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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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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완&김민지&안세린
무력 진압에 분노한 홍콩 시민, 자유를 외치다
제 946 호    발행일 : 2019.11.11 


일국양제라는 특수한 형식으로 살아가는 홍콩 사람들. 영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자유 민주주의를 유지하길 원하는 홍콩 시민과 홍콩을 점차 편입시키고자 하는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는 표면적으론 범죄인 인도법으로 인해 발발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홍콩의 특수한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홍콩 시민의 목소리, 그리고 홍콩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심층적으로 취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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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법 악용을 우려하는 홍콩 시민

  홍콩은 20여 개 국가와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하고 있지만, 중국.대만.마카오와는 이를 체결하고 있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해 백석대 중국어학과 류영하 교수는 “1997년 영국의 주권 반환 이전 홍콩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보 도시였다. 전 세계의 정보원들이 교류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서로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기 위해 중국.대만.마카오와는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중국이나 대만 등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피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이번에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을 추진한 계기도 바로 이런 사건 때문이었다. 지난해 2월 홍콩인 남성 찬퉁카이가 임신한 여자친구를 대만에서 살해한 후 홍콩으로 도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홍콩이 채택하고 있는 영국법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타국에서 발생한 범죄는 처벌하지 않고, 홍콩에서 저지른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2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홍콩의 속지주의를 악용하는 사례 때문에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이는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협정대상국으로 중국이 포함돼 있고, 중국이 이를 악용해 홍콩에 있는 반체제 인사를 중국으로 무작위 송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3월 31일부터 시위를 시작했고,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2차 심의가 예정된 6월 12일을 앞두고 시위는 점점 확대됐다. 6월 9일 100만여 명(▲주최 측 추산 103만 명 ▲경찰 추산 24만 명)이 운집한 시위를 기점으로 홍콩 정부는 시민들의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최루탄·고무탄·물대포 등을 사용해 강경 진압하면서 8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8월 침사추이에서의 시위 도중 경찰이 발포한 고무탄에 한 여성 참가자가 얼굴을 맞아 오른쪽 안구가 파열돼 실명에 이르렀으며, 지난달 췬완에서는 시위 중인 18살 남학생이 경찰의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무력.폭력 진압에 분노한 시위대는 홍콩 국제공항을 점령하고 사흘 동안 연좌시위를 벌였는데, 이로 인해 홍콩 국제공항 출국 수속을 비롯한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지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위대와 시민을 향한 홍콩 정부의 과잉 진압은 외국 관광객의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전해졌고, 세계는 홍콩의 시위를 주시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그 내면의 모습은?

  이번 시위는 홍콩 인구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여 명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홍콩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위이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시위에 참여한 것은 단지 범죄인 인도법을 반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할 당시, 중국 정부는 50년 동안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하며 일국양제를 약속했다. 그동안 영국의 자유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살아온 홍콩 시민 대다수는 중국의 사회주의 정치체제로 편입되기를 원치 않는다. 홍콩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법에 민감한 이유도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홍콩을 자신들의 정치체제로 편입시키려는 단계 중 하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안을 홍콩의 반중 인사와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해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가 홍콩을 자신들의 정치체제로 서서히 편입시키려 한다고 우려를 표하며, 이는 영국의 홍콩 반환조건 위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범죄인 인도법이 이슈화되기 전인 2015년 10~12월, 중국 공산당 내 권력 암투나 지도층 비리를 폭로하는 금서를 출판·판매했던 홍콩 코즈웨이베이 서점의 주주와 직원 5명이 잇따라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당시 실종됐던 5명 중 1명이 2017년 “중국 선전으로 납치돼 감금.조사를 받으며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그 전모가 드러났다.
  이에 대해 류영하 교수는 “홍콩 코즈웨이베이 서점 사건 등 과거 중국이 홍콩 시민들을 중국화 시키려는 시도가 많았기 때문에 홍콩 시민들의 불안감이 매우 높다. 따라서 범죄인 인도법 시행 시 경제사범에 대한 정의를 확대 해석해 정치범도 마음대로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이번 시위는 표면적으론 송환법에 대한 반대 시위이지만 심층적으로 보면 중국과 홍콩의 정체성 충돌로 발생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영국식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홍콩 시민들은 중국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중국은 홍콩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의 충돌이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꾸준히 갈등으로 이어져 왔고, 그것이 우산 혁명과 같은 사건으로 이어지다가 홍콩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시위인 지금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생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홍콩 현지에서 전해온 상황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홍콩 시민과 외부의 관광객은 SNS와 언론을 통해 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공항,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겁에 질린 홍콩 시민의 모습이 전해지며 중국.홍콩 경찰의 무력 진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기자는 지난 8월까지 홍콩에서 거주하며 직접 시위에 참여했던 이한(대만 타이베이·28) 씨에게 구체적인 현지 상황을 들어봤다.

Q. 홍콩 정부가 중국을 범죄인 인도법 대상국으로 추가하려고 한 것이 이번 시위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들었는데, 현지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이번 시위는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에서 실행하려는 범죄인 인도법의 실행, 그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촉발된 것이 아닙니다. 범죄인 인도법은 홍콩의 자유 말살 및 일국양제를 껍데기로 만들어 홍콩을 중국으로 완전히 편입시키려는 단초입니다.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됐을 시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일국양제를 무너뜨릴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2015년 코즈웨이베이 서점 직원 납치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홍콩 최대 번화가인 통로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5명이 넘는 직원이 시진핑의 사생활을 폭로한 서적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모두 불법으로 중국에 납치돼 사라졌는데, 저는 이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의 엄청난 규모의 시위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을 철회했음에도 시위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홍콩 시민들의 5대 요구 사항, 즉 ▲범죄인 인도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 책임자 문책 ▲체포된 시위대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입장 전면 철회 중 범죄인 인도법 공식 철회 이외에는 받아들여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문제는 현재 캐리 람 행정장관이 한국의 계엄령에 해당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이하 긴급법)을 지난달 5일부터 발동했는데, 이 기간에는 행정장관의 지시로 입법회를 마음대로 무력화할 수 있고 임의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기 때문에 시민들은 더욱더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Q. 현지에서 본 시위의 모습은 어땠나요?

A. 저는 6월 6일부터 7월 7일까지 약 한 달간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시위는 한국의 촛불 문화제처럼 남녀노소, 가족·연인·친구끼리 나와서 즐기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입니다. 다만 홍콩 경찰 옷을 입은 중국 공안의 시위진압대가 나타나면 현장은 바로 전쟁터로 돌변합니다.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하며 시위를 즐기고 있더라도 중국 공안의 시위진압대는 경고도 없이 사방에서 최루탄, 빈백탄(납덩이·쇠구슬총), 페퍼 스프레이, 곤봉으로 남녀노소·언론인 가리지 않고 무력진압을 합니다. 역사책, 다큐멘터리나 영화로 보던 무차별적인 무력진압 장면을 실제로 눈앞에서 겪으니 정말 온몸이 떨렸습니다.
  공안은 일부러 사람 얼굴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데, 시민·언론인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얼굴에 발포하는 까닭에 실명된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시위진압대가 이런 식으로 무력 진압을 해도 그들을 처벌하거나 막을 법안도, 방법도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시위진압대는 옷만 홍콩 경찰복을 입었을 뿐, 홍콩 경무처가 아닌 중국 공안부에서 지속적으로 충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시위가 없어도 항시 지하철역·인도·쇼핑몰 등에서 공안 진압대가 순찰하면서 시민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습니다. 소지품에 마스크나 검은색 옷 등이 나오면 그 이유 하나로 소지자를 바로 체포합니다. 이젠 홍콩은 완전히 공포정치, 경찰국가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로 홍콩이 다시 자유의 땅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지난 8월에 대만으로 떠났습니다.

Q. 앞으로 시위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거라고 보시나요?

A.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기 때문에 시위 방향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 백색테러를 행한 삼합회나 사복 공안들이 시민들 사이에 들어가 기물을 파손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수백 명의 시민이 납치돼 실종된 상태입니다. 거의 매주 변사체들이 바다에서 발견되고, 고층 건물에서 자살당하는 전형적인 공포정치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겁을 먹은 시민들은 되도록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습니다. 긴급법 발동 이후 홍콩에 대한 이미지는 날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위에 참여하지 않던 제 현지 친구들도 이제 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유서를 미리 써놓고 시위에 나오고, 노년층도 마스크를 쓰고 적극적으로 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의 저항은 수그러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시위의 장기화, 그 특징 및 진행 방향은?

  6월 15일,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의 규모가 확대되자 “많은 시민을 실망시키고 가슴 아프게 한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며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처리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을 공식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한 연기한다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발언에 크게 분노한 200만 명의 홍콩 시민은 ‘범죄인 인도법 완전 철폐와 캐리 람 행정장관 퇴진’을 외쳤다. 이에 캐리 람 장관은 재차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사회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인 인도법 입법 절차 재시작은 안 할 것이다”라며 범죄인 인도법을 공식 철회하진 않았다.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일인 7월 1일 55만 명의 홍콩 시민이 홍콩 입법회 건물을 점거해 경찰과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이후 경찰과 시위대 간의 무력 충돌이 점점 격화되자, 지난달 23일 캐리 람 행정장관은 범죄인 인도법을 사실상 폐기한다고 선언했지만, 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홍콩 시위의 양상에 대해 류영하 교수는 “시위가 5개월 이상 진행되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극단적 부류와 유화적 부류가 분리되며 패턴화된다. 즉, 내부적으로 이해관계의 충돌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당장 관광업계 종사자나 상인들은 시위가 장기화하면 상업활동이 위축돼 생계를 위협받기 때문에 시위의 장기화에 대해 점차 부정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현재 홍콩 시위가 점차 주말 게릴라성 시위로 바뀌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즉, 상대적으로 생계에 대한 부담이 덜한 학생과 젊은 회사원이 참여하기 수월한 주말로 시위가 정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우리는 삶에 지쳐 ‘빨간 날’만 찾느라 가슴 속의 뜨거운 불꽃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 그리고 최근의 촛불혁명까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자유를 열망하는 이들의 희생과 시민의 행동으로 발전해왔다. 군화에 밟히고, 총칼에 찔려도 더 뜨거운 불꽃으로 타올랐던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이 오늘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됐듯, 민주주의와 자유를 열망하는 홍콩 시민의 시위로 홍콩의 민주주의가 앞당겨지길 기원한다.


김채완 기자 kimchaewan@cbnu.ac.kr
김민지 기자 snop1015@cbnu.ac.kr
안세린 기자 kcbjcs99@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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