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아 미안해’. 지난해 10월 13일,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떠난 아이. 더 이상 정인이와 같은 무고한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이번에 새로 도입된 제도인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된 지 어느덧 다섯 달이 지났다. 그동안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없었을까.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현황과 그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취재해 봤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란?
지난해 3월 5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4월 7일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아동복지법> 제22조 4항으로 신설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각 지자체에 배치되기 시작됐다. 개정된 <아동복지법> 제22조 3항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에게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장 조사 및 응급조치 ▲피해아동.피해아동의 가족 및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상담.조사 ▲그 밖의 아동학대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규정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7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16일까지 총 198건의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해 현재 조사를 마쳤거나 조사 중이다. 청주시의 아동학대 및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관련 예산은 16억이며 그중 8억 6천만 원은 시비로, 나머지는 도비와 국비로 충당한다. 그리고 전체 예산 16억 중 약 10억은 피해 아동 쉼터 운영에 쓰이고 있다. 제천시는 지난해 11월부터 3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업무를 시작했다. 제천시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관련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아동보호팀 운영 예산에서 사무관리비,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긴급의료비, 심리치료비 등을 사용한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을 살펴보면, 우선 아동학대 범죄 신고가 접수된 즉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사법경찰과 함께 아동학대 범죄 현장으로 출동한다. 이때 필요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동행한다.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아동학대 조사 업무는 시작된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현장 조사와 아동 또는 아동학대 행위자 및 관계인에 대한 질문, 필요한 경우 아동학대 행위자 및 관계인에 대해 출석·진술 및 자료 제출도 요구할 수 있다.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안의 심각성, 아동의 안전 여부와 추가적인 학대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학대 피해 쉼터 입소, 병원 입원 등 분리 조치도 가능하다. 조사가 끝난 이후에는 사례 판단을 통해 피해 아동을 어떤 방법으로, 언제까지 보호할 것인지 등의 피해 아동 보호 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보호 계획이 수립되면 피해 아동은 보호시설 또는 의료기관에서 일시 또는 장기적인 보호를 받게 된다.
인력과 예산 모두 부족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기자가 취재한 청주시와 제천시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24시간 상시 대기를 위해 교대로 근무하며, 청주시와 제천시 모두 아동학대전담공무원 1명당 평균 약 50건의 아동학대 신고를 처리하고 있었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가정에서 일어나고 신고접수와 동시에 출동해야 하기에 야간출동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제천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인 아동보호팀 신미정 팀장은 “주간에 주로 출동 및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학대 피해 조사는 조사 대상의 일정에 맞춰야 하므로 휴일, 야간에도 실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반드시 대면조사를 해야 하는 대상이 규정돼 있는데 그 대상은 ▲피해 아동 ▲행위 의심자 ▲보호자 ▲보육 및 교육종사자 ▲형제자매 ▲이웃이다. 하지만 이 많은 필수 대면 조사자를 일일이 다 조사하는 게 쉽지 않다. 신미정 팀장은 “아동학대 사건 조사 시 이웃과 교사 같은 주변인에 대한 조사가 필수로 이뤄져야 하지만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사건 해결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과중하고 어려운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무엇보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은 인력 충원을 바라고 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56곳으로 24%에 불과했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전혀 배치하지 않은 곳은 102곳으로 45%에 달했다.
인력 부족과 함께 예산 부족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내용은 “모든 아동학대 업무 관련 예산은 각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각 지자체의 인식 차이를 야기해 처우개선에도 차이가 발생하게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즉, 각 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아동학대 및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관련 예산이 천차만별이고, 이에 따라 업무 효율은 물론 해당 공무원에 대한 처우까지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전담’을 위해서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본격적인 업무 투입 전에 ▲법률체계의 이해와 아동복지법 적용 ▲아동학대 조사일반 ▲피해 아동 보호 계획에 대한 교육 및 실습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교육을 80시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축소됐고, ‘전담’ 공무원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됐다. 청주시의회 복지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영근 위원장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사회복지 공무원 중에서 선발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청주시는 전문가를 초빙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 시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커리큘럼 개발이 먼저 이뤄졌으면 좋겠다. 또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뿐만 아니라 아동보호전담종사자의 교육도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청주시 아동보호팀 방명희 팀장은 “청주시는 지난 1월 1일부터 ‘아동보호팀’을 신설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 조사 및 학대 관련 업무를, 아동보호전담요원 4명은 보호 대상 아동 발생 시 보호조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라고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지난 1월 19일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배치되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에 대한 직무교육 시간을 현 80시간에서 160시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미국 아동국 CPS(Child Protective Services) 조사관 교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들은 ▲아동학대 및 방임 교육 ▲아동복지 서비스 관련 교육 ▲법조 이해에 대한 교육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 ▲사례 개입 및 면접 기술 교육 등 14개 과목 직무교육과 감독관과 동행하는 현장 동행 등의 실습 교육을 320시간 동안 이수한다.
또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조사권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미정 팀장은 “현장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여성이라 얕보며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거나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심지어는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항의와 협박을 받는 등 학대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해도 그에 대한 조치는 과태료 처분이 전부다. 이마저도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 이에 대해 김영근 위원장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조사권을 강제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사법 경찰과의 협업이나 강제조사권 도입 등의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조사권 강화와 함께 면책권 부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사후관리 및 아동 분리 조치에 대한 소송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영근 위원장은 “<청주시 아동복지 지원 및 보호에 관한 조례안>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관련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지만,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달 4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등이 아동보호를 위해 현장에서 내린 판단 및 조치에 대해서는 소송이나 형사처벌에서 책임을 감면해주는 면책 규정 도입 등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동안의 미숙한 대처로 떠나보내야 했던 무고한 아이들. 더 이상 무고한 아이들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전담공무원들이 제대로 ‘전담’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동학대는 단순히 전담공무원만의 업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민의 인식 개선과 관심을 통해 아동학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임유빈 기자
glaraim@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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