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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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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완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
제 942 호    발행일 : 2019.06.03 

IT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만큼 게임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성장하는 게임 산업과 함께 게임 중독에 빠지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임 중독은 작게는 개인의 건강 악화부터 시작해 크게는 심각한 범죄나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지난달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이하 WHO) 총회에서는 이런 문제에 주목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에 우리 사회의 게임 중독 실태와 게임 중독을 과연 질병으로 지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취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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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 질병으로 공식 지정돼

  지난달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72차 WHO 총회 B 위원회(이하 WHO 총회)’가 시작됐다. 이번 WHO 총회가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게임 중독은 질병인가’에 대한 판단을 WHO가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WHO 총회에서는 지난달 25일 게임 중독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지정했다. ‘6C51’이라는 코드가 부여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는 정신적.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 하위 항목에 포함됐다.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한 이유는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개인에게 적극적인 치료와 개입이 필요하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4개 WHO 회원국은 WHO 권고사항에 따라 2022년부터 각국 질병코드에 이를 반영하고, 게임중독에 관한 질병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WHO 총회 국가별 발언에서 우리나라 대표는 “ICD-11 개정 노력이 과도한 게임 사용의 부작용을 예방.치료하는 정책 근거 마련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며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게임사용장애 기준을 신중히 설정해 개정안이 실효성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WHO가 발표한 게임 중독의 기준은 ▲게임 이용 시간이나 횟수에 대한 통제력 불능 ▲게임이 일상생활보다 우선순위가 높아진 경우 ▲게임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생겨도 지속하는 경우 세 가지다. 이러한 행동이 12개월 이상 반복되면 게임 중독으로 본다. 단 증상이 심한 경우 12개월 미만도 질병으로 인정된다.

게임 중독, 그 현황은?

  # 하루의 반 이상을 컴퓨터 게임으로 보냈던 A 군. 그의 게임 중독 증세는 점점 심해져 게임을 하기 위해 잠자는 시간까지 줄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심각한 게임 중독 진단을 받은 18살 A 군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치료 센터를 찾았다. 그런데 치료를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났지만 A 군은 여전히 금단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2005년은 우리나라에서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가장 많았던 해로 꼽힌다. ▲1월, 경남 사천시에서 이모 씨가 90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 중 사망 ▲8월, 대구광역시 북구에서 이모 씨가 50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 도중 사망 ▲9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서 김모 군이 온라인 게임 후 사망 등 온라인 게임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5건 발생했다. 또 2010년에는 피시방에서 매일 12시간씩 게임을 하던 40대 부부가 신생아 딸을 숨지게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청소년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초등학교 4~6학년및 중.고등학교 학생 이하 청소년)들의 게임행동유형별 비율은 ▲일반사용자군 57.4% ▲비사용자군 23.1% ▲게임선용군 17.7% ▲과몰입위험군 1.5% ▲과몰입군 0.3%였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 (1~3학년)을 둔 학부모의 응답을 기준으로 자녀의 게임행동유형을 분류한 결과 ▲일반사용자군 74.0% ▲비사용자군 13.0% ▲게임선용군 10.5% ▲과몰입위험군 1.3% ▲과몰입군 1.2%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이 청소년보다 과몰입군의 비율은 더 높고, 비사용자군은 오히려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게임 이용의 저연령화 추세와 저연령일수록 게임 과몰입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한국콘텐츠진흥원 디지털포용본부 디지털과의존대응팀 김은영 연구원은 “게임 연령의 저연령화와 관련된 이번 결과는 적절한 게임 시작 연령에 대한 검토와 연령이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 이용 교육 확대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많은 학생이 게임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준에 맞는 교육용 자료를 개발하고 보급해 게임 이용 교육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연령 아동들이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사용할 때도 기기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게임 중독의 질병 여부에 대한 논란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한 이후, 관련 단체와 기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WHO의 질병코드 등재 전부터 ‘실제로 게임 중독으로 고통을 겪어 치료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게임중독은 질병’이라고 주장했던 의료계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는 ‘충분한 연구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게임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등의 이유를 들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WHO의 결정과 무관하게 국내 질병코드 등재를 반대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측은 ‘Gaming Disorder’이라는 용어의 한국어 번역에 대해서도 ‘게임이용장애’(의료계)와 ‘게임과몰입’(게임업계)으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이견은 의료계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 사이에서도 발생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게임 중독의 질병코드 등재를 환영하며 민관협의를 위한 협의체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게임산업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게임 중독의 질병코드화에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WHO에 전달했으며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부여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복지부·문체부) 차관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의 참석자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준비 시간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복지부와 문화부 등 관계 부처, 게임업계, 의료계, 관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민관협의체를 통해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한 게임업계의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건전한 게임 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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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은 질병인가, 그 여론은?

  C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13일 공개한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에 대한 국민 여론’에 따르면 응답자 511명은 WHO의 게임 중독 질병 지정에 대해 ▲찬성 45.1% (230명)  ▲반대 36.1% (184명) ▲모름 및 무응답 18.8% (97명)로 답했다. 이 결과는 찬성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 과반이 못돼 찬성이 우세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 나올 게임 중독 질병 등재에 관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찬반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정상우(청주시 흥덕구·21) 씨
  게임 중독은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질병이라고 부르는 것은 게임 중독 정도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독이 심해서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받는 사람은 게임 중독으로 인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고, 중독 정도가 아직 미미해서 개선이 가능한 사람은 나쁜 습관을 지녔다고 봅니다.

# 이아영(부산광역시 금정구·21) 씨
  게임 중독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에 비해 게임을 많이 하고 좋아하는 것뿐인데, 이를 질병으로 지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중독된 대상이 게임이 아닌 공부나 운동이었다면 질병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게임을 질병으로 공식 지정하면 게임을 건전하게 이용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까지 중독자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준규(서울특별시 송파구·34) 씨
  게임 중독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에 모두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게임 중독은 질병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게임에 중독되면 정신의학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료계의 입장에도 공감하고, 질병코드 등재로 인해 게임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게임업계의 의견에도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따라서 이분법적으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기보단 여러 상황과 게임 중독자의 상태를 고려해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향방은?

  현재 WHO의 게임 질병코드 등재로 인한 혼란을 막고 우리나라 적용 기준을 마련하고자 복지부 및 문체부, 관련 전문가 및 단체들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또 통계청은 ‘게임이용장애’와 ‘게임과몰입’으로 차이를 보이는 ‘Gaming Disorder’의 번역어를 통일하고, 국내 질병분류(이하 KCD)를 개정할 예정이다. 복지부 홍정익 과장은 이에 대해 “질병코드 등록은 같은 종류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의 질병 및 치료 현황을 국제적으로 비교 파악하기 위한 것인데, 마치 등록 자체가 ‘게임은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협의체를 통해 오해로 생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이해관계자에게 ‘국내 질병코드 등재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으니 차근차근 논의하면 된다’라고 설명해 혼란을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영 연구원은 게임 중독 질병코드 등재로 인해 달라지는 상담 시스템에 대해 “WHO에서 게임 중독이 질병코드로 지정은 됐으나, 관련 부처(복지부, 문체부)의 이견으로 아직 가이드라인이 정해지기 전”이라며 “앞으로 정해지면 이에 맞춘 게임 중독,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 시스템으로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 그로 인해 WHO의 게임 중독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게임업계와 관련 단체의 반대가 거세다. 하지만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고와 게임 중독자의 폭력적이고 무기력한 행동에 의한 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게임의 질병코드 등재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및 바람직한 게임 문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채완 기자
kimchaewan@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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