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월 가수 승리와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과 유포 사건인, 일명 ‘버닝썬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내부공익신고자의 공익신고 덕분이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접수된 공익신고는 지난 2018년보다 1.5배 증가한 4,807건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런 공익신고자, 특히 내부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이에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공익을 위해 고발하다, 공익신고자
공익신고자는 우리 주변에도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경희대 의과대의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사건이 알려졌다. 연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청주교육대 일부 남학생이 단톡방에서 특정 여학생들의 사진으로 성희롱과 여성 혐오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밝혀졌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같은 단톡방에 있던 내부자의 고발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러한 내부고발에 대해 우리 학교 김채완(경영학과·18) 학생은 “내부공익신고자가 없었다면 부도덕하고 위법한 일들이 지금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의 비난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 진실을 말한 내부공익신고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공익신고는 내부공익신고자에 의해 이뤄지므로 보통 내부공익신고자를 공익신고자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학사전>은 내부공익신고자를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부패와 비리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위해 제보했지만, 내부공익신고자가 보복을 받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한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이를 미뤄 알 수 있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조사 결과 공익침해행위가 발견되기 전까지 신고내용의 비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공익신고자보호법> 제8조는 공익신고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자와 그 내용, 공익신고의 취지와 이유를 적은 신고서와 함께 증거를 첨부해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신분 노출 우려와 여러 부담되는 상황에 있는 경우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변호사가 대리로 신고할 수 있는 ‘비실명 대리신고’ 조항이 2018년 신설됐고, 이것의 첫 사례가 지난해 있었던 ‘버닝썬 사건’이다.
보호받지 못하는 공익신고자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2조와 제15조는 공익신고자의 동의 없이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노출하는 행위와 공익신고자에게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 연예인의 마약 투약 혐의와 경찰 유착 의혹을 신고한 공익신고자 한 모 씨의 신상이 일부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노출됐다. 권익위는 해당 기자와 언론사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2018년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이 수사한 사건 74번 중 불기소 처분된 사건이 64건인 점을 고려할 때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더불어 2011년 KT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 조작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KT 노조의 이해관 전 위원장은 KT로부터 3차례의 징계를 받았다. 권익위가 이를 부당한 탄압으로 판단, 징계 취소를 결정했지만, KT는 2016년 이해관 전 위원장에게 다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처럼 공익신고자는 신원 노출로 인한 불이익뿐 아니라, 신분보장 제도의 허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2015년 권익위 백서에 따르면 2008년 2월 권익위 출범 후 2015년 12월 말까지 신고자 또는 협조자가 보호 조치를 요구한 것은 총 160건으로 연평균 약 20건에 이른다. 160건 중 125건이 신분보장 요구였지만 실제 신분보장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34건으로 약 27%에 불과했다.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지문 본부장은 “신분보장을 통해 조직에서 계속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왕따와 함께 장기적으로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그 과정에서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가정과 직장 내에서도 큰 문제점이 생기게 되고, 내부공익제보자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더 강화돼 신고자가 그 과정에서 신고에 대한 후회, 조직과 사회에 대한 원망 등으로 발전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 차원에서 이뤄지는 내부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행위를 법적으로 입증하고, 처벌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공익신고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범
우리나라 형법 제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이른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 일컫는데, 이 법 규정에 근거해 공익신고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1년 3월 유엔인권위원회와 2015년 11월 유엔 산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위원회에서 각각 진실 방어를 위해 해당 조항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사실이 있다.
하지만 관련 조항의 폐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먼저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오히려 공익신고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의 한 변호사는 “미투 운동처럼 성폭력 범죄의 경우, 가해자나 그 가족이 피해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아 여론몰이를 하며 압박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대응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자도 피해자를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대개의 성폭력 사건은 정황증거와 피해자의 진술만 있고 사실관계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아 무혐의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피해자가 오히려 역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주장은 형법 제310조 내용에 근거한다. 형법 제310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통해 공익신고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5년 대법원은 대학교수의 여학생 성추행 사실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식지에 게재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여성단체 간부들을 형법 제310조에 근거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례에 비춰봤을 때 공익신고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시 사실이 형법 제310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공익신고자가 반드시 해당 조항의 보호를 받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법이 규정한 행위만 공익 신고 대상?
<공익신고자보호법> 제2조 1항은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저촉하는 행위만을 공익침해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시행 중인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을 총 284개 법률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는 형법이 빠져 있다. 이로 인해 배임과 횡령, 성폭력 등 형법상의 범죄는 공익침해행위에 속하지 않아 이를 신고하면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을 수 없다. 다만 <부패방지권익위법>을 적용해 배임과 횡령에 대한 경우는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성폭력 범죄에 대한 보호는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관련 법률을 일원화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지문 본부장은 “<부패방지권익위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입법 목적과 취지가 유사하지만, 일반 국민이 두 법률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이해하기에는 개별 법령이 복잡하고 어렵다”라며 “두 법령이 규정하는 신고자에 대한 보호 수준도 차이가 있어 두 법령을 하나의 법령으로 일원화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또 호루라기재단 오상석 상임이사는 “신고 대상을 법률에 명시한 위반 행위로만 한정하는 현재의 열거주의의 공익침해행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포괄주의로 바꿔야 한다”라며 “공익침해 행위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영국의 <공익신고법(Public Interest Disclosure Act)>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권익위는 지난 1월 31일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에 ▲<병역법> ▲<단말기유통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141개 법률을 추가해 425개로 대폭 확대한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형법은 포함되지 않았고 공익침해행위의 포괄주의도 명시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국회의원이 권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된 201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익신고자가 권익위에 보호를 요청한 보호사건은 총 292건으로 이 중 256건을 처리됐으나 권익위는 90건만을 보호사건으로 인정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있지만, 여전히 공익제보에는 자신의 희생을 감수할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자신을 공익신고자로 포장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례도 있지만, 아직은 선의의 공익신고자가 더 많고 그들은 충분한 보호 없이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우리는 공익신고자를 향한 ‘진실과 공익’ 차원에서의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동시에 보호의 사각지대 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법안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소민 기자
lsm0468@cbnu.ac.kr
박채연 기자
patty990303@cbnu.ac.kr








이소민&박채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