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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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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철
길바닥으로 나온 아이들, 충북희망원에는 무슨 일이?
제 950 호    발행일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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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충북희망원’(이하 희망원)이 문을 닫게 됐다. 최근 몇 년간 희망원에서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와 아동 간 성범죄 사실이 발각됐고,  운영진의 개선 노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청주시로부터 시설폐쇄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에  희망원에 살고 있던 아이들은 빼앗긴 집을 돌려달라며 희망원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청주시는 그들과 대화를 시도하지만 좀처럼 타협을 보지 못하고 있다. 희망원과 관련해서 많은 의혹과 갈등이 있는 가운데, 기자가 직접 이와 관련된 사실과 아이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취재했다.

3대가 이어온 충북희망원,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 위치한 희망원은 아동양육시설로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양육해 성인이 될 때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설이다. 1948년 허마리아 여사에 의해 설립된 희망원은 이후 김경회 씨가 원장직을 맡아 최근까지 3대가 이어서 운영했던 시설로 청주 지역에서 소외된 아동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실제 희망원에 있던 아이들 대부분은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려져 이곳에 왔다. 그래서 이들에겐 희망원은 집이고, 같이 사는 친구들은 형제자매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지난 2월 4일 시설종사자에 의한 아동학대 사실 2건(2017년, 2019년)이 발각되면서 청주시가 희망원에 2월 9일부터 3월 10일까지 한 달간 운영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가족 같은 친구들과 한 달 동안이라도 떨어지는 것이 싫었기에 아이들은 다른 시설로 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희망원 앞에서 농성 중인 아이들로 이뤄진 희망원아동대책위원회(이하 희망원 대책위) 소속 A 원생은 “다른 시설로 가기 싫었지만 시청 관계자분이 찾아와 떠나지 않으면 희망원 보육교사분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선생님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어쩔 수 없이 관계자분에게 우리들의 의견을 우선으로 고려해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떠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운영정지 기간 진행된 법인 특별점검을 통해 지난 5년간 희망원에서 아동학대와 아동 간 성범죄 사건이 15건이나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청주시는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난 3월 31일 <사회복지사업법> 제40조에 의거 희망원에 시설폐쇄 행정처분을 내렸다. 청주시는 공식 의견서를 통해 “아동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돼야 하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최근 5년간 해마다 1~4건의 중대한 불법행위가 발생했음에도 시설이나 법인 차원의 개선 노력이 매우 미약했고,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없었다”라며 시설폐쇄 이유를 밝혔다. 또한, 해당 특별점검을 통해 ▲기본 재산 처분 허가 미이행 ▲업무상 배임 행위 ▲후원금 용도 외 사용 등이 추가로 발각됐다. 이에 충청북도는 가족 중심 운영으로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지난달 15일 <행정절차법>에 따라 희망원에 대한 법인설립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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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돌려달라’는 외침 속 청주시청과의 갈등

  희망원에 살고 있던 33명의 아이들은 지난 2월 4일 자로 희망원이 한 달간 운영정지 처분을 받자, 다른 3곳의 보육시설로 전원조치(타 시설로 아동들을 옮기는 조치)됐다. 하지만 운영정지를 넘어 시설폐쇄 처분이 내려지자 흩어졌던 33명의 아이 중 15명이 희망원을 지키기 위해 지난 3월 17일부터 희망원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기자가 희망원을 찾았을 때, 아이들에 대한 청주시와 봉사단체의 지원은 끊긴 상태였고, 그들은 허름한 텐트 4동에서 대부분의 끼니를 라면으로 해결하며 버티고 있었다. 길어지는 농성에 아이들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희망원을 되찾겠다는 의지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왜 타 시설에서 다시 희망원으로 온 것일까? 희망원 대책위의 B 원생은 “우리도 타 시설에서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곳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차별적인 언행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곳의 아이들이 우리에게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아이들의 주장을 확인하고자 관련시설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운영정지 처분을 내리며 희망원 시설장에게 아동들에 대한 전원조치 명령을 내렸다. <아동복지법 시행령> 제50조의 2에 따르면 시설을 폐.휴업하는 경우 시설장은 아동들에게 전원조치의 필요성 및 계획 등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하고, 이후 시장에게 아동들의 의견을 고려한 전원조치를 요청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청주시는 희망원 시설장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지난 2월 3일에서 8일까지 직접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전원조치 이유를 설명하고 심리상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의견이 잘 반영됐을까? 희망원 대책위 B 원생은 “상담에서 과거 일어난 아동 간 성범죄 사실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전원조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적절한 심리상담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설 운영정지 전까지 희망원에서 일했던 보육교사 C 씨는 “운영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시행되기 전까지 실질적으로 시간이 일주일도 없었기 때문에 상담하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각 시설에 배치되는 아이들의 명단을 청주시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에 시설과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의 아동지원팀 관계자는 “아동들과의 면담을 통해 아동 간 관계를 파악했고, 무엇보다 원생 간 성범죄 사건에서 발생한 가해 아동과 피해 아동을 분리하기 위해 한 시설에 모든 아이를 배치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청주시가 자신들의 농성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원생에 의하면 현재 농성 중인 아이들 중 6명이 통고제에 걸려 있는 상태다. 통고제는 <소년법> 제4조 제3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호자 또는 학교.사회복리시설 등의 장이 죄를 범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소년을 관할 법원 소년부에 통고해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이 직접 개입하게 하는 제도다. A 원생은 “전원조치 된 시설에서 아이들을 통고제로 신고한 것인데, 청주시가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농성 초기부터 희망원 아이들을 돕고 있는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는 “한 시설의 국장님으로부터 청주시가 아이들에게 통고제를 내리라고 지시해서 매우 곤란하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청주시청 관계자는 “통고제는 각 시설의 권한이기 때문에 우리는 관여할 수 없다”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사실 확인을 위해 각 시설에 취재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희망원과 관련된 또 다른 의혹,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이러한 상황에서 청주시가 무리하게 희망원을 시설 폐쇄한 이유가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시장)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봉명동에 위치한 시장은 2022년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 이전부지에 희망원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조윤환 대표는 “이곳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주시 관계자의 초대로 당시 지역 정치인, 경찰관 등과 식사를 했는데, 그때 처음 시장에 대해 들었다. 그 자리에서 시장 이전이 1,600억 규모의 국가사업이라며 나한테 협조를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국가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면 희망원 아이들이 자립할 때 살 수 있는 집을 배상으로 줄 방법이 없는지 물었고, 법적 검토를 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청주시는 사실이 아니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청주시 관계자는 “그 식사 자리에서 시장과 관련된 얘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희망원과 관련한 배상을 위해 법적 검토를 해보겠다고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시장 이전과 관련된 계획은 이미 지난해 12월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돼 지형도면이 발표됐다. 시장부지에 희망원이 편입돼 1억 원 이상의 보상금이 나온다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청주시는 공식 의견서를 통해 이와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로 청주시의 명예를 훼손할 시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장과 관련된 배상금 문제가 제기되면서 아이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생겨났다. 아이들이 배상금을 받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희망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던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의 한 회원은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을 보고 이 사건을 알게 됐다. 희망원에 머물면서 회원분들이 보내주시는 후원 물품들(음식, 옷, 텐트 등)을 관리하고 청주시에 아이들의 의견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5일 만에 그만뒀다. 봉사 도중 아이들로부터 ‘집 한 채가 나온다’, ‘1억, 3억을 받을 수 있다’ 등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 조윤환 대표가 본인을 에이전시라고 표현하며 보상금 관련 얘기를 했다. 돈으로 보상해 달라는 것은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그렇게 할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그런 의도였다면 애초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배상금과 관련해서 여러 이익 단체가 얽혀있는 것 같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윤환 대표는 “아이들이 농성을 시작하면서 고아권익연대에 호소문을 보냈고, 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온 것이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배상(집) 얘기는 시장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한 것으로 이 둘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일부 사이트에서 내가 보상금이 나오면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는데, 만약 보상금이 나오면 국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전혀 가능하지 않다. 나는 그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대신해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일 뿐이다”고 해명했다. A 원생은 “우리들의 요구는 희망원을 돌려달라는 것이지 돈을 바라고 농성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조윤환 대표님으로부터 보상 관련 얘기를 들었을 뿐이고, 조윤환 대표님은 부모의 입장에서 우리의 권리를 대변해준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가족 같은 친구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독립된 공간만 있으면 다른 것은 필요 없다”라고 강조했다.

희망원 시설폐쇄가 최선의 대안이었을까?

  앞서 청주시는 시설폐쇄 명령을 내리며 심각한 문제들이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개선의 노력이 없었다는 것을 처분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시청의 행정처분 전부터 지속해서 희망원의 시설폐쇄와 법인설립허가 취소를 주장해왔던 충북희망원 대책위원회 이효윤 공동집행위원장은 “청주시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희망원 법인 이사회의 회의록을 열람했는데, 아동학대와 아동 간 성폭력 사건에 대해 논의한 기록이 없었다. 그동안 지역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운영진은 이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설폐쇄와 법인 청산은 합당한 절차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원 측에서는 시설폐쇄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조윤환 대표는 “아동학대 관련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법인청산 후 새로운 법인과 시에서 보낸 새로운 인사들로 희망원을 다시 운영하면 됐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희망원 측에서는 시설폐쇄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언도 있다. 보육교사 C 씨는 “시설폐쇄 처분이 내려지기 전인 지난 3월 18일 희망원 이사장으로부터 ▲시설 모든 운영권 위임 ▲이사진 선발권 위임 ▲현 이사진 전원 교체 등의 내용을 담은 서약서를 받아 청주시청에 전달하려 했지만, 청주시청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서약서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해도 시설의 개선 의지를 확인해 아이들에 대한 구제책을 같이 논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아이들 가운데 가해자도 있지만, 다수의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를 생각했어야 했다”라고 전했다.
  이에 청주시 관계자는 “시설폐쇄 처분은 <사회복지사업법>과 <아동복지법>을 모두 검토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정 처분한 것이다.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모든 행정처분을 희망원 측과 합의해 진행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4월 중순부터는 매일 현장에 나가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그들의 요구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아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전했다.

  <UN아동권리협약> 제3조에는 “정부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청주시는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상담이 부족했다면 지금이라도 충분한 설명을 한 후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희망원과 관련된 여러 허위사실로 불필요한 소모전과 아이들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한번 버림받은 아이들이 사회로부터 다시 상처받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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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철 기자
gjcjf102@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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