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와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혐오를 드러내는 게시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 혐오는 탄핵 정국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들의 주장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4월 ‘자유대학’ 주도의 ‘윤 어게인’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양꼬치 골목에서 “빨갱이는 꺼져라”라고 외치며 중국에 대한 혐오를 보였다. 극우 단체들은 중국을 주어로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퍼트리며 중국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캡처.
도 넘은 ‘중국’ 혐오
지난 4월 13일 유엔은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중국인 혐오가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한국은 정기적으로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국가보고서 심의를 받아왔는데, 이번 심의는 지난 2018년 12월 이후 7년 만에 진행됐다.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확산한 중국 혐오(이하 혐중) 정서가 위험 수위에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극우 세력은 부정선거와 탄핵 촉구 집회의 배후를 중국이라 주장하며, 민주노총 등 진보 성향 단체와의 중국 결탁설 등 사실무근의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퍼트린다.
지난 5월 20일 경기 하남시에서 있었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지원유세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서) 중국인들이 버글거리면 좋겠나”라고 말하며 의도적으로 혐중 정서를 자극했다. 또한 김문수 후보는 지난 5월 2일 발표한 대선공약에서 ‘선거권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워 특정 국가가 한국 국민에게 자국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 정부도 해당국 국민에게 지방선거권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지방선거 투표권이 우리나라 정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공약이다. 이는 극우 세력이 퍼트린 혐중 정서가 제도권 정치로 수용됐음을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건 혐중이 젊은 세대에서 일종의 놀이처럼 확산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후에도 대학생 친윤극우 단체인 ‘자유대학’ 주도로 ‘중국 음식점 거리 집회’, ‘좌파 조롱단길 걷기 행사’ 등 혐오를 ‘놀이화’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여기에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혐오 ‘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그 배후에 ‘일간베스트(일베)’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태훈 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지난달 16일 X(구 트위터)에서 “일베를 방치하면 지금처럼 남을 존중하지 않고, 혐오하고 모욕하는 커뮤니티 문화가 계속된다”라고 경고했다. 일베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가 조직적으로 특정 정당, 정치인, 지역 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정치적 목적으로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관리했다고 알려진 극우 사이트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숙한 젊은 층에 혐오 정서를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
우리 학교 김태환(정치외교학과) 강사는 “역사적으로 누군가를 향한 혐오의 정치는 파시즘의 강력한 도구였다. 대표적 파시즘인 과거 독일 히틀러의 나치는 혐오를 기반으로 한 ‘반유대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국민의 정치적 불만을 유대인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들의 정적은 유대인의 동업자로 몰아 폭력적으로 처단하며 자신들의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혐오를 퍼트리는 정치가 왜 민주주의의 적인지 역사는 분명히 보여준다. 지금 우리나라 극우 세력이 확산시키려는 혐중을 지켜만 볼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말하는 혐중
우리 학교 중국인 유학생인 취준홍(심리학과·21) 학생은 한국 생활 5년 차다.
“한국에서 5년 정도 살았는데,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경험은 없어요. 처음 한국에 올 때 낯선 곳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대부분의 한국인이 친절하게 대해줬어요. 사실 전 한국 뉴스나 한국 SNS를 사용하지 않아서 한국인들 사이에 중국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어요. 제 주위엔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는 혐중이 일부 언론의 편향된 보도나 과장, 그리고 오해에서 생기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여론에 매우 민감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 언론의 편향된 보도가 잘못된 편견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일부 중국 관광객의 행동을 지적하는 보도를 보고 전체 중국인이 그런 것처럼 생각할 수 있잖아요. 또 한중 간의 정치, 경제 분야에서 국가 간에 마찰이 생기면 그게 양국 국민의 마찰로 이어지고, 거기서 과격한 사람들이 선동해 나쁜 감정이 쌓여 서로에 대한 혐오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는 문화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한다면 혐오는 없을 거라고 말한다.
“사실 저는 어릴 때 K-pop 문화를 접하고 한국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래서 한국에 유학까지 왔고요. 제 친구들도 한국의 문화를 좋아해서 한국에 우호적이에요. 저는 사람들이 문화적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해로 생기는 혐오는 사라질 겁니다.”
중국인이 가지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편견은 없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한국분들은 정말 아메리카노 없이는 못 살더라고요”라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편견이 만든 혐오, 이해와 존중으로 극복

극우 세력은 어째서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며, 최근 들어 혐오 발언과 그의 재생산이 확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 방안에는 어떤 게 있을지 우리 학교 서선영(사회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Q. 최근 극우 세력이 중국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데, 이들이 왜 혐중을 조장할까요?
극우 세력의 기본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포퓰리즘 정치의 일환인데, 어떤 적을 설정해서 내부의 경제난이나 사회 갈등 같은 문제들을 그들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지지를 얻어내는 거예요. 이것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인 혐오라는 극단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극우 세력은 역사적으로 반공 성향이 강했는데, 공산주의 체제를 공유하는 북한과 연결해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극우가 정치 전략으로 혐중 정서를 자극해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혐중과 반공주의가 주요 정치적 테마로 나타나고 있고, 사회적.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Q. 최근 10여 년 동안 우리 사회는 혐중을 넘어 진보와 보수, 남과 여, 노인과 청년 등의 갈등이 혐오까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혐오 정서가 쉽게 확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제 불안이나 사회적 불안이 일상화돼 있는 게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탓할 대상이 필요하고 희생양이 필요한 거죠. 구조적인 요인을 갈등 대상의 탓으로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치 세력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서 이런 감정을 이용해서 갈라치기를 해요. 여기엔 미디어의 영향이 아주 크다고 생각해요. 혐오 표현과 자극적 콘텐츠, 그리고 ‘알고리즘’이라는 구조 속에서 더욱 확증편향적인 정보에 노출되는 경향이 강화됐어요. 언론 매체에서도 조회수와 수익을 위해 혐오를 재생산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보도하기도 하고요. 이런 재생산이 점점 확산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런 콘텐츠의 소비자들은 본인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에 대해 확신합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본인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따라가게 해, 그것을 정확한 정보라고 맹신하면 안 됩니다.
Q. 혐오가 만연한 사회는 어떤 부작용이 생기나요? 특히 대학처럼 다양한 국적과 배경이 공존하는 공간에서의 혐오는 어떤 문제를 낳을 수 있나요?
유학생뿐만 아니라 학내에는 다양한 소수자가 있어요. 일단 학내에 있는 소수자들이 고립될 위험이 있어요. 그들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 표현이 일상화되면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요. 또한 대학은 학문 공동체로 그 안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표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혐오 발언이 두려워 침묵하는 일이 생겨요. 여성주의자가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소수자들에 대한 소외, 표현의 자유와 토론 문화가 위축되는 건 대학에서 큰 문제입니다. 오히려 혐오 의견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고, 본인이 혐오의 대상이 될까 봐 침묵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Q. 혐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교육적 장치가 필요할까요?
먼저 정보를 판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보통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 하죠. 또한 ‘혐오가 문제가 된다’는 내용의 교육이 대학에도 있어야 해요. 혐오 감정을 가진 개인도 본인이 의도해서 그런 감정을 갖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여러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혐오를 내재화한 것일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다문화 인권 감수성 등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을 만들어서 필수 교양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유학생 등 소수자들과의 만남의 장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유학생들은 고립돼서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밖에 혐오로 인한 피해를 신고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도 필요해요. 그리고 국가적으로 혐오가 무엇인지 기준으로 삼을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차별금지법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혐오를 줄이기 위해 개인과 공동체가 실천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나와 다른 존재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편견을 가지는 경향은 당연할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려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쪽의 주장만 듣지 말고 다른 의견도 수용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공동체는 다수자에게 소수자 이해 교육을 해야 합니다. 문화교류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이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제도적으로도 공동체 안에서 소수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악의적으로, 자극적으로 생산되는 콘텐츠의 바다에서 혐오는 쉽게 힘을 얻고 빠르게 확산한다. 부정적 감정과 갈등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럼에도 극단적 혐오는 지양해야 한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나도, 내 곁에 있는 사람도 언제든지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도 인정해야 민주주의는 건강해진다.
이시호 기자
2021020009@chungbuk.ac.kr
김한빈 기자
kimmanb@chungbuk.ac.kr








이시호&김한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