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cm에 38kg, 목표 이룰 때까지 함께 조이실 분 찾습니다”,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개말라”, “열심히 빼서 죽기 전에 뼈말라 한 번은 해 봐야지”…. 이는 모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 ‘#프로아나_트친소’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글들이다. 마른 몸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을 위해 극단적인 방법까지 불사하는 그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프로아나, 그들에 대해 알아봤다.
그들은 왜 ‘개말라’를 꿈꾸나
프로아나(proanorexia)란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8년 SBS <뉴스추적>에 프로아나족의 이야기를 다룬 방송이 송출되면서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지난해 말부터 트위터상에서 관련 해시태그가 확산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은 SNS에 ‘트위터 친구를 구합니다’를 뜻하는 해시태그 ‘#프로아나_트친소’를 통해 목표 체중까지 함께 조일(굶을) 친구를 구하기도 하고, 자신의 현재 스펙(키와 몸무게)과 목표 체중을 게시하고 지정한 기간 내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당 트윗(글)을 리트윗(공유)한 사람 중 추첨을 통해 기프티콘을 선물하거나 현금을 입금하겠다는 공약으로 자신에게 강제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체중 감량 ‘팁’을 공유하겠다는 명목으로 ▲먹토(음식을 먹고 토하는 것) ▲씹뱉(음식을 씹기만 하고 삼키지 않고 뱉는 것) ▲단식 ▲변비약 및 이뇨제 복용 ▲다이어트 관련 양약 및 한약 복용 등 비정상적인 체중 감량법을 전시 및 공유한다. 과거의 프로아나가 주로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등 폐쇄적인 성향을 보였다면, 현재의 프로아나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을 암묵적인 원칙으로 하되 관련 콘텐츠 자체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SNS에 공개적으로 게재하는 특징을 보인다.
프로아나 관련 해시태그가 크게 확산되기 전부터 프아계(프로아나 계정)를 운영했지만,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는 고등학생 A 씨는 “과거에는 섭식장애 치료를 실패하거나 포기한 사람을 프로아나로 칭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단순히 마른 몸만을 목적으로 유입된 극단적 다이어터들이 늘어나서 ‘아주 마르고 싶은 사람’ 자체를 프로아나로 칭하는 분위기다”라며 프아계의 현 실정을 전했다. 한편, 최근 프아계를 개설했다는 중학생 A 씨는 “작년에 살이 급격하게 찌고 인터넷을 통해 이것저것 검색하던 중 관련 해시태그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눈으로만 보며 따라 했는데 점점 의지가 떨어지는 것 같아 계정까지 개설하게 됐다. 지금은 격주제 등교라 학교 가는 날에는 급식을 두 숟가락 정도만 먹고, 가지 않는 날에는 그냥 설탕을 탄 녹차 1L로 온종일을 버틴다. 정말 못 참겠다 싶은 날에는 먹고 싶었던 음식을 씹기만 하고 뱉으면서 단식을 한다”라고 전했다. 프아계를 운영 중인 또 다른 중학생 B 씨는 “먹토나 씹뱉은 하지 않지만 닥치고 굶는 편이다. 주위에서 뚱뚱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보기에는 옷핏이 만족스럽지 않아 속상하기도 하고 마른 연예인들을 보면 자극을 받게 된다. 현재 159cm에 46kg지만 38kg까지 감량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개인의 ‘선택’인가,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그림자’인가
마른 몸을 갖기 위해서라면 극단적인 방법까지 불사하는 이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프로아나가 최근 들어 급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프로아나 문화 확산의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바로 ‘사회풍조’다. 마른 몸은 동경의 대상으로, 뚱뚱한 몸은 경시의 대상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사회풍조가 프로아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우리 학교 병원 가정의학과 강희택 교수는 “프로아나 문화 확산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마른 몸에 대한 사회문화적 동경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단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마른 체형이 더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모한 프로아나 확산의 원인이라고 본다. 비만인 사람은 자기관리를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고, 마른 몸이 더 아름답다는 인식이 은연 중에 널리 퍼져 있다”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윤미 교수도 “여성의 날씬한 몸을 아름다움과 능력 있음으로 이상화하는 사회문화적 영향이 젊은 여성들을 자신의 신체에 만족하지 못하고 저체중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보탰다.
두 번째는 ‘미디어의 발달’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몸에 대한 콘텐츠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미디어 속 마른 몸을 가진 연예인을 모방하기 위해 프로아나에 빠지게 된다는 의견이다. 식이장애 회복 커뮤니티 ‘너는 꽃’을 운영 중인 박지현 상담심리사는 “인스타나 유튜브 등, 몸에 대한 콘텐츠는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아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기 이전인 10대에서 20대 사이에 그런 콘텐츠를 어떠한 검열 없이 무작위로 접하다 보면, SNS에서 지향하는 몸을 덩달아 동경하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마른 몸을 칭찬하고 이상화하는 프로그램 자체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이를 떠나서 포토샵 등 2차 보정이 이뤄진 몸을 보고 ‘아, 저렇게 관리해서 말라야만 인기도 많아지고 힘을 얻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윤미 교수도 “텔리비전만 켜면 심한 저체중 상태인 연예인과 아이돌이 나오는데, 그들처럼 되고 싶고 동일시하려는 심리적 현상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미디어에서 뚱뚱한 사람을 대개 무능하고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표현하는 무의식적인 메시지가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의 청년들을 자신의 몸매에 열등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 자신 전체에 대한 열등감이나 자존감 저하로 추락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프로아나,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사회 문제와도 크게 맞닿아 있는 프로아나지만, SNS상의 대부분의 프로아나는 자신이 이러한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며,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중학생 C 씨는 “나 하나 굶는다고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알아서 잘하고 있는 사람을 괜히 양지로 끌어올려 비난하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 한다. 건강이 중요했다면 애초부터 시작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들은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은 역시 “아니오”였다. 프로아나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신체 건강의 측면이다. 박지현 상담심리사는 “프로아나가 다이어트 방법으로 주로 사용하는 먹토나 씹뱉 등은 식이장애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라며 “식이장애가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이를 단순히 다이어트 문제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프로아나의 다이어트 방법은 식이장애로 발전할 수 있고,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다들 잘 알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더하여, 강희택 교수는 “프로아나처럼 식이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영양분의 흡수를 막는 식의 체중조절은 신체에 있어 매우 좋지 않다. 우리 몸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역동적인 평형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를 항상성(homestasis)이라고 한다. 단식으로 인한 체중 감량은 체내 단백질 소모를 증가시켜 전체적인 기초대사를 낮춘다. 이렇게 낮아진 기초대사는 항상성을 변화시켜 체중 재증가와 같은 요요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외에도 ▲골다공증 ▲근감소 ▲부정맥 ▲성선기능 이상 등 여러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프로아나가 주로 청소년과 젊은 청년층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시기는 신체가 발달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시기로 적절한 영양 섭취와 열량 공급으로 최대 골량과 근육량을 만들어 둬야 추후 노화에 따른 근육과 뼈의 손실을 늦출 수 있다”라고 전했다. 신윤미 교수 또한 “지나친 체중감소는 ▲무월경 ▲빈혈 ▲저혈압 ▲저칼륨증 ▲저나트륨증과 관련된 신기능 장애 ▲탈수 등을 야기할 수 있어 위험하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위험성은 심리적 측면에 있다. 신윤미 교수는 “사회와 문화가 규정한 획일화된 아름다움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평가하고,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만들어 자신을 자책하고 점차 위축되다 보면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심해지게 된다. 단식이나 다이어트 약 등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날씬한 몸매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상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지현 상담심리사는 “프로아나는 대인관계, 자존감, 정서안정, 학업 등 일상의 많은 부분에 지장을 받는다. 몸에만 집착하다 보니 정서도 예민해지고, ‘살을 빼야 한다’는 목적 하나에만 주목하다 보니 자신의 신체적 건강 등 다른 요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지하지 못하고 ‘마른 몸을 가져야만 사람들이 나를 사랑할 것이고, 내가 더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에만 매달린다. 그러다 보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시선을 전부 자신의 몸으로 돌리게 된다. 하지만 남의 시선이나 관점만을 우위에 두다 보면 정말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아나 관련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나 SNS 자체를 끊는 것이다. 프로아나 관련 콘텐츠를 자꾸 접하다 보면 그런 글들에 정신이 지배가 되기 마련이다. 스스로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다른 사람이 올리는 자극적인 게시물에 노출이 되다 보면 끊기 어려워진다.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끊어내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덧붙였다.
진정한 ‘탈(脫)프아’를 위해서는
SNS 속 프로아나 계정을 살펴보면,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되려 비난하거나 자신이 프로아나임을 과시하는 등 아무 문제의식이 없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프로아나지만 요즘 프로아나가 유튜브나 공중파 뉴스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뛰어드는 유입이 많아진 것 같아 걱정이다”, “좋은 것도 아닌데 함부로 따라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프로아나라는 집단 내부에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해 모방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한편, “탈프아(프로아나를 그만두는 것) 했는데 결국 2주만에 돌아오게 됐다”, “탈프아 하려고 계정 지웠다가 못 참겠어서 새 계정을 다시 팠다”라는 등 탈프아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탈프아를 시도했으나 실패하는 이들에 대해 박지현 상담심리사는 “탈프아를 외치면서도 프로아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미 식이장애 단계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런 문제를 혼자 극복해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님께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털어놓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학교 선생님 등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길 권한다. 사람들이 프로아나를 다이어트 문제로만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다른 심리적인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혼자 그 원인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10대라면 교내 Wee센터나 구마다 위치한 청소년복지상담센터, 20대라면 대학 내 상담센터나 시마다 위치한 정신건강센터 등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심리검사를 한 번 받아보고, 내가 왜 마른 몸에만 몰입하게 됐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라고 권유했다.
한편, 신윤미 교수는 ▲가족치료 ▲약물치료 ▲정신(상담)/행동치료 등의 의학적 치료방법을 제시했다. 여기서 먼저 가족치료란 대상자의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가족이 치료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방법인 약물치료는 식이장애에 동반된 우울증, 강박 신경증 등 정신적 질병이 나타날 경우 사용될 수 있는 방법으로 약물을 이용해 증상을 감소 및 완화하는 치료방법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정신(상담)/행동치료는 식이장애를 갖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이다. 신윤미 교수는 “심한 저체중일 경우 전반적인 신체 상태로 인한 우울감, 집중력 저하, 예민감으로 정신(상담)/행동치료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정상 체중 회복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강희택 교수도 “식이장애는 질환이기에 상담이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프로아나에서 벗어나기 힘들거나 이미 신체적 질환이 동반된 상태라면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라며 의학적 치료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마름을 위해 스스로 말라가고 있는 사람들, 프로아나. 최근 프로아나를 다룬 이야기가 여러 매체에 보도되면서 이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정신이 어떻게 된 것 아니냐. 제정신이 아니다”, “미친 것 같다. 왜 저러고 사냐”라는 등 도를 넘어서는 인신공격도 만연하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에 있어 우리 사회는 정말 결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TV만 켜면 정상 체중에 미치지도 못하는 마른 몸의 아이돌이 화면을 장식하고, 하루 내내 고구마 한 개와 우유 한 잔으로만 버티며 살을 뺐다는 사람에게 “자기관리가 투철하다”라며 박수를 보내는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진정 그들을 비난할 권리가 있는지 의문이다. 프로아나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보다는, 외모에 대한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정상인 양 포장해 사람들에게 주입하고 있는 미디어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할 시점이다.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bnu.ac.kr
김진선 기자
wlstjs12369@cbnu.ac.kr








정윤채&김진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