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갓 태어난 아이를 한 살로 치는데, 이는 엄마 뱃속에서 태아 상태로 있었던 기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태어난 생일이 아니라 새해 첫날을 기준으로 한 살을 더해 나이를 계산한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나이 계산법으로 외국인들은 이를 ‘한국식 나이(Korean Age)’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나이 계산법이 행정적인 부분에서 제각각으로 적용되면서 많은 혼란을 낳고 있다. 이에 황주홍 의원이 국회에서 최초로 <연령 계산법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국식 나이는 어떤 문제가 있으며 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취재해 봤다.
한국식 나이(Korean age)란?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매년 1월 1일에 한 살씩 더하는 ‘세는 나이’ 계산법이다. 올해 1월에 태어난 아이의 경우에는 한국식 나이로 계산하면 한 살이 되고 지난해 12월생은 두 살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는 ‘연 나이’ 계산법인데, 예를 들어 2000년에 태어난 사람은 올해 19살이 된다. 세 번째는, 태어난 시점을 0살로 해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는 ‘만 나이’ 계산법이다. 우리나라는 행정상으로는 보통 연 나이와 만 나이를 사용한다. 민법상 공공문서에는 만 나이를, <병역법> 또는 <청소년 보호법> 등에는 연 나이를 적용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세는 나이가 통용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한국식 나이, 즉 세는 나이는 원래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사용했던 나이 계산법이다. 하지만 중국은 1960년에, 일본은 1902년에 법령을 제정하면서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국식 나이 계산법을 이해하는 데 많은 애를 먹는다.
중국인 유학생 A씨는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처음 왔을 때 한국인들의 나이 계산법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미국인 B씨는 “한국인 친구들이 나이를 말할 때 처음에는 당연히 만 나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식 나이 계산법을 알았을 땐 너무 복잡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2009년 개정되기 전까지는 취학연령을 입학일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1~2월에 태어난 아이가 지난해 태어난 아이와 같은 해에 입학해 ‘빠른년생’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빠른년생들은 나이에 의한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 속에서 실제보다 한 살 많은 사회 나이로 살아야 했다.
중국인 유학생 C씨는 “한국 사람들은 나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나이에 따라 위계질서가 엄격한 문화를 가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식 나이가 합리적인 나이 계산법이 아닌 것 같은데 그것으로 위계를 정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나이 계산법 통일의 필요성
# 2008년 1월에 태어난 제 동생은 나이가 4개예요. 만 나이로는 10살, 연 나이로는 11살, 세는 나이로는 12살, 그리고 빠른년생으로 친구들하고는 13살로 지내고 있어요. 매년 동생의 생일케이크를 사러 갈 때마다 “초를 몇 개 드릴까요?”라는 물음에 몇 개의 초를 사야 하는지 헷갈려서 곤욕을 치르곤 했어요.
# 저는 2월에 태어난 빠른년생이에요. 초등학교 입학일에 맞춰서 원래 나이보다 한 해 일찍 학교에 들어갔어요. 대학교를 입학하고 신입생이 됐는데 법적으로 음주를 할 수 없어서 다른 동기들과 어울리기 불편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사귄 친구들과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나이가 다르다 보니 지인들 사이에서 저 때문에 족보가 꼬인 적이 많아요.
이와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지난 1월 3일 황주홍 의원은 국회에서 최초로 <연령 계산법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혼용되고 있는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1월 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주홍 의원은 “서로 다른 나이 계산 방식의 혼용으로 인해 법률과 행정처리에 드는 유.무형의 비용과 나이로 정해지는 서열문화에 따른 갈등과 혼란, 그리고 세계화 시대에 국제기준과 맞지 않는 나이 계산 방식에 따른 정보전달의 혼선, 특정 월에 출산을 꺼리는 문화 조장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많은 혼선과 불편함이 있고 이에 대한 국민의 제도개선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라고 판단해 법률, 행정, 일상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일원화된 방식으로 나이를 계산하고 표시하는 방안에 대해 이제는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해당 법률안의 적용 범위에 대해 “이번에 발의된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쉽게 얘기해서 만 나이를 공식 계산 및 표시 방식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골자로,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문서에 나이를 기재할 때 만 나이 방식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되 국민에게는 이 방식을 권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전했다.
한국식 나이 폐지, 사람들의 생각은?
매년 1월 1일이 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자’는 글이 올라오곤 했다. 특히 올해는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더 많은 관련 글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달궜다. 한 청원자는 “만 나이의 공식적.일상적 사용을 선포해주세요”라는 청원글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양력 1월 1일이 되면 전 국민이 한 살 더 먹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며 “공공 문서에는 만 나이를 쓰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국제적 추세에 따라 정부는 일상에서도 만 나이를 쓰도록 공식 선포하고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지난 1월 22일 ‘엘포인트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전국의 성인 남녀 2만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여러분은 우리나라의 나이 계산법이 어떻게 되기를 원하시나요?’라는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라는 응답이 68.3%로 ‘세는 나이를 병용하자’라는 응답 31.7%보다 많았다.
나이 계산법 통일에 찬성하는 김정훈(서울시 중구·25) 씨는 “세는 나이 계산법이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라고 하긴 하지만 나이에 집착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 같아 나이 계산법이 통일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은수(인천광역시 부평구·25) 씨는 “미국으로 해외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현지인과 대화를 할 때 혼란이 생겨 불편함을 겪었다”며 “지금은 글로벌시대로 외국인과 접촉할 기회가 많은데 혼란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나이 계산법을 변경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주은(창원시 성산구·27) 씨는 “우리나라의 오랜 관습이었던 세는 나이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지번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바꿨던 것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선다면 점차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지원(서울시 서대문구·24) 씨는 “세는 나이 계산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먼저 태어났어도 햇수가 다르면 윗사람으로 대하고 예의를 차려야 하는 서열문화가 조성돼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이 계산법 통일에 반대하는 이정은(창원시 마산회원구·34) 씨는 “세는 나이 계산법은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고유한 문화인데 이를 바꾸는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잃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윤주(인천광역시 계양구·23) 씨는 “여러 나이 계산법을 사용하다 보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자신이 유리한 나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윤수(인천광역시 부평구·43) 씨는 “우리나라 나이 계산법은 태어난 아이에게 바로 한 살을 부여하는데 이는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자는 의미로 알고 있다”라며 “우리 문화의 가치를 버리고 편리만을 좇아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신지훈(창원시 성산구·24) 씨는 “나이 계산법을 법으로 획일화한다고 해도 이미 우리 일상생활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세는 나이 계산법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같다”라고 말했다.
나이 계산법의 맞춤대책이 필요해
황주홍 의원의 법안 발의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의 나이 계산법으로 인해 행정적.관습적으로 많은 혼란이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대책이 마련되는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우리 학교 행정학과 이재은 교수는 “행정 행위나 보험과 같은 계약 체결의 효력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혼용이나 혼선으로 인해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특히 <병역법>, <청소년보호법>에서 사용하는 나이 계산법과 민법 등에서 사용하는 나이 계산법이 다르다 보니, 국민들은 물론 정부도 혼선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은 교수에 따르면 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행정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현재 연 나이를 적용 기준으로 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과 <병역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학교 입학 ▲금융 및 보험 등의 가입 및 효력 발생 ▲보험 가입 및 혜택 ▲투표권 부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 나이를 사용함에 따라 나이 뒤에 ‘개월 수’를 작성해야 할 수도 있다.
관습과 문화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고유의 관습과 문화를 저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문제이다. 세는 나이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행정적으로 사용하는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은 여러 혼선과 부작용을 고려했을 때 시급한 문제이다.
권나연 기자
enjoy1208@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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