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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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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선영
정신건강을 위해 인식 개선부터
제 984 호    발행일 : 2024.12.02 
흔한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 처방 받는 일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면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구 정신과)나 상담센터처럼 도움을 주는 곳이 있지만, 우리는 마음의 병을 챙기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며 쉽게 넘긴다. 마음에 든 병을 치료하는 건 우리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당연한 일이다. 마음에 병이 생긴 사람을 ‘정신이 나약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고 이제는 사회적 편견을 거둘 때다.

정신건강, 잘못된 인식이 문제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이하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표한 <국가 정신건강 현황 주요 지표 2023>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인구 중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우울감 경험률은 2019년 10.2%, 2021년 11.3%로,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꼴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정신건강 관리의 필요성이 높은데도 정작 관리하는 사람은 적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2.1%로 호주 34.9%, 미국 43.1%, 캐나다 46.5%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시행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수준은 높아졌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수용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식 조사 항목 중 “내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들이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라는 문항에 동의율은 50.7%였으며,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는다”에 동의율은 69.4%였다. 결국 ‘사회적 낙인’이 무서워 정신질환이 생겨도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찾지 않는 것이다.
  우리 학교 의학과 신철진(정신건강의학 담당) 교수는 “정신질환은 누구라도 걸릴 수 있다. 정신질환에 걸리기 쉬운 성격과 그렇지 않은 성격이 있는 건 아니다. 성격의 차이도 정신질환의 위험 요인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에 걸렸다는 것이 본인의 나약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라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예상외로 가족이다. 이는 주위 사람들의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된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질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태도를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다행인 것은 요즘 청년층은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덜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심리적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쉽게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찾는다. 신철진 교수는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청년층은 주로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남녀 모두 대학에 다니면서 좀 더 폭넓고 개방적인 대인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문제, 이성과의 관계와 관련된 문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서 생기는 문제 등을 주로 상담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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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으면 고칠 수 있는 병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실제 병원의 도움을 받아 마음의 병을 치료한 전유미(부산.35), 임형준(증평.36), 김윤지(서울.35)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심리학을 전공한 전유미 씨는 상담사로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병원 치료를 권해왔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을 겪게 되자 병원 가기가 망설여졌다. ‘상담사가 정신과를 다녀?’라는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의사와 상담을 진행하며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 덕분에 상태가 좋아졌고, 지금은 스스로 자신의 정신건강을 챙긴다. 그는 “건강을 잃었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다시 그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다. 직업적으로도 내담자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됐다. 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지, 왜 그렇게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지 애쓰지 않아도 공감이 된다”라며 “인간이라면 몸이든 마음이든 누구나 아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울증이 생겼던 임형준 씨는 몇 주 동안 계속 무기력하게 있는 자신을 깨닫고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주변의 부정적 시선이 두려워 망설였다. 건강보험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이 남는 것도 걱정이었다. 그래도 마음은 다잡고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뇌파검사를 중심으로 검사를 받고, 약 처방도 받았다. 뇌파검사와 1~2주에 한 번씩 상담 치료도 병행하며 약 농도를 조절했다. 그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울은 내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은 호르몬, 뇌세포 등 여러 원인이 있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남의 시선보단 내 건강이 우선이다.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걱정했던 건강보험 진료기록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걸 이젠 안다”라며 전했다.
  김윤지 씨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라 여기고 참고 참았다. 정신과에 갈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데, 힘들어하는 그를 보고 주위에서 병원 진료를 권했다. 그렇게 정신과를 찾아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 이제는 하루의 감정을 기록하는 감정 일기를 쓰며 그날 하루 동안 자신의 마음이 어땠는지 확인한다. 그는 “기침을 계속해서 스스로 감기라고 진단하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이불로 몸을 따뜻하게 데웠는데 낫지 않아서 병원엘 갔더니, 코로나 진단이 나왔다고 생각해 봐라. 코로나라는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다.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알아야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라며 “인사처럼 ‘오늘의 마음 상태는 어때?’라고 정신건강을 챙기는 물음이 일상에서 쉽게 받아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는 학생생활상담소

  우리 학교 제1학생회관(E3) 2층에 가면 학생생활상담소(214호)가 있다. 이곳에선 ▲개인 상담 ▲심리 검사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돕는다. 개인 상담은 상담사와 1:1로 만나 마음의 치료가 완결될 때까지 보통 12회 정도 상담을 한다. 심리 검사는 성격검사, 정신건강 검사, 진료 검사, 학습 검사 중에 내담자가 원하는 유형을 선택해 검사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일회성 상담을 진행한다. 정신건강 프로그램은 그때그때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는 ‘굿바이, 스트레스’와 ‘마음 그리고 쉼 힐링(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며 오는 겨울방학에는 집단 상담프로그램이 계획돼 있다. 이 모든 상담과 검사, 프로그램 참가는 무료이며, 상담 신청은 씨앗 홈페이지 혹은 건강센터 학생생활상담소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기자는 직접 학생생활상담소의 심리 검사를 체험했다. 씨앗 홈페이지를 통해 심리검사 유형 중 정신건강 유형을 고르고, ‘SCT(문장완성검사)’와 ‘MMPI-2(다면적인성검사)’를 선택했다. SCT는 완성되지 않는 주어진 문장의 뒷부분을 채우는 심리테스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은-,’ ‘나의 건강은-’ 등의 주어진 문장에 가장 먼저 떠오른 내용을 적어야 한다. MMPI-2는 567개의 질문에 ‘그렇다’와 ‘아니다’로 답하는 검사였다. 검사는 카카오톡에 채널명 ‘충북대학교 학생생활상담소’를 검색해 접속한 후, 선택한 심리 검사 유형과 신청자 이름을 작성하면 카카오톡을 통해 보내주는 링크를 통해 이뤄진다.
  검사 이후 상담결과를 듣기 위해정해진 시간에 맞춰 학생생활상담소를 방문했다. 상담소 분위기는 흰색 타일과 벽, 그리고 우드 계열의 의자와 인형들이 있어 친근하면서도 깔끔했다. 여러 개의 상담실 중 지정된 상담실에서 담당 상담사와 상담을 시작했다. 검사 결과 기자는 고저 없는 성격, 외향에 가까운 성격이지만 사람 사귀기는 선호하지 않는 성향이었다. 평소에 내가 알던 나와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이렇구나’라고 알고 나니 한층 더 나를 아끼고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로 지친 내 마음과 그 속에 감춰진 진짜 속마음까지 성큼 다가갈 수 있었다.
  학생생활상담소 김수환 상담사는 “학생들을 보면 과도하게 감정을 표출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유튜브를 보거나 잠을 자는 방법으로 감정을 참고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면 마치 감정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는 방법인 명상이나 마음 챙김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게 좋다. 감정을 마주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글로 쓰는 ‘감정 일기’도 좋은 방법이다. 감정을 직면해 자신을 이해해야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나온 대사로 기사를 마친다.
  “정신과는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오는 데야. 뼈 부러지면 정형외과 가고 감기 걸리면 내과 가는 거 하고 똑같아. 누구든 언제든 약해질 수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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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 기자
suny3029@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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