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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민
청주시, 이동노동자의 휴게 권리 4년째 외면 중
제 983 호    발행일 : 202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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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간이형 이동노동자 쉼터

지난 9월, 청주시는 추가경정예산에서 이동노동자 쉼터(이하 쉼터) 예산을 또다시 제외했다. 이동노동자들이 꾸준히 요구해 왔던 이동노동자 쉼터를 청주시는 4년째 외면 중이다. 쉼터 설치는 21년부터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사안이지만 시에서는 매년 검토하겠다는 의사만 밝히며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 9월 11일 이동노동자들은 시청 앞에서 “청주시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규탄 집회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제대로 된 쉼터 설치를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을 밝혔다. 이동노동자들은 왜 쉼터가 필요한 것일까?

이동노동자의 쉼터는 왜 필요한가

  ‘이동노동자’란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배달 종사자,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돌봄 서비스 노동자처럼 직무의 특성상 업무 장소가 고정돼 있지 않고 이동하며 노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배달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이동노동자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데 이동노동자들은 마땅한 휴게 공간을 찾지 못해 더위와 추위를 견디고, 생리현상을 참으며 노동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라이더 유니온’ 충북지회(이하 ‘라이더 유니온’) 길한샘 지회장은 “편의점 벤치에 ‘대리운전 노동자, 배달 노동자 앉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이동노동자, 특히 대리운전 노동자와 배달 노동자들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에 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상가 건물 화장실은 문 잠긴 곳이 대부분이고 일이 없는 시간에도 갈 곳이 없어 먼 거리를 달려 집으로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라고 전했다. 김대성 사무국장은 휴게공간이 없어 동료 2명과 모텔을 대실했던 일화를 전하며 “평상시에 헬멧을 쓰고 배달하면 금방 내부에 열기가 들어찬다. 폭염 경보가 빗발치는 여름은 어떻겠냐, 더위도 해결하고 몸을 씻을만한 장소가 없어서 마음 놓고 쉬지도 못한다. 당시 한 달 대실비가 인당 30만 원씩 나왔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여름에는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다가올 겨울은 이들에게 더욱 혹독하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최준섭 충북지부장은 <충북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콜이 없을 때는 1시간 이상을 거리에서 대기하기도 한다. 건물 계단에 앉아서 쉬면 옷도 지저분해지지만, 무엇보다 한파를 피하는 것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힘들다”라며 어려움을 전했다.
  쉼터가 없어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이동노동자들의 계약 형태와도 깊은 관련을 맺는다. 길한샘 지회장은 “사업장의 규모와 관계없이 휴게시설을 짓는 것이 의무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근로 계약을 체결하는 노동자들은 휴식이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기에 휴식 시간에 눈치 볼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동노동자들은 업주와 개인적으로 계약을 맺거나 플랫폼을 이용해 일거리를 얻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상 휴게시설 제공 의무가 있는 기업이 없다. 그래서 지자체와 정부에 쉼터 제공을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고 싶지 않다면 배달플랫폼 같은 대기업에 휴게시설 제공의 의무를 부여하면 되는 일이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라며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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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라이더 유니온’ 충북지회 김대성 사무국장(왼쪽)과 길한샘 지회장(오른쪽).

이동노동자들의 갈 곳 잃은 외침

  지난 2021년 청주시는 <이동노동자 복리 증진 조례>를 제정해 이동노동자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조례에는 시장의 책무와 이동노동자 보호에 관한 사항은 물론 이동노동자의 권리와 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 추진, 이동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이동노동자 권익 보장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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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우리 학교 정문 오거리에서 진행된 바이크 행진.

  쉼터 설치는 이러한 조례 내용 실천의 한 갈래로, 이동노동자들이 2021년부터 꾸준히 요구했던 사안이지만 그 실행이 지속적으로 미뤄져 결국 올해도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지난 6월 이동노동자들은 우리 학교 앞 오거리에서 쉼터 설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한 차례 행진했다. 오토바이 40대와 킥보드 20여 대가 참여한 적잖은 규모의 행진이었으나, 결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내년으로 배정이 미뤄졌다. 이에 이동노동자들은 다시 지난 9월에 모여 청주시의 반복되는 번복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2024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이동노동자 쉼터는 수도권 39곳, 충청권 9곳, 호남권 4곳, 영남권 17곳, 제주도 3곳이 있다. 이동노동자 쉼터가 없는 광역자치단체는 충청북도와 강원도뿐이다. 확인 결과, 충청권에 있는 이동노동자 쉼터는 당진과 천안, 대전 등에 있는 것들이다.
  청주시가 내세운 예산 제외 이유는 다름 아닌 ‘금액 대비 효율’이다. 설치에 최소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운영 예산은 연간 2억여 원이 필요한데 이용객이 많지 않아 선뜻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2018년 폭우 및 혹한기 구직 환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건설노동자를 위해 상당구 북문로2가 수동성당 근처에 건설노동자 쉼터를 개소했었는데, 이용자가 주는 등 실효성이 없어 사업을 접은 경험이 있다. 청주시는 앞의 사례를 들어 이동노동자 쉼터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쉼터 설치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길한샘 지회장은 “같은 직종의 사례도 아니고, 이용자가 적었다면 홍보와 거점 선정을 제대로 못 한 일 처리를 반성해야 할 일”이라며 “전국적으로 이동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앞장서는 추세인데 청주시만 역행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라이더 유니온 김대성 사무국장은 “몇 년째 미루면서 같은 이유를 대고 있으니 솔직히 핑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계속되는 번복으로 청주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른 지역의 이동노동자쉼터 이용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충남에 설치된 쉼터에는 2023년 기준 매일 100명이 넘는 이동노동자가 방문했고, 대전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쉼터의 방문객이 약 2만 명에 달했다.
  충북도의 <충청북도 노동정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부터 5년간 30억 원(도비50% + 각 시.군비 50%)를 들여 이동노동자 24시간 쉼터를 설치 및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2023년 실시된 수요 조사에서 청주시를 포함한 충청북도 11개 시·군 모두 운영을 거부하면서 지금까지 사업이 추진되지 않은 상태다.
  2023년 8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적당한 비품과 가구를 갖춘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청주에서 활동하는 배달 기사, 퀵서비스 종사자 등 다수의 이동노동자는 고용주가 없는 개인 계약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휴게 권리를 보장받기 힘든 실정이다. 이는 이동노동자들이 권리 면에서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명시한 청주시의 <이동노동자 복리 증진 조례>를 명백히 위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쉼터’

  이동노동자들이 원하는 쉼터의 형태는 크게 3가지로 건물 하나를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거점형 쉼터’, 어느 정도의 휴식 환경이 조성된 차량을 이용하는 ‘이동형 쉼터’, 편의점이나 카페 등의 기존 시설과 협약을 맺어 이동노동자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하는 ‘협약형 쉼터’가 그것이다.
  서울 강남구와 경기도는 버스정류장 형태의 24시간 무인 쉼터와 컨테이너 부스 형태의 간이형.거점형 쉼터, 캠핑카를 이용한 이동형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민간 카페를 이동노동자를 위한 휴게 쉼터로 지정.운영하며, 경기 안산시도 올해 10월 이동노동자 쉼터 ‘휠링’ 3호점 문을 열었고 4호점 설치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같은 거점 혹은 간이 쉼터는 이동노동자 건강과 쉴 권리 보장은 물론, 안전한 도로 환경 구축에도 도움이 돼 전국적으로 그 개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라이더 유니온 충북지회에서는 이중 거점형 쉼터를 우선적으로 요구한다. 길한샘 지회장은 “거점형 쉼터는 이동노동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노동권을 지킬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전문 상담사를 배치할 수도 있고, 동종업계 종사자들과의 접점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할 할 수 있어 매우 큰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된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 나라의 노동조합(이하 ‘노조’) 조직률은 14.2%에 불과하다. 길한샘 지회장은 이 점을 언급하며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10% 조금 넘는 노조조직률이 특수고용직으로 오면 1%대까지 떨어진다. 기업과 노동자 중 노동자가 약자인 것이 자명하다.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노조조차 결성하기 어려운 게 우리 처지다. 노조 결성은커녕 노동자끼리 기본적인 정보 교환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장마철과 겨울철에 이동 중 당하는 미끄럼 사고는 산업재해 처리가 되는데, 이 정보를 몰라 사고를 당해도 병원에 가지 않는 라이더가 많다. 미끄럼 사고는 정말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감수하는 것이다. 만약 쉼터가 있어 소통과 교류가 가능했다면 많은 라이더가 이 정보를 공유했을 것이다. 협약형이나 이동형 쉼터도 의미가 있지만 거점형 쉼터만이 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단어 그대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노동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거점’이 돼줄 수 있기에 거점형 쉼터를 우선적으로 요청한다”라며 다시 한번 거점형 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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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청주시청 앞에서 진행된 이동노동자들의 규탄대회.

  쉼터가 설치된다면 이동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얻는 것은 물론, 소외받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역 사회가 보장하고 존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급속히 증가한 이동노동은 우리의 일상에서 큰 부분을 담당한다. 이동노동자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자 시민임을 잊지 말자. 우리의 편의를 위해 힘쓰는 이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되새기며, 청주시의 이동노동자들을 향한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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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북창동의 휴서울 이동노동자 북창쉼터.

고지민 기자
ziminimin@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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