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가운을 벗고 집단휴진을 이어온 전공의들이 지난 10일, 병원으로 돌아오면서 의사들의 진료 거부는 일단락됐다. 이번 의사 집단휴진은 대형병원의 핵심 의료 인력인 전공의들이 일제히 진료를 거부한 데다, 응급실·중환자실의 일부 필수 의료 인력까지 업무를 중단해 파장이 컸다. 이에 환자 곁에 있어야 할 의사들은 왜 진료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왔고, 국민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며, 해결방법은 없는지 알아봤다.
거리로 나온 의사들
지난 7월 23일, 정부는 공공의료 영역 강화와 지역의료격차 해소 등을 목표로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의 내용을 담은 ‘4대 의료정책’을 발표했다. ‘4대 의료정책’은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 정원 4천 명 증원 ▲공공의대 설립 ▲한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전공의협)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8월 7일 전공의 집단휴진을 시작으로 같은 달 14일과 26일 의협이 주도한 1차와 2차 집단휴진이 강행됐다. 또한, 지난달 30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은 동맹휴학을 발표했고, 우리 학교 의과대도 이에 동참했다.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은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더욱 격화되었다. 계속될 것 같던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지난 4일, 의협과 정부·여당이 의료정책 원점 재검토를 전제로 협상을 타결하면서 끝을 보였다. 전공의협은 협상 타결에 반발했지만 지난 5일 집단휴진 유보를 결정하고 7일부터 진료현장에 복귀했다. 의대생들 또한 지난 14일 단체 행동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의사 집단휴진으로 입은 환자들의 피해는 돌이킬 수 없었다. 지난달 26일 밤,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음주운전이 적발된 A 씨는 경찰관과 함께 집에 들렀다. 집에 들어간 A 씨는 약물을 마시고 나와 경찰관에게 ‘숨쉬기가 어렵다’라고 호소했고, 상황을 파악한 경찰관은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 A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119 구급대원은 환자를 이송하는 길 위에서 위세척을 해줄 병원을 찾았지만, 해당 전문의가 없어 치료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A 씨는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길에서 3시간을 헤매다, 끝내 심정지로 숨졌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 B 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응급실에 실려 왔지만, 치료해줄 의사가 없어 계속 피를 흘리다가 심정지가 온 사례를 전했다. 네이버 카페 ‘아름다운 동행’에는 암 환자 수술이 전공의 집단휴진으로 인해 미뤄졌다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집단휴진, 우리 학교 병원과 의과대학은?
우리 학교 병원 대외협력실 대외언론담당 윤정민 담당관은 “우리 학교의 경우 전공의 116명 전원이 집단휴진에 참여했었다”라고 전했다. 기자는 우리 학교 병원 전공의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바쁜 업무를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대신 우리 학교 제35대 ‘필’ 의과대학 학생회 이준엽 회장이 인터뷰를 수락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준엽 학생회장에 의하면 지난 14일 의대생 단체행동 중단을 결정하기 전까지 우리 학교 의대생의 98%가 휴학계를 제출했고, 의사 국가고시 예정자 100%가 응시를 거부했다. 그는 지난 4일 의협과 정부의 협의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이 단체행동을 계속한 이유에 대해 “의협 최대집 회장의 전공의, 의대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독단적인 합의로 인해 의료계 내부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합의문의 내용에 따라 의협과 그 산하단체인 전공의협은 업무복귀를 해야 했지만, 학생들은 그 산하단체도 아니며 별개의 독립적인 단체이기에 독자적인 행동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의료계와 다른 결정을 했다는 것은 아니고, 학생들의 내부의견이 분분하여 2만 의대생이 40개 의과대학별로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치고 의견을 통일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집단휴진 사태의 원인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정원확대, 공공의대신설, 추가적 의대신설은 모두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의사의 양성은 대학입학에서 전문의취득까지 최소한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양성비용은 일인당 평균 약 8.7억에 이른다. 그래서 지금처럼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졸속으로 결정할 사항이 결코 아니다. 최소한의 논의 시간이 필요하며 의료현장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하는 사항이다. 이번에 정부가 논의 시간을 가지지 않고 진행하려 해 최후의 수단으로 행동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집단휴진, 특히 전공의 집단휴진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준엽 회장은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전공의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사람이다. 수련을 받는 사람이 없으니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 병원의 체계가 잘못됐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집단휴진의 슬로건은 ‘Do no harm, Do right’였는데, 전공의 집단휴진 전 미리 교수님들께서 당직표를 수정해 당직을 대신 서 주시고, 중환자실, 응급실 진료를 다 맡아주셨기 때문에 걱정하시는 의료공백은 없었다. 늦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을지 몰라도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급한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필수의료의 공백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의사 집단휴진을 지켜본 국민 여론
이번 의사 집단휴진을 지켜본 국민의 여론은 싸늘했다.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52.4%가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 구제에 반대했고, 32.3%만이 찬성했다.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는 의협이 집단휴진 철회 조건으로 제시한 요구사항이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도 의사들의 집단휴진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 김일화 (청주시 서원구·62)
어떤 집단이나 부당한 정책에 대해 그것이 부당하다고 저항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갑자기 4대 의료정책을 발표해 의사들의 집단휴진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집단휴진을 진행한 것은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의사들도 자신들의 입장이 있겠지만, 지금은 갈등을 중지하고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후에 의료정책에 대한 공청회와 여론을 수렴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임조연 (대전시 중구·46)
중대한 코로나19 시국에 의사들의 진료 거부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대형병원의 핵심 의료 인력인 전공의들이 일제히 진료를 거부하였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중환자실과 응급실 인력까지 진료를 거부한 것은 의사의 직업을 망각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대 본과 4학년의 의사 국가고시 거부는 강한 엘리트 의식으로 뭉친 이익집단이 국민과 정부를 협박하는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협의 입장은 환자보다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 L 씨(청주시 서원구·47)
의사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집단휴진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익집단이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정부가 정책보류를 약속했는데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인 건 잘못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국가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고, 더구나 의사 집단휴진은 의사 자신의 손해보다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정부와 거래하는 것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한발 물러섰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절대 손해 볼 수 없다는 태도로 휴진을 계속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더구나 전공의들은 인력부족으로 항상 과노동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의사 수를 늘리는 정책을 왜 그리 반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네요.
반면 의사 집단휴진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 민선홍 (청주시 서원구·25)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밀접하게 접해 있는 직업군인 의사들의 집단휴진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의사 파업은 정부 정책과 의사들이 느끼는 현장의 괴리가 소통으로 풀어지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집단휴진을 한 것은 비난받을 만하지만 비난을 감수하며 그들이 외치는 주장과 그 근거들을 정부가 신중하고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이재현 (청주시 서원구·24)
왜 하필 이 코로나19 국면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라는 정책을 발표했는지 이해가 안 돼요. 비인기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의사 부족은 단순히 인원증원이 아닌 시스템이나 처우개선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부족해서 코로나를 못 막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면 10년 의무 복무가 끝난 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나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정부는 의사 집단휴진이 왜 발생했는지 생각해보고 코로나19 사태가 아닌 시기에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 이는 고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일부분이다. 환자의 심신을 책임지는 의사가 환자를 떠나 거리로 나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이번 의사 집단휴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의사를 필요로 하는 환자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다시 의료정책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때는 더 이상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길 바란다.
박채연 기자 patty990303@chungbuk.ac.kr
김인수 기자 celestron3226@chungbuk.ac.kr
김진선 기자 wlstjs12369@chungbuk.ac.kr









김인수&김진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