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중국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최초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이하 코로나19)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고 있다. 지난 12일 자정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7,869명 ▲격리 해제 333명 ▲사망자 6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후 50여 일이 지났지만, 코로나19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초래함은 물론, 질병 자체의 위험을 넘어 여러 가지 사회적 혐오와 논쟁을 낳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된 코로나19, 그 원인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그 원인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때로는 이러한 논쟁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감염병 확산 방지에 뜻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 국론만 분열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런 논쟁 중 가장 첨예한 것이 ‘중국인 입국 금지’ 문제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제한적 입국 금지’를 실시했다. 그러나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에 지난달 27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의 특별입국 절차 시행 결과 중국인 입국자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최근 입국하는 중국인의 수가 감소했고 ▲전면 입국 금지는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의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시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한국역학회의 최영준 총무이사는 “중국인 입국 금지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태 초기로 돌아가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고 해도 누구도 보건학적·과학적 근거를 포함하는 정확한 주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WHO에서는 국제보건규칙을 통해 ‘전염병 발생 시 국경을 봉쇄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는다’라고 발표했다. 지금 세계는 굉장히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북한처럼 국경을 완전히 봉쇄해도 밀입국자가 생기면 추적관리가 어려워 더 큰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주연(의왕시 내손동·53) 씨는 “사태 초기 중국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을 때는 입국 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인과 관련 없는 국내 특정 집단으로 인해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지금의 상황을 보니, 그때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시행했으면 중국과의 외교 마찰로 더 큰 피해가 생겼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경제교류가 가장 활발한 나라가 중국이라는 점, 국내 확진자 중 중국인으로부터 전염된 사례가 거의 없는 점, 중국인 입국 금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현재 중국인 입국 금지 주장은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확산의 실질적 원인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에 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하락세를 보이던 지난달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환자가 신천지 신도로 밝혀졌다. 이어, 그가 다니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신천지의 비밀주의와 독특한 포교방식은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신천지 측은 예배를 포함한 모든 모임을 중단하고, 전국의 신천지 시설과 신도 명단을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천지 신도의 모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았고, 제출된 목록과 명단에는 누락되거나 허위로 기재된 시설과 신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확진자의 대다수가 신천지 신도인 상황에서 이러한 행위는 정부의 역학조사와 방역업무를 방해했다.
코로 나19와 함께 확산된 ‘혐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타당한 비판을 넘어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중국인이 대상이었지만, 점차 신천지 신도, 그리고 대구·경상북도(이하 경북) 지역민으로 혐오가 확대됐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불쾌한 경험을 하는 대구.경북 지역민이 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구 인권사무소 박민경 조사관은 지난 3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구 시민 한 분이 서울 출장을 가기 위해 동대구역에서 고속철도를 타는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뒷자리에 앉았던 승객이 앞 좌석을 향해 소독 스프레이를 마구 뿌린 사례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또 A(대구광역시 서구·22) 씨는 “친구가 대구에서 모 지역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 내렸는데, 버스 근처에 서 있던 사람이 고속버스 앞에 붙은 출발지를 보더니 본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혐오는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심각하다. 중국의 우한이 코로나19의 근원지인 것이 알려지자 혐오는 특정 국가와 인종에게 향했다. 디지털 포스트 작성, 국제 청원사이트에 호소 글 게시 등의 방식으로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혐오와 싸우고 있는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주와 유럽 등에서 중국인은 물론 아시아인 전체를 차별하거나 증오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네덜란드 KLM 항공사의 승무원이 지난달 10일 기내 화장실 문에 한글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여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당시 탑승해 있던 한 한국인 승객이 승무원에게 항의했지만, 같은 내용의 영어 문구를 추가하며 인종차별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은 동영상으로 찍혀 SNS에 퍼졌고, 4일 뒤 해당 항공사 사장은 사과했지만, 인종 차별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유럽 여행을 다녀온 황문규(성주군 성주읍·24) 씨는 “파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프랑스인이 왜 마스크를 쓰고 있냐고 말하며 마스크를 벗고 프랑스 공기를 마시면 질병이 빨리 나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이탈리아에서는 지하철역에서 한 이탈리아인이 마스크를 끼고 있는 나를 보며 ‘차이니즈 으~ 코로나 코로나~’라고 말하며 손가락 욕을 했다”라고 전했다. 역시 같은 기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이효주(서울시 관악구·23) 씨는 “이탈리아에서 버스를 탔는데 한 할머니가 자기 앞에 서 있지 말고 뒤로 가라고 했다. 아마도 코로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원래 유럽 내에 동양인 혐오가 존재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혐오가 더 심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유럽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프랑스 중북부의 망트라졸리에 거주하는 칸 자하나라(Khan Jahanara·19) 씨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이미 프랑스 내에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로 더 심해진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면 심각한 질병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 파이레 거주하는 줄리 아르타엣(Julie Artayet·20) 씨는 “나는 인종 차별 사례를 미디어를 통해서만 봤지, 길거리나 지하철역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목격하지 못했다. 그런데 친구가 아시아인인데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길거리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내 생각엔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코로나19를 이용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함께 확산된 혐오에 대해 박기태 단장은 “모든 질병이 아시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님에도 서구사회의 일부 언론이 아시아가 질병 바이러스의 근원지이며 아시아인이 바이러스 전파자인 것처럼 묘사해 혐오를 키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인류학과 이정현 교수는 “사람은 갑작스럽게 예기치 않은 위기를 맞이하면 그러한 위기를 나름대로 설명할 수 있기를 바라고, 특히 자신과 상관없는 외부에 그 문제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심리적인 상태에 처하게 된다”라고 혐오가 생기는 원인을 설명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심리학을 주제로 한 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연재 중인 이종범 작가는 “▲나라 ▲지역 ▲학벌 ▲성별 등 어떤 집단의 속성을 개인에게 덧씌우는 ‘투사적 혐오’의 본능이 사람들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최근 나타나는 혐오의 원인이자 시작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뿌리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존재한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혐오’에서 ‘연대’로
그러나 혐오를 뛰어넘어 연대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의료 인력과 재정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전국의 수많은 의료진이 대구.경북으로 향했고, 많은 기업과 개인이 기부금을 전달했다.
지난 2일부터 대구 영남대 병원에서 의료지원 중인 최영 간호사는 “지난해 말까지 간호사 일을 하다가 퇴사한 후 소방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대구·경북에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있을 시험은 포기한다는 각오로 달려왔다. 현장에 와보니 정말 인력이 부족하고, 업무 분담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특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는 보호 장비를 입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한번 입으면 최소 4시간 동안은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음식, 마스크, 의류 등을 기부해주셔서 진료에 집중할 수 있고, 많은 국민이 우리의 노고를 알아주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말을 전했다.
지난달 22일 대구의 한 보건소로 의료 지원을 다녀온 익명의 한 간호사는 “제가 배치된 보건소는 신천지교회가 있는 지역의 보건소로, 매일 몇백 명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었다. 상황 자체가 좋아지고 있지 않아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일반인은 코로나19를 확산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고생하는 의료진과 공무원을 돕는 일인 것 같다. 마스크가 손 씻기를 대신할 수 없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손 씻기를 열심히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재 의료 환경이 매우 열악하니 정부에서는 의료지원 환경 개선을 위해 좀 더 힘써 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SNS에서 진행 중인 기부 챌린지로 대구.경북 지역에 모금을 전달한 강혜원(대구광역시 달서구·23) 씨는 “고생하시는 의료진분들과 소방 구급 대원분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은 주지 못하지만, 성금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므로, 모두 다 같이 잘 사는 사회가 되도록 힘쓰는데 알맞은 활동이 기부나 봉사라고 생각하다”라고 말했다. 또 재해구호협회, ‘카카오톡’ 기부 이모티콘 구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부한 조미선(충주시 금릉로·23) 씨는 “뉴스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 의료진들의 어려움과 여러 유명인의 기부 소식을 접하면서, 나도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누릴 것들을 아주 당연하게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사회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끊이지 않는 확진자 발생 소식에 많은 국민이 두려움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처럼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혐오이다. 혐오는 연대를 끊고 약자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혐오는 이것을 방해할 뿐이다. 혐오를 끊고 연대의 물결에 동참한다면 ‘코로나’는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이소민 기자
lsm0468@cbnu.ac.kr
허철 기자
gjcjf102@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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