨처럼 강력범죄를 저지른 후 심신미약을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형량을 감면받으려는 일부 사람에 대한 국민의 분노일 것”이라며 “사실 심신미약 상태의 인정은 ‘반드시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도 있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해 너무 관대한 판례들을 남겨 현재 국민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재 교수는 “최근<성폭력특별법>이나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서는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의 성폭력범죄의 경우 <형법> 제10조 1항, 2항 및 제11조를 적용하지 않는 규정을 두고 있어 앞으로는 성폭력범죄에 한해서는 음주로 인한 감형은 행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범죄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 예외규정을 확대해 다른 범죄에도 적용해야 하는지 법률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행 심신미약 감형제도의 폐지나 개정에 대해서 이주원 변호사는 “법률상으로 심신미약 감형제도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너무 관대했던 심신미약 인정 기준에는 문제가 있다”며 “이와 관련된 판결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경재 교수는 “심신미약 감형제도는 근대 형법이 추구해 온 책임형법의 골격을 이루는 부분이므로 이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책임원칙의 근간을 흔든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일반인보다 그 능력이 떨어지거나 없는 경우 일반인과 동등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이를 유지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해 나아가는 방향으로 중지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했다.
몇몇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강력범죄자들은 자신이 행한 범죄를 반성하기는커녕 법의 틈을 이용해 자신이 받을 처벌을 줄이려고 한다. 분명 심신미약 감형제도는 필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자신이 받을 온당한 처벌을 줄이려고 하는 범죄자들이 더는 이를 악용할 수 없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김호식 기자 k1hs114@cbnu.ac.kr
권나연 기자 enjoy1208@cbnu.ac.kr








김호식&권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