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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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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나연
‘결혼’은 사양할게요, ‘비혼’을 선택하는 청년들
제 940 호    발행일 : 2019.04.15 


JTBC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서로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는 남녀가 계약을 맺고 형식적인 결혼을 유지하는 이야기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지 못해 결혼하지 못하는 이 시대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직장, 주거, 육아 등의 문제로 결혼을 꺼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결혼은 필수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보편화 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기기 위해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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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와 결혼한다, 높아지는 비혼율

  # 직장인 윤소연(구리시 인창동·30) 씨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딱히 외롭지도 않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으며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주변의 기혼자들이 직장과 집안일을 병행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여유로운 현재의 삶이 더욱 만족스럽다. 다만 결혼에 대한 주변의 과도한 관심과 부모님의 압박이 불편할 뿐이다. 그래서 그는 기회만 된다면 ‘비혼식’을 열어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예정이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는 미혼(未婚)과 비혼(非婚)이 있다. 두 표현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미혼은 아직 결혼을 못 한 사람을 의미하고, 비혼은 자기 의지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혼을 선택한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20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5만 7,622건으로 2017보다 2.6%(6,833건) 줄었다. 또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2세, 여성 30.4세로 남녀 모두 2017년보다 0.2세 상승했다. 10년 전인 2008년과 비교하면 남성은 1.8세, 여성은 2.1세 많아졌다. 이처럼 혼인 건수가 줄고, 초혼 연령이 상승하는 원인은 크게 경제적인 어려움과 문화적인 가치변화로 분류해 찾을 수 있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박정미 교수는 “현재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실정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결혼 자금과 주거를 마련하지 못해 결혼을 늦추는 경향이 있다”며 “또한, 예전에 결혼은 개인의 선택보다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통과의례 같은 관념이 지배적이었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족이나 공동체의 압력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적인 가치변화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결혼정보회사 듀오 박수경 대표이사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며 “화려한 호텔 결혼식이나 수백만 원짜리 유모차 등 자신이 SNS를 통해 접한 것들을 실현할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하나의 원인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비혼 가구가 늘면서 이를 콘텐츠로 한 예능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 우리 새끼>는 1인 가구와 미혼인 남녀의 생활을 그린다. 또 MBN <비행소녀>는 혼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혼주의자의 생활을 보여준다. 이에 한정아(청주시 서원구.25) 씨는 “다들 혼자 살면 외롭다고 생각하지만, 1인 가구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처럼 결혼하지 않고 혼자여서 누릴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와 편안함, 여유로움은 더욱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혼하지 않는 청년들, 그 이유는?

  # 결혼을 앞둔 이지훈(창원시 성산구·29) 씨는 막상 결혼 준비에 들어가니 앞이 막막하다. 결혼 준비 전 그는 ‘여자친구와만 잘 맞춰 결혼을 준비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결혼, 그 사이에서 그는 가끔 골머리를 앓는다. 게다가 결혼 비용부터 집값까지 ‘억’ 소리는 기본이다. 그렇다고 결혼 시작부터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하기는 부담스러워 대출을 받았는데, 갚을 것을 생각하니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빠듯하게 시작해야만 하는 결혼생활, 그는 그저 쓸쓸하기만 하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2년 이내에 결혼한 신혼부부 1,000쌍을 대상으로 결혼 비용을 조사한 결과,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3,186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집값으로, 신혼집 마련 비용이 1억 7,503만 원으로 73.5%를 차지했다.
  # 결혼 4년 차인 서동미(고양시 덕양구·35) 씨는 아이를 낳고 가정과 직장 일까지 병행하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그는 혹시라도 힘들게 쌓아온 경력이 무너질까 봐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복직했다. 다시 시작된 직장생활, 그는 혹시라도 집에 있는 아이가 아프진 않은지 마냥 걱정된다. 퇴근 후에는 편히 쉬고 싶지만, 육아와 가사 노동이 다시 시작된다.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지원금 형식이어서 직장생활은 물론 육아와 가사까지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들은 고개를 젓는다. 박정미 교수는 “본래 육아지원금의 취지는 육아의 책임을 같이 하겠다는 의미지만, 이는 굉장히 임기응변적이다”며 “설령 육아지원금의 액수가 많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국 부모의 몫이며, 본질적으로 국가는 육아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육아지원금이 육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효과는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며 “육아지원금과 같은 단기적인 정책보다는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처럼 장기적으로 육아에 도움이 되는 하부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비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에서 전국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연구한 <연애와 행복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비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가 52.5%(525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지난 2016년 리서치 전문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미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혼 문화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중복응답 허용)에 따르면 ‘비혼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이해가 된다 68.3%(683명) ▲남 일 같지 않다 63.6%(636명) ▲공감이 간다 60.8%(608명) 등의 긍정적 답변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리고 ‘왜 비혼을 선택하나요?’라는 질문에는 남성은 ▲자신의 월급으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감 56.7%(567명)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감 47.3%(473명)를, 여성은 ▲자유로운 생활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 59.5%(595명) ▲새로운 가족 관계에 대한 부담 58%(580명)로 답했다. 이런 결과는 미혼자들이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비혼에 대해 긍정적인 이경원(인천광역시 가좌동.24) 씨는 “육아정책이 개선됐다고 해도 우선 결혼하게 되면 여성은 임신과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돼 다시 일을 시작하기가 어렵다”며 “결혼이라는 사회제도에 얽매여 아무런 준비 없이 결혼생활에 뛰어드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투자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윤소원(서울시 서대문구·25) 씨는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결혼적령기라는 사회적 나이에 밀려서 반드시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며 “비혼을 선택했다고 특별하게 보는 것은 사회적인 기준에 맞춘 차별적인 시선이며, 자신의 인생 가치관은 오롯이 본인만 설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김수진(창원시 진해구·24) 씨는 “나라에서 어느 정도 지원해주더라도 여성 대부분은 결혼과 출산으로 자신이 쌓은 경력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실상 결혼하게 되면 남성보다 여성이 감당하는 것이 더 많으므로 여성 입장에서는 비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은(안동시 법산동·43) 씨는 “결혼은 각자의 선택일 뿐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결혼하지 않고 내 삶의 주체로서 혼자 살아가는 것도 편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경험과 감정들도 삶에 큰 의미가 있으니 청년들이 결혼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비(창원시 성산구·26) 씨는 “비혼은 개인적인 이유로 결혼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비난할 필요는 없지만, 이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나 사회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 우려 된다”고 전했다. 이윤세(서울시 구로구·24) 씨는 “개인의 삶은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국가적으로 비혼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가는 국민이 있어야 존재하는데 노령인구만 많아진다면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결혼해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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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

  비혼주의자들은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뿐만 아니라 동거, 사실혼과 같은 결혼 외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형성하는 것에도 가능성을 열어놓기 때문에 독신주의자와는 다르다. 실제로 프랑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는 동거나 사실혼을 이미 가족 형태의 하나로 인정하고 결혼과 동등한 법적 보호를 해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부계 중심주의와 현대적인 서구식 핵가족, 그리고 탈현대적인 개인화가 혼재되어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박정미 교수는 “과거보다 더욱 많은 사람이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과 가족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결혼했다 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는다”며 “이런 현상은 가족주의 해체와 개인화의 징후”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비교적 보수적인 한국사회는 혼외출산율이 약 2% 정도로 매우 낮아 혼인을 적게 하면 출산율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서구사회는 혼외출산율이 50%로 매우 높고 그들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없다”고 밝혔다.
  결혼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보는 사회에 요즘 청년들은 결혼은 선택이라며 ‘비혼주의’를 외치고 나섰다. 이는 획일화된 사회에 대한 반기이자, 자신 삶에 주체가 되겠다는 청년들의 외침이다. 이에 ‘결혼을 거부하게 만드는 사정’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본질적인 노력과 변화하는 결혼문화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나연 기자
enjoy1208@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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