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2015년 용인 벽돌 살인 사건, 2017년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지난 3월 발생한 강원도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등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사건은 지난 15년간 꾸준히 발생했으며, 그 수법이 더욱 잔인해졌다. 그에 따라 <소년법> 개정에 대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관련 논의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미성년자 보호라는 특수사항을 다루는 만큼 법 개정과 같은 실질적 해결방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촉법소년 범죄 현황은 어떠한지, <소년법> 개정은 실질적으로 가능한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알아봤다.
논란의 배경은?
#2015년 10월, 만 9세 초등학생이 18층 아파트 옥상에서 던진 1.8kg 벽돌에 20대 남성과 50대 여성이 맞아 각각 두개골 함몰의 중상과 뇌출혈에 의한 즉사에 이른 ‘용인 벽돌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수사 초기에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거짓말 탐지기 조사가 시작되자 범행을 자백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범행 동기 등 가해자의 증언에 일관성이 없었고, 피해자의 사망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고의 범죄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 사건의 주범인 만 9세 초등학생은 촉법소년 연령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조차 받지 않았고, 공범이었던 다른 학생은 만 11세여서 과실치사 혐의로 법원 소년부로 송치되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위 사건은 촉법소년(만 10~13세)의 범죄 중 사회에 큰 경각심을 불러온 대표 사례이다. 두 사람이 중상 및 사망에 이른 사고였음에도 범인이 촉법소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조차 받지 않은 현실에 많은 국민은 분노했다. 실제로 촉법소년범은 <소년법 제 32조 보호처분의 결정>에 따라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관의 단기 보호관찰 ▲보호관찰관의 장기 보호관찰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병원, 요양소 또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단기 소년원 송치 ▲장기 소년원 송치 중 소년부 판사가 판단하는 처분을 받게 된다. 반면, 만 10~ 13세에도 해당하지 않는 소년의 경우에는 형사처벌과 보호처분을 할 수 없어 소년과 보호자를 훈계하는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년범의 범죄가 세상에 드러날 때마다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할 정도로 국민은 점점 낮아지는 범죄 연령과 갈수록 지능화되는 범죄 수법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소년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촉법소년의 기준 연령이 만 12세 이상에서 만 10세 이상으로 하향됐지만, 소년범의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여서 <소년법>의 개정 및 폐지를 요구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리얼미터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14명을 대상으로 ‘미성년 범죄 처벌 <소년법>에 대한 국민여론’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90%가 공감했다. 이 중 ‘<소년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의 항목에는 64.8%가, ‘법을 아예 폐지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의 항목에는 25.2%가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발생하는 소년범죄의 가장 큰 특징은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의 ‘2012년 이후 촉법소년 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8월까지 ‘강력범죄’에 연루된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의 수는 전국적으로 총 1,674명이다. ▲2012년 336명(20.1%) ▲2013년 353명(21.1%) ▲2014년 378명(22.6%) ▲2015년 318명(19.0%) ▲2016년 8월 말 289명(17.2%)으로 해마다 약 300명 이상 꾸준히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같은 기간 강력범죄를 포함한 전체 촉법소년범은 총 4만 1,441명으로 이를 연령별로 보면 ▲ 만 13세 70.9%(2만 9,374명) ▲만 12세 20.1%(8,346명) ▲만 11세 6.2%(2,555명) ▲만 10세 2.8%(1,166명) 순이었다. 더욱이 경찰청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청소년 범죄 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촉법소년은 3,416명으로 2017년 하반기(3,167명) 대비 7.9% 증가했다. 연령별 증가율은 ▲만 10세 –12.1%(198명→174명) ▲만 11세 7.0%(315명→337명) ▲만 12세 –5.0%(694명→659명) ▲만 13세 14.7%(1,958명→2,246명)로 만 13세의 범죄 비율 및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 기간 촉법소년의 폭력과 사기 등의 지능범죄는 각각 21%, 34% 증가했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 김재윤 교수는 촉법소년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소년법> 개정(폐지)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형사소송법>이 일반적인 형사사건에 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기본적인 절차법인 반면, <소년법>은 소년의 형사사건에 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특별절차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소년법>은 소년에 대한 교육을 통한 소년의 교화와 개선을 그 목적으로 하며, 이러한 목적은 결국 재사회화로 인한 사회 복귀를 중요한 요소로 인식한다. 특히, 소년보호 이념은 범죄 발생을 사전예방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회화 교육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소년법>은 소년보호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핵심적 사항을 담고 있어 지금까지 법으로 규정돼왔고 쉽게 개정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처벌 강화’ 우선 vs ‘교화’ 우선
대부분의 국민과 전문가는 <소년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처벌과 교화 중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처벌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초록 씨와 이효선 씨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김초록 (서울특별시 관악구·32)
<소년법>에 대한 개정 및 처벌강화는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예전보다 훨씬 영악해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미성년자 범죄도 더이상 미성년자가 실수로 저질렀기에 용인해줘야 하는 선을 한참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해자 대부분이 같은 미성년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개정 및 처벌강화는 미성년자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봅니다.
# 이효선 (성남시 수정구·21)
<소년법>은 강화돼야 합니다. 뉴스를 통해서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든 요즘 청소년들은 <소년법>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소년법>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되려 <소년법>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도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또한 <소년법>은 분명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도 불구하고, 미성년자 가해자 때문에 피해자가 되는 미성년자도 많아집니다. 이런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소년법>은 폐지돼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처벌보다는 교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있다.
# 박범준 (서울특별시 관악구·36)
<소년법>을 단순히 폐지한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와 성인이 다른 이유는 그들이 아직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인데, 만약 <소년법>을 폐지한다면 그것은 미성년자에게 성인과 같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사회적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성년자의 범죄가 늘어나는 것이 <소년법>이 처벌 수준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교육 부족과 아이들의 미디어에 노출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무조건적 폐지 및 처벌 강화보단 더욱 현명한 개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은서 (청주시 서원구·20)
지금 우리나라의 <소년법> 논란은 처벌 수준에만 논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년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교화 위주로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촉법소년의 대상이 되는 만 10세에서 만 13세 아이들은 도덕적 고려 없이 미디어에 노출된 위법행위를 그대로 모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년법>을 폐지해 처벌만 강화한다고 한들 이유 없는 범죄는 계속될 것입니다. 처벌 대신 인성교육 등의 교화 프로그램을 늘려서 가해자들이 후에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합니다.
처벌 강화 우선 vs 교화 우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봤다.
# 처벌 강화가 우선이다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정세종 교수)
개인적으로 <소년법> 및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양형 제한 규정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촉법소년 및 범죄소년(만 14~18세)에 가혹한 형벌을 내리자는 주장이 아니라 불필요한 논쟁의 여지를 없애자는 의미입니다. 현행 <형법> 제51조는 법원에서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만 충실하더라도 소년의 건전한 육성이라는 <소년법>의 취지는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교화가 우선이다
(건국대 법전원 김재윤 교수)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을 폐지하자거나 소년범의 법정형을 현행 20년에서 30년까지 가중하자는 등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러한 주장은 국가형벌권이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최우선으로 사용해 범죄를 억압하겠다는 중형주의 또는 엄벌주의를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형주의는 형벌을 가중해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것인데, 유기징역의 상한을 2배로 증가시킨 후에도 연쇄살인, 강간살인 등의 강력범죄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형주의는 인간을 목적 그 자체가 아닌 형벌의 도구 내지 객체로 전락시키면서 범죄 억지를 위해 아무런 비용 없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형사정책입니다. 그러나 소년범은 성인범에 비해 교육의 효과가 큽니다. 형사처벌보다는 교화·교육·개선·치료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교육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소년법>에까지 이러한 중형주의가 지배하도록 하는 것은 소년, 특히 만 10~13세까지의 촉법소년을 형벌의 도구로 전락시키자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소년은 성인과 달리 아직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미성숙하고 인지판단능력이 미약합니다. 한 번 또는 두세 번의 청소년기 범죄행위로 말미암아 성인과 동일하게 죄인으로 낙인을 찍고 사회에서 격리한다면 향후 사회 구성원으로서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소년법>, 나아가야 할 방향은?
<소년법>을 악용하거나, <소년법>으로 인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소년범의 뉴스가 보도될 때마다 국민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소년법> 개정 및 처벌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이와 같은 여론을 반영해 지난 5월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도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과거 발의됐던 수십 건의 <소년법> 개정안들이 국회 내에서 계류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소년법>이 정말 개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재윤 교수는 <소년법> 개정 전망에 대해 “<소년법> 전체를 폐지하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봤을 때, 촉법소년의 연령을 만 10세 이하로 다소 낮추는 경향은 찾아볼 수 있어도 촉법소년 관련 내용을 전면적으로 폐지한 입법례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최근 문제되는 강력 소년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소년법>이 다소 개정될 수 있다고 본다. 소년범의 재범 방지를 위해 <소년법>을 개정한다면 기소유예제도와 관련해 ▲소년범에 대해 선도 조치를 선행하고 그 효과 여부에 따라 기소 여부 결정 ▲가해자·피해자 간 조정 후 기소유예제도 도입 ▲청소년꿈키움센터와 연계한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활성화 등의 내용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현재와 같은 중형주의에 입각한 형량의 상향 내지 <소년법>의 폐지가 아닌, <소년법>상 10가지 종류의 보호처분 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예산과 인력의 투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예산과 인력의 지원 없이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소년법>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또한, 동국대 법과대학 김상겸 교수는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범죄를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미성년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미성년자의 경우 <소년법>을 알고 나이를 면죄부로 여기기도 한다. 그로 인해 <소년법>을 통해 나이를 기준으로 처벌하지 않거나 약한 처벌을 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처벌강화만이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보다 현실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선 <소년법>의 존폐를 논하는 이분법적인 시각보다는 처벌과 교화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범죄소년의 경우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성인과 동일하게 형사처벌 하는 등 현재보다 처벌을 강화하면서 교육적·사회보호적 차원에서 교육프로그램 이수 기간을 확대하는 등 교화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7조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도 아동은 사형이나 종신형을 받아서는 안 된다. 아동을 체포하거나 가두는 일은 가능한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년법> 전면 폐지는 우리나라 형법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흐름에도 반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소년법>은 ‘가해소년’의 형법에 대한 특별법이라는 것이다. 피해자를 위한, 피해 아이들을 위한 특별법은 현재 형법에 제정돼 있지 않다. <소년법> 폐지에 대한 국민의 청원이 뜨거운 이유에는 청소년 범죄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상처에 보상하는 방법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강화’밖에 없다는 현실도 작용했을 것이다. 소년범 재범 방지와 <소년법> 악용을 막기 위한 <소년법> 개정도 시급하지만, 피해자를 위한 대책 마련과 관련 법 제정, 그리고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김채완 기자
kimchaewan@cbnu.ac.kr
박채연 기자
patty990303@cbnu.ac.kr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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