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2월 13일, 11년 전 ‘나영이 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한다. 이에 많은 사람이 강력범죄자 조두순의 재범 가능성을 걱정해 그가 출소하기 전에 얼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성범죄자에 대해 전자발찌 착용과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공개를 시행하고 있지만, 공개된 신상을 다른 SNS 등에 유포하면 법적으로 제재를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4월 24일, MBC의 교양프로그램인 ‘실화탐사대’는 조두순의 얼굴을 공개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를 두고 ‘사회적 경각심 제고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 우선인지 아니면 ‘범죄자의 인권보장’이 우선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우리나라 피의자 신상공개 현황은?
피의자 신상공개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따라 해당 기준 충족 시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피의자 신상공개가 별다른 절차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경찰청은 2005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을 제정했고 피의자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에게 마스크와 모자를 제공하고 점퍼를 머리에 씌우는 관습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훈령에 불과할 뿐,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비판이 생겨났다. 이에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이후 강력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2010년 4월 해당 규정이 신설됐고, 현재와 같은 형태로 피의자 신상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는 성범죄자와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공개로 나뉜다.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에 관해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규정한다. 이 법의 제25조(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1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제2항에서는 제1항에 따라 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또한,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 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특정강력범죄의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서 규정한다. 이 법의 제8조의 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조항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경우를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해 특정강력범죄사건의 피의자의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의 2항 역시 공개에 신중할 것과 남용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2008년 어린 초등학생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두순은 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형사법 전문 최상미 변호사는 “2008년 당시 8세 여아 나영이(가명)를 납치해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은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당연히 신상이 공개돼야 하지만, 2010년 4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조항이 만들어지기 전에 벌어진 사건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신상공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조두순이 내년 12월 13일 만기 출소하게 되면 향후 5년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성범죄자의 신상을 알려주는 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실명인증을 거치면 조두순의 얼굴과 키, 몸무게, 주소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조두순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신문.잡지 등 출판물, 방송 등에서는 볼 수 없다. 이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5조(공개정보의 악용금지)에 따라 성범죄 우려가 있는 자를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피해자의 인권을 우선해야 vs 피의자를 낙인찍을 우려
2016년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를 해야하나요?’라는 질문에 ▲찬성한다 87.4%(874명) ▲반대한다 12.6%(126명)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 조두순의 출소일이 다가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원과 함께 조두순의 얼굴 등 강력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이에 지난달 C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행한 설문조사에서 ‘조두순의 얼굴을 공개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또 다른 추가 범죄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공개해야 한다 91.6%(916명) ▲공개하지 않아야한다 8.4%(84명)로 답했다.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김효진(창원시 진해구.24) 씨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인권을 지켜주기 전에 그 범죄로 피해를 본 피해자의 인권을 지켜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세(서울시 구로구·25) 씨는 “성범죄자 이외에 다른 범죄자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아 일반인은 피의자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으니 조심할 수가 없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진아(서울시 구로구·22) 씨는 “현재 우리나라의 강력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미약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과 권리는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김은영(청주시 서원구.25) 씨는 “만약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면 피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나 지인도 연좌제가 적용돼 2차 피해가 나타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현석(창원시 성산구.28) 씨는 “재범 가능성이 큰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 차게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 이외의 인적사항을 알리는 것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가혹한 형벌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수(인천시 부평구.25) 씨는 “피의자는 이미 죄가 있다고 확정되면 법정 형량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범죄가 아닌 다른 특정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법이 정한 처벌과 별개로 인민재판으로 다시 처벌해 피의자에게 낙인을 찍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 우리 학교 법전원 이경재 교수
범죄자의 신상공개가 범죄율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 이는 또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도 상충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특히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근본취지는 이웃주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알려 스스로 범죄에 대해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범죄예방이 국가의 기본 의무라고 하는 점에서 그 의무를 아무 방어력이 없는 민간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나아가 그 실효성에도 의문이 있으므로 신상공개를 하는 대신 형벌을 더 엄격하게 부과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건국대 경찰학과 최현철 교수
강간, 살인, 사체 훼손.유기 등 범행 수법이 갈수록 잔혹해지는 상황에서 신상공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동 및 여성,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 상대의 중대 범죄나 잔혹 범죄 등 인간성 상실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자의 인권을 우선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범죄자 신상공개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강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고취라는 공익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현재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이전과는 다르게 최근 발생한 진주 살인사건,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과 같은 경우,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잔인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특히, 성범죄자 신상공개의 경우에는 성범죄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고 자신 및 자녀가 성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 때문에 재범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 ▲재산권 ▲생활안전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에 피의자 신상공개를 통해 다수의 국민이 안전한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형사법 전문 최상미 변호사
피의자의 신상공개의 경우 우선 대중에게 범죄 경각심을 일깨우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피의자 신상공개가 범죄율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객관화된 자료는 없는 상황이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 살펴봐도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제주도에서 살인.방화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 뒤 실명이 공개된 20대의 경우, 최종심판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이렇듯 추후 무죄로 밝혀지는 사안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모든 피의자는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형법의 대원칙에 따라 신상공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신상공개의 요건 중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이라는 항목에 대해 피의자가 자백하거나 현장에서 잡힌 경우, CCTV 등의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 등 좀 더 세밀하게 요건을 정비하고 엄격하게 판단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거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
피의자 신상공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렇다면 다른 나라 사례는 어떨까? 미국은 기본적으로 입건된 자의 신상은 공익정보로 보고 경찰은 입건된 피의자의 얼굴을 바로 사진으로 찍어 관련 웹사이트 등에 공개한다. 이러한 정보는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일본은 흉악범죄자가 미성년인 경우를 제외하고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특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만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신상공개가 오락가락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경찰은 2016년 ‘수락산 살인’ 피의자 김 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지만,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김 씨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피의자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공개 여부는 나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찰 위원회의 공개 기준이 분명하지 않고,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전적으로 수사기관에 맡겨져 있어서 공개 여부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피의자 신상공개의 기준이 되는 세부적인 규정 마련과 그 규정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신상공개 심의위원회의 전문성 제고가 시급해 보인다. 더불어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피의자 가족이나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권나연 기자
enjoy1208@cbnu.ac.kr








권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