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성매매 여성들. 사회의 편견과 성매매 업소의 덫에 걸려 그들은 인권의 음지에서 살고 있다. 이런 여성들을 위한 인권 보호소 ‘늘봄’은 청주 시청 앞에 있다. 늘봄 상담실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선희(44) 소장을 만났다.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상담소 ‘늘봄’ 늘봄은 충북 내 유일한 여성인권상담소다. 성매매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청주가정법률상담소 부설기관으로 성매매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법률, 의료 지원 활동을 펼친다. 수시로 면접, 메일, 전화 상담을 하며(255-8297), 시민을 대상으로 성 교육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또한 600여 곳에 달하는 집결지(집창촌)와 산업형 성매매 업소의 현황 파악 등 충북 지역 성매매 실태를 조사한다.
80년대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한 정 소장은 당시 법의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로 인해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당사자들은 법을 전혀 알지 못했고 이를 보며 법의 잣대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됐습니다”라며 “이런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법률상담을 통한 사회 개입을 꿈꾸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늘봄에서는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성을 구입하는 수요자를 줄이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성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성매매가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들이 구매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이는 명백히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죄의식 없이 성을 구매하려 하며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이를 공급하려는 사람도 나타난다는 것이 정 소장의 말이다. 때문에 늘봄은 성 수요자를 근절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바로 ‘대학생 성매매 지킴이’이다. “대학생 성매매 지킴이 활동은 대학생이 지역 구성원으로서 지역 사회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우리 주위 환경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라고 말했다.
20여 명의 대학생 성매매 지킴이들은 한 달 동안 벌써 두 차례에 걸쳐 주로 성매매가 많이 이뤄지는 밤시간에 가경동과 용암동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성매매 근절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성매매 근절 홍보물들을 나눠주며 주민들에게 성매매의 폐해를 알리는 일을 한다. “10월 30일경 한 번 더 성매매 근절 캠페인을 열 계획인데 충북대 학생들도 성매매 지킴이 활동에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비하 교육 이뤄지는 현실 안타까워…”
늘봄 설립은 2004년 성매매 방지법 시행에 맞춰 청주 지역 내 성매매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해서 추진됐다. 늘봄의 설립에 박차를 가한 것은 한 변호사의 성매매 사건이었다.
“한참 늘봄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시기에 지역 변호사가 청소년의 성을 구매한 일이 있었습니다. 피해 입은 청소년의 신고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가 꾸려졌고 이 사건이 늘봄 설립의 촉발제가 되었습니다”라며 “그러나 변호사는 다른 지역으로 도망갔고, 결국 그는 법의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현재 그 변호사는 돌아와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라며 씁쓸해 했다.
변호사의 청소년 성구매 사건이 늘봄 설립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지만 정 소장에게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일이 된 것이다. 피해 여성들을 상담하며 겪는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자 정 소장은 “피해 여성들에게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과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이라 하면 사회에서는 순결을 빼앗겼다 혹은 더럽다라는 생각을 갖고 그들을 바라봅니다. 또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어릴 적부터 자신이 얼마나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인지 교육받지 못했어요. 남성들에게는 ‘커서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등의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지만 아직도 여성에게는 ‘좋은 남자 만나 시집이나 가라’ 식으로 교육 시키지 않습니까”라며 “이런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권 교육과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피해 여성들은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이런 편견을 뛰어넘어 정상적인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상담을 하며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이에요”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우리 학교 학생들이 올바른 성의식을 갖고 주변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인터뷰를 끝맺었다. “현재 충북대 정문 주변과 중문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중·고등학생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곳이 아니라고 봅니다. 대학생들이 사회에 대한 소명감,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역 사회에 건강한 환경을 조성해 달라 요구해야 합니다. 또한 성매매 업소를 이용하지 말자는 여론을 형성해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최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