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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채완&박채연&허철
고교평준화, 고교서열화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제 947 호    발행일 :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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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하 유은혜 부총리)은 오는 2025년 3월부터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 국제고등학교(이하 국제고)를 일반고등학교(이하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이하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같은 교육 당국의 발표 이후,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학부모와 교장 연합회 등에서 집단 반발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여러 시민단체의 의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그 시작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안이다. 본래 정부의 구상은 이번에 발표한 자사고·외고·국제고 완전폐지가 아닌,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학교만 선별해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바꾸는 것이었다. 지난 2017년 11월 정부는 ‘고교체제개편 3단계 로드맵’을 내놓으며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운영성과평가(재지정평가)를 통해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는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한 후, 국가교육회의에서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7월 9일 발표된 자사고 운영평가를 놓고 지역별로 평가 기준이 달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논란이 심화되자, 교육부 주도로 법령을 개정해 일괄 폐지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달 5일 교육부가 발표한 주요 13개 대학의 지난 4년간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도 정책의 시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해당 발표에 의하면 학생부종합전형에 의한 합격률은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높았지만, 지원자와 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의 순으로 높게 나타나 서열화된 고교체계가 확인됐다. 정부는 이처럼 내신등급이 낮은 데도 합격률이 높은 것은 대학들이 학교에 따라 등급을 정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교육부는 2025년 3월부터 자사고 42개와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에 해당하는 외고 30개, 국제고 7개교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며, 일반고의 교육역량 또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 이지은 교육연구원은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 이후 수월성 교육을 위해 2000년 초반에 자사고를 시범 운영했으며, 2008년 이후 고교다양화프로젝트로 인해 자사고가 전국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정책의 흐름 속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생겼는데, 이는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서열화된 자사고.외고.국제고 입학이 대입을 미리 결정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고교체제개편정책’이 시행됐는데 이것은 단계적 평가를 통한 단계적 전환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올해 평가 기준에 미달된 자사고들이 법적 소송을 진행했고, 이것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불필요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판단해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괄 전환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개정안의 적용 시점이 2025년일까? 이는 고교학점제의 시작과 큰 연관이 있다. 고교학점제란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는 방식으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수강 과목이 학생마다 다르므로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내신 절대평가 전환은 학력 우수자들이 모여 있어 상대평가로는 높은 내신등급을 받기가 어려운 자사고·외고·국제고 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이런 이유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 전에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교육부는 올해 안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학생부터 적용되며, 전환되기 전에 입학한 학생의 경우에는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학생 신분이 유지된다. 또 개정된 시행령이 시행돼도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학교 명칭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한편, 과학고와 영재학교는 이번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선발방식과 입학전형은 개선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지필 평가 폐지나 입학전형에서 사교육 영향평가실시,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지원 시기 동일화 등 선발방식 개선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변화를 체감할 교사·학생·학부모의 목소리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에 누구보다 변화를 크게 체감할 사람은 교사·학생·학부모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A(부산광역시 사상구·50) 교사
  학생들이 불평등한 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은 교사 대부분이 반대할 것입니다. 저는 일반고와 외고, 모두에서 교사로 근무해봤기에 차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외고에서 2~3등급은 보통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7~8등급 학생조차 서울권 대학에 쉽게 가지만, 일반고 학생은 1등급이 돼야만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그 이하 등급의 학생은 서울 중하위권 대학에 가기조차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제 주변의 상당수 교사가 고교평준화에 찬성하고 있고, 저 또한 찬성합니다.

# 연경섭(안성시 공도중) 교사
  저는 고교평준화에 반대합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고교평준화가 이뤄진다는 전제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일반고 사이에서도 고교서열화가 존재하는데 고교평준화가 일반고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간극을 줄이면서 학교의 수준을 평준화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누구나 선호하는 학교를 선택한 권리가 있고, 선호 학교와 비선호 학교로 나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것을 인위적으로 평준화시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윤오성(인천광역시 서구·15) 학생
  고교평준화에 찬성합니다. 지금 다니는 중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는 친구, 특목고에 진학할 친구를 우대하는 것이 공공연히 눈에 보입니다. 만약 고교평준화를 통해 모든 학교가 일반고가 된다면 성적에 따른 차별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단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 장은진(고양시 덕양구·18) 학생
  저는 고교평준화에 반대합니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상위권 학생에게 알맞은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므로 충분히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사고와 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이 고교평준화로 일반고에 진학한다면 일반고에서 만족할만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김현옥(수원시 장안구·42) 학부모
  고등학교는 실제로 서열화돼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사고와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며 사교육을 시키고 심지어 편법을 쓰기도 합니다. 예전에도 고등학교 간에 어느 정도의 서열은 있었지만, 자사고와 특목고가 생긴 이후에는 그 차이가 더욱 극심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교서열화 해소를 통해 학교 간 차이를 극복하고, 획일적인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장점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서서히 줄어들 것입니다.

# 김선아(과천시 별양동·43) 학부모
  저는 고교평준화에 반대합니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평등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고교평준화가 시행돼도 학생이 어떤 사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대학이 결정될 겁니다.  다시 말해 고교평준화를 시행해도 사교육은 더욱 성행할 것이고, 경제 능력에 따라 질이 좌우되는 사교육은 학생들을 더욱 차별화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결국, 좋은 대학에 가야 출세한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진정한 평준화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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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를 둘러싼 전문가의 찬반논쟁

  교육계 전문가들도 고교평준화에 대해 찬반으로 의견이 갈린다. 찬성 측은 주로 다음의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우선 외고와 국제고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이지은 교육연구원은 “특목고 중 과학고를 이번 정책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과학고 학생의 약 94%가 대학 진학 시 이공계열로 진학하고 있어 과학고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외고와 국제고는 과학고와 비교해 대학의 어문계열 진학률이 절반도 되지 않으므로 어학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고교서열화로 인한 사교육과 차별 문제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현진 대변인은 “고교서열화 해소는 교육계의 숙원이다. 헌법에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공고한 피라미드식 서열을 이루고 있는 현재의 고교 시스템에서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사교육과 입시 경쟁에 시달리게 되고,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른 교육 기회의 차별이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교육 시스템과 운영능력이 아니라 선발된 우수한 학생이 지금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충북진로교육원의 백상철 교육연구사는 “좋은 교육은 학생의 역량과 상관없이 어떤 학생이 입학하더라도 좋은 학생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교육 시스템과 운영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시스템과 운영능력이 아니라 ‘우수한 학생 선발’만 중시하는 현 세태는 좋은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측은 고교평준화로 고교서열화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이영덕 소장은 “고교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고교서열화는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 간의 차이를 말하는데, 실제로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 간에서도 대학 진학실적 차이는 명백히 존재하므로 완전한 고교평준화는 힘들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을 위해 사교육이 필수적인 상황인데, 고교평준화가 시행되면 서울 강남처럼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곳에 학생과 학부모가 몰릴 것이고, 이는 이전 ‘강남 8학군’의 부활로 이어져 또 다른 고교서열화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 한양대 화학공학과 배영찬 교수는 “특목고에 진학할 학생과 일반고에 진학할 학생들이 함께 일반고를 다녀도 결국 수준 차이로 인해 우열반이 생길 것이다. 이는 다시 학생들 간에 상대적 박탈감을 생기게 할 것이므로 근본적인 대학 입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고교서열화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배영찬 교수는 “지난달 8일에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은혜 부총리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총 59개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데 약 1조 5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학교를 만드는 데도 큰 비용이 들어갔을 텐데, 없애는데 다시 1조 원 이상이 소모된다는 것은 매우 큰 사회적 비용이다. 전례를 보면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뀌는데 만약 1조 원을 투자해 없앴다가 정권이 바뀌어 부활시킨다고 하면 막대한 세금이 공중 분해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흔히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는 뜻으로, 당장 눈앞의 이익을 찾기보단 다음 세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정권에 따라 쉽게 바뀌었던 탓에 혼란만 가중했다. 정부는 정책 시행에 앞서 예상되는 부작용에 꼼꼼히 대비하고, 구체적인 계획과 가이드라인 제시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해 백년대계가 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기 바란다.


김채완 기자 kimchaewan@cbnu.ac.kr
박채연 기자 patty990303@cbnu.ac.kr
허철 기자 gjcjf102@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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