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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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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완&허철&조재권
갈수록 우울해지는 사회, 우울한 현대인의 이야기
제 945 호    발행일 : 2019.10.14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현대인은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며 달린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사교육에 내몰리는 어린이와 청소년, 대학입시의 벽을 넘는 순간부터 스펙과 취업이라는 더 큰 벽에 가로막힌 대학생,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직장에서고군분투하는 중·장년, 은퇴 후에도 쉬지 못하는 노년까지 오늘을 사는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며 위로할 시간조차 없는 듯하다. 이처럼 증가하는 사회의 우울감은 영화<조커>에서도 잘 드러난다. 과연 우리는 이대로 괜찮을까?


현대인 이야기

  우리나라만큼 경쟁이 치열한 사회가 또 있을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니 어쩌면 엄마 뱃속에서부터 태교라는 이름으로 경쟁을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한 경쟁은 노년이 돼서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주 열심히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마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다고 말한다.

# 대학생 A 씨는 치열한 입시를 끝내고 청춘의 활기와 캠퍼스의 낭만을 생각하며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대학과 현실의 대학은 다름을 깨달았다. 낭만은 둘째치고, 대학은 학문보다는 취업을 준비하는 곳이었다. 그도 안정적인 공무원의 길을 택해야만 하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강의시간 말고는 도서관과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20대를 도서관과 학원에서 보낸 후 취업한다 해도 이건 끝이 아닌 시작이잖아요. 결혼과 승진 같은 또 다른 산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네요”라고 푸념했다.

# 공무원 B 씨는 치열한 시험을 치른 후 남들이 선망하는 안정적인 직업을 얻었다. 수년간 치열하게 일해 몇 차례 승진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했다. 앞으로 안정적인 미래만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집 사는데 들어간 대출금과 자식이 커갈수록 늘어나는 교육비에 자신의 노후준비는 포기한 지 오래다.

  현대인은 ▲우울증 ▲스마일마스크증후군(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 ▲번아웃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넵병(직장인들이 메신저 따위에서 상사의 부름이나 지시에 대해 ‘넵’이라고 대답하는 일을 빗대어 이르는 말) ▲범불안장애(일상생활의 다양한 주제에 관한 과도하고 통제하기 힘든 비합리적 걱정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정신 장애) 등의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이러한 질환은 주로 자신의 우울감을 표출할 수 없어서 나타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이 실시한 ‘2016년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우울증 포함)을 겪는 사람은 약 1,000만 명, 2016년 한 해 동안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은 약 470만 명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수가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평촌역 치유공간느낌 한선영 대표는 “오늘날 사회는 참다운 본인의 모습으로 설 자리가 별로 없어서,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진짜 얼굴로 살아가지 못한다.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하다 보니 우울과 자살 충동을 느껴 상담하러 오는 사람이 이전보다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쉽게 전문가를 찾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 조사에 따르면 평생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이 있는 성인은 9.6%이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 중 전문가에게 의논 및 치료를 받은 비율도 22.2%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선영 대표는 “사회적 위치와 상황을 막론하고 현대인은 누구나 대인관계와 자신의 감정표현에 서툴면 우울감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이 큰 도움이 되니,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현대인이 호소하는 우울감은 사회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사회적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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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고독감·우울감, 사회의 현황은?

  앨빈 토플러는 1970년 그의 저서 <미래의 충격>에서 “미래 사회에서 인간은 자유와 기회를 획득한 대신 피로와 우울감을 얻을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과연 그가 예측한 대로 현대인은 피로와 우울감을 느끼고 있을까?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59세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대해 인식을 조사한 결과,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사람은 ▲2014년 66.5% ▲2016년 71.0% ▲2019년 76.4%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회 전반의 우울감 증가가 자살 수용률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만 19~75세 이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8 자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과 비교해 시민들의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통받는 상황에서 자신이나 타인의 자살을 용인하는 인식.태도’는 2013년 2.96(5점 만점) → 2018년 3.02 ▲‘자살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 2013년 2.43 → 2018년 2.61 ▲‘자살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부적 태도’ 2013년 3.94 → 2018년 3.84로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통계에 대해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구혜란 연구교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사회관계의 변화가 크다고 본다. ▲전지구화 ▲개인화 ▲소통 매체의 변화 등으로 과거에 가족, 친척, 이웃, 친구처럼 직접 접촉하면서 친밀함과 도움을 주고받던 관계가 느슨해지고, 그 자리를 형식적이고 가상적 관계들이 대체하고 있다. 과거의 사회관계가 좋고 지금의 사회관계가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관계들이 과거 핵심적인 사회관계가 수행하던 기능을 대체하지 못하다 보니 현대인의 삶에 있어서 채울 수 없는 공백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정신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방치됐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우울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인천대 물리학과 박건우 학생과 한국외국어대 LT학부 이덕 학생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Q.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를 살면서 우울감이나 고독감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박건우
  현대 사회에서 고독감이나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다면 아마 SNS를 접하면서부터일 거예요. 과거 SNS를 하지 않았을 때는 혼자 있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혼자 게임을 해도 외롭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SNS를 하는 순간에는 즐겁지만, 막상 SNS를 끝내고 혼자 침대에 누워있거나 방 안에 홀로 있을 때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덕
  공감받지 못할 때 가장 고독한 것 같아요. 현대 사회에선 모두 각자의 일이 있고 바쁘잖아요.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데, 요즘은 그럴 여유를 찾기 힘든 시대인 것 같아요. 전에 신체적.정신적으로 바쁘고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때 누구와도 마음이 통하는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다 보니 깊은 고독을 느꼈어요.

Q. 과거와 비교했을 때 자살에 대한 수용률이 높아졌다는 통계가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박건우
  ‘자살에 대한 수용률’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자살을 택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는 감정이 우리 주변에 많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현대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여러 현상에 대해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와 같은 반응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타인의 극단적 선택에 공감하는 정도가 커졌기 때문에 그런 통계 결과가 나왔을 거라고 추측되네요.

# 이덕
  개인의 선택에 대한 충분한 존중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자살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자살한 사람을 ‘회피자’ 내지 ‘패배자’로 규정한다는 건데, 오늘날 사회는 그들에게 섣불리 낙인을 찍기 전에 죽음까지 개인 선택의 영역으로 보고 존중하는 사회 같습니다.

Q.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으며, 현대인의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부정적 요소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박건우
  그저 다른 이와 공감하고, 격려하는 차원으로 해결하긴 힘들 것 같아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는데, 정부와 지자체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사회적으로는 여기저기 만연한 부조리를 없애면서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까지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이덕
  자살률과 행복지수의 통계는 우리나라가 OECD 36개국 중 가장 우울한 사회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표현의 부재가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봐요. 우리가 서로의 표현에 조금 더 관용적 태도로 ‘네 감정은 그렇구나’라고 인정하고 들어준다면, 언젠가 그런 관용이 효과를 발휘해 현대인의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부정적 요소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우울을 벗고 행복해지려면

  책 <우울해도 괜찮아>의 문성철 작가는 현대 사회의 우울증에 대해 “우울감은 인간이란 존재가 창조될 때부터 존재해왔던 감정이었지만,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대중매체 및 SNS가 활성화되면서 행복함을 연상하는 ‘표준 이미지’가 우리의 눈과 감각을 지배했다. 그로 인해 조금만 우울해져도 상대적으로 더 큰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우울감과 싸우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동행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구혜란 교수는 “현대인의 정신적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관계의 긍정적인 기능은 강화하고 부정적인 기능은 약화하는 두 방향의 경로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각자도생, 무한경쟁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사는 삶’에 대한 공감대 형성,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타인에 대해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우리 학교 심리학과 유성은 교수는 “사람들은 종종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은 많은 경우 사실과 다르다. 이러한 색안경을 벗고 세상.타인.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비판단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또 소소한 일이라도 자신에게 보상하는 일들을 매일 한 가지라도 하는 것이 행복감을 느끼는 데 좋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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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완 기자
kimchaewan@cbnu.ac.kr
허철 기자
gjcjf102@chungbuk.ac.kr
조재권 기자
jjgwon@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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