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이슈를 누구보다 빠르게, 그러나 검증 없는 부정확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만들어 자극적으로 콘텐츠를 양산하는 ‘사이버 렉카’ 채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유명인을 중심으로 만들던 이들의 영상은 점차 일반인의 사생활까지 다루며 피해자의 영역을 점점 넓히고 있다. 이들은 정확한 사실관계 검증 없이 부정확한 정보를 사실처럼 포장해 확산시키는데, 이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과 2차 피해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하다. 과연 온라인상에서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러한 사이버 렉카의 행위를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만 볼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선 넘는 콘텐츠의 유혹
온라인에서 특정인에게 일어난 사건.사고를 영상으로 편집해 비난.비하하는 이슈 유튜버의 행동이 차 사고가 나면 난폭운전으로 빠르게 출동하는 렉카와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이슈 유튜버의 멸칭이 ‘사이버 렉카’다. ‘사이버 렉카’는 온라인에서 주목받는 사건이 발생하면 빠르게 영상을 제작해 게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자극적인 제목과 짜깁기 편집으로 조회수만 올리려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가짜뉴스의 양성소가 되고 있다.
2024년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온라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4%가 사이버 렉카가 제작한 유명인 사건.사고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83.6%, 30대 70.0%, 40대 66.8%, 50대 65.2%로 젊을수록 사이버 렉카의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이버 렉카의 콘텐츠는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다. 김민서(청주 상당구·21) 씨는 “가끔 유튜브 영상의 자극적인 제목만 보고 궁금해서 클릭할 때가 있는데, 정작 내용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ㅇ(대전 서구·22) 씨는 “X(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오른 연예인 논란 영상을 보고 사실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잘못된 내용이었다”라는 경험을 전했다.
이처럼 사이버 렉카 콘텐츠가 만연한 데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한몫하고 있다. 댓글, 좋아요, 공유 등 이용자의 반응이 많은 영상이 우선으로 추천되는데, 논란성 콘텐츠는 참여도가 높아 더욱 확산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한 유명인의 사생활이 논란이 되면 관련 영상이 연이어 추천되는데, 관련 영상들은 새로운 정보 없이 유사한 내용만 반복한다.
최근에는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한 여배우와 교제설로 논란에 휩싸인 배우 관련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반복적으로 추천되고 있다. 이 영상은 대부분 새로운 정보 없이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자극적인 자막과 편집으로 재구성한 것들이다. 사실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생산된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의해 확산하며 이용자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왜곡된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극의 불씨, 현대판 마녀사냥
사이버 렉카의 가장 큰 폐해는 정확한 사실보다는 자극적인 추측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정보를 왜곡 전달하기 때문에, 가짜뉴스로 대상이 된 개인을 마녀사냥한다는 것이다.
‘탈덕수용소’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30대 후반 여성 박모 씨는 여러 유명 아이돌에 대한 성형, 임신, 열애설 등 각종 루머를 사실처럼 제작했다. 2023년 6월 채널 폐쇄 이전까지 누적 조회수 1억 6,000만 회를 기록했는데, 그가 제작한 영상 중에는 한 걸그룹 멤버 B양이 팀 내 다른 멤버를 질투해 쫓아냈다는 내용의 영상도 있었다. 해당 영상이 퍼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박씨가 B양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있다”, “B양은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최정상 대우를 받고 있다”, “까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B양을 향한 악성 댓글을 쏟아냈다.
결국, 피해를 본 B양의 소송대리 업무를 맡은 법무팀은 2023년 5월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에, 탈덕수용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고 구글로부터 탈덕수용소의 일부 신원 정보를 제공받았다. B양의 소속사는 박씨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인정해 박씨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위에 언급한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유명인의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응답자들은 ▲뉴스 미디어 이용자들의 비방 댓글(61.7%)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61.6%), ▲사이버 렉카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59.3%) 등을 꼽았다. 사이버 렉카의 가짜뉴스와 이에 동조한 대중의 집단 비난 및 악성 댓글은 누군가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정신을 황폐화해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간다.
사이버 렉카 폐해, 제도적 대응은?
2023년 6월, 국회는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포털사이트와 SNS 사업자에게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이버상의 무책임한 정보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와 더불어 ‘허위 정보’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해당 법안은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지성우 교수는 “유튜브 콘텐츠에 방송 콘텐츠에 적용하는 방송법을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고,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의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개별 표현물이 아닌 절차를 구성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플랫폼 사업자는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인지하면 신속하게 제거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라고 전했다.
2022년 11월 발효돼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은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의 신속한 삭제 ▲알고리즘 작동 방식 공개 ▲아동 대상 타깃 광고 금지 ▲플랫폼의 사회적 위험성 평가 의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진실을 소비하는 힘,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그 정보 진위와 맥락을 분석하고,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책임 있게 미디어를 활용하는 역량이다. 사이버 렉카 콘텐츠와 가짜뉴스 확산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인 서울대 빅데이터혁신공유대학 김아미 연구교수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역할과 방향을 물었다.
Q.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단순한 정보 판별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정보 판별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첫걸음일 뿐, 그 자체가 목표가 되면 안 됩니다.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후에는 ‘이 정보를 어떻게 공유할지’, ‘어떤 정보를 생산할지’, ‘이런 정보 환경 속에서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까지 교육이 확장돼야 합니다. 예컨대 내가 어떤 정보를 재미로 소비하더라도, 그것을 친구에게 공유할 땐 그 정보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누른 ‘좋아요’ 하나가 그 콘텐츠에 힘을 실어줄 수 있어요. 결국, 정보 생태계 안에서의 ‘개인의 역할’과 ‘공동의 책임감’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 리터러시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합니다.
Q. 사이버 렉카 콘텐츠로 인해 가짜뉴스, 명예훼손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이버 렉카 콘텐츠는 ‘정보를 빠르게 요약해서 정리해 주는 편리한 콘텐츠’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시에 이들은 미디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재미로 본다”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문제는 아무리 재미로 봐도, 그 정보를 공유하거나 퍼뜨리면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진지한 정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교육에서는 단순 소비자의 태도뿐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는 순간 나도 정보 생산자이자 영향력 있는 행위자’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사이버 렉카 콘텐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원을 참고하고, 최종적으로는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사실을 검증하는 다중 정보 소비 태도도 함께 강조돼야 합니다.
Q.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정보의 편식’ 속에서 자란 세대에게 ‘정보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실감하게 하려면, 어떠한 방식의 교육이 효과적일까요?
첫 번째 접근은 학습자에게 디지털 환경과 비디지털 환경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성격을 직접 비교.경험하게 하는 겁니다. 이는 신속성과 자극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콘텐츠와 책, 대면 커뮤니케이션처럼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깊이 있는 정보를 병렬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정보의 구조적 특성과 전달 방식의 차이를 인식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비교는 학습자들이 정보 소비에 있어 속도와 자극성보다 맥락과 신뢰성을 고려하는 태도를 기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두 번째 접근은 ‘정보 편식’을 피하기 위한 학습자들의 창의적인 실천 사례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진보적 성향의 학생이 의도적으로 보수 성향의 매체만을 팔로우한 별도 계정을 만들어 정보의 시각 차이를 비교해 본 사례처럼,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정보 환경을 벗어나 다양한 관점을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방식은 정보 수용의 폭을 넓히는 데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수용자 입장에서 나아가 ‘만약 내가 플랫폼을 만든다면 어떤 알고리즘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생산자적 상상을 해보게 하는 것입니다. 추천 알고리즘 설계의 문제까지 고민하게 되면, 정보 다양성의 가치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 렉카의 폐해를 막을 방법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허위 정보로부터 개인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 법적 규제, 플랫폼의 선제적 감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이버 렉카의 수익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광고 생태계에 대한 규제 등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균형 잡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선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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