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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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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완
고조되는 한일 갈등, 전화위복을 위한 방법은?
제 943 호    발행일 :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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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최근 우리가 인터넷상에는 물론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이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지난 54년 동안 한일 정부는 많은 역사 갈등에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원칙을 고수해왔지만,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로 한일 관계는 미궁 속으로 빠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일 관계가 전례 없이 악화한 지금, 갈등의 원인 및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고 이에 대한 시민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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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깊어지는 정치적 갈등

  지난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우리나라에 대해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3개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감광재)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의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이하 리스트규제)’를 발표했고, 7월 4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그와 더불어 일본 정부는 지난달 2일 전략물자 수출관리제도 운용상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번 경제 제재가 강제징용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며 양국관계의 심각한 훼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판결에 불만을 품어 현 사태가 발발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공회대 일본학과 양기호 교수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조치의 주요 목적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인 돈은 받았지만 개인 보상은 받지 못했으므로 불법에 의해 일어난 가혹한 노동 착취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를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일본 측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청구 자금으로 5억 달러를 줬고, 그 안에 피해자 개인에게 보상할 비용까지 포함됐다고 주장하며 대법원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국내 대책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이것을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 측에 계속 요청했지만, 한국 측은 “계속 검토하고 있으며 민사소송 및 삼권분립이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결을 우리가 존중할 수밖에 없다”라며 반박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 및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에 대한 일종의 보복성 조치로 이번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의 여러 경제 제재 조치에 맞서 맞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우리도 똑같은 조치를 단행했다. 우리나라는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를 ‘가’ 지역에, 그 외의 국가를 ‘나’ 지역으로 분류했었던 기존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해 ‘가’ 지역을 ‘가의 1’, ‘가의 2’ 2개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일본을 신설한 ‘가의 2’ 지역으로 분류해 원칙적으로 ‘나’ 지역 수준의 수출 통제를 하기로 결정했다. 또,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통해 ▲소재.부품 산업 육성을 통한 일본 의존 탈피 ▲대.중소기업의 협력적 분업 체계 구축 ▲제조업 재육성 ▲청장년 일자리 확대를 핵심과제로 논의했으며, 지난달 22일에는 2016년 11월 23일 체결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의 유효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했다. 지소미아를 종료하면서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 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했다고 판단했음을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한신대 일본학과 하종문 교수는 “한국 정부는 광복절 경축사의 대화 제안을 일본이 거부했다는 판단 하에 지소미아를 종료시켰다. 강 vs 강의 치킨 게임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외교적인 해법 모색이 양국의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면 대결 양상은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일제 불매 운동, 분노한 국민들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일본제 불매 운동에 참여하는 국민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5차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참여, 향후 참여 57.9% ▲현재 참여, 향후 불참 3.3% ▲현재 불참, 향후 참여 10.1% ▲현재 불참, 향후 불참 23.6% ▲모름/무응답 5.1%로 나타났다. 이를 앞선 조사와 비교해보면 그 추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차 조사(7월 10일) 48,0% ▲2차 조사(7월 17일) 54.6% ▲3차 조사(7월 24일) 62.8% ▲4차 조사(7월 31일) 64.4% ▲5차 조사(8월 7일) 61.2%로 4차 조사까지는 지속해서 증가하다가 5차 조사에서 3.2% 감소했지만 여전히 과반이 훨씬 넘는 국민이 일본제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제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상표나 제품을 알려주는 어플과 웹사이트가 등장했고, 일본산 제품을 아예 판매하지 않는 상점도 생겨났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승민(세종시 대평동·49) 씨는 “일본이 우리나라와 국민을 무시해 경제 도발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본 맥주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며 “저희 가게에서 일본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일본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작은 힘이라도 보태면 일본이 우리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제 불매 운동은 일본산 제품 불매를 넘어 일본 여행 자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도쿄출입국제교류관리국 나리타지국은 여름 성수기(지난달 9~18일)에 도쿄 관문인 나리타 공항을 거쳐 입국한 우리나라 단기체류자가 1만 2,3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 감소했다고 밝혔다. 나리타지국은 이 같은 급감 추세가 현재 한일관계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종문 교수는 “일본제 불매 운동 중 경제적인 측면에서 특히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이 일본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지방으로 취항하는 저가 항공사의 운항 편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그동안 일본의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던 한국 관광객이 오지 않는 것에 대해 관련 지자체는 대단히 심각한 사태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본제 불매 운동의 여파로 일본 유명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신용카드 매출액이 한 달 만에 70%나 급감했고, 일본 주요 관광지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액도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수입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일본 맥주는 지난달 3위로 급락했으며, 일본 여행 상품은 판매량이 80%나 급감했다. 하종문 교수는 “일본 정부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일본제 불매 운동이 지속적이고 정부의 관여가 전혀 없는 순수 민간의 운동으로 추진된다는 점이 일본에 상당한 심리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일본제 불매 운동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김규한(세종시 어진동·54)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유무역주의와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를 무너뜨리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망동에 대한 응징의 의미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및 제품의 국산화를 통해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A(청주시 서원구·31)
일본의 경제 도발에 우리나라 정부가 강경하게 맞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초반에는 코스피, 코스닥 등 여러 경제 지표가 하락해 너무 섣불리 맞대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응이 어느 정도 통하고 있고,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일본이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결국 일본에 종속됐던 우리의 역사가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B(대전광역시 서구·27)
불매 운동이 일본에 타격을 줄 것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국민이 불매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일본에 우리나라 국민도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의 눈으로 본 해결책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당장 한국 경제나 반도체 업체에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으며 시간이 갈수록 일본에게 불리하게 흘러갈 것”이라며 일부 업계의 애로사항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에 명분이 있는 만큼 당당한 대응을 주문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그와 더불어 외교적인 부분에서의 해결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양기호 교수는 “한일 관계가 상당히 악화한 만큼 당장 한일 관계를 회복할 해법은 찾기 어렵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입장이 상반되기 때문에 각국이 원하는 방법이 전부 수용될 현실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하지만 다소 긍정적인 부분은 일본 정부가 그 가능성을 통제하고 있을 뿐이지 일본 기업들은 배상금을 지불 하면서 타협할 용의가 있다는 점과 여러 외교장관회담 등 외교 라인의 접점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타협할 수 있는 최대지점이 어디 까진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강경책 이외에도 대화적인 부분의 외교 정책도 거듭해서 가능하면 다음 달 22일 일왕의 즉위 세레머니까지 양국 간의 지혜를 모아서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종문 교수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일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자유무역주의라는 원칙에 충실하며 세계무역기구의 승소 결과 및 제3국의 우호적인 평가를 얻기 위해 정정당당한 대응 유지 ▲당분간 맞대응은 불가피하더라도 타협을 끌어내는 외교적 노력과 의지를 계속된 대화를 통해 표명 ▲현 사태를 초래한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보수 정치가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주체는 일본 국민이므로 일본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과 행동이 그것이다. 이번 무역 마찰의 저변에는 일본의 우경화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필연적이며 회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와 일본의 우경화는 절대 공존할 수 없으므로 강경 대응과 한일 외교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이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핵심 원리이다”라고 전했다.

  역사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지속한 한일 간의 정치적 갈등에도 한일 양국은 정경분리의 원칙을 지키며 정치와 경제를 철저히 분리해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로 시작된 한일 갈등은 사회.문화는 물론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며 한일 관계는 유례없는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일 관계, 우리나라 정부의 외교력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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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완 기자
kimchaewan@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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