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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사람과사람> 한 남자, 인생이란 무대를 재조명하다
제 796 호    발행일 : 2008.11.03 

  깊어가는 가을, 뺨을 스치는 바람에 제법 겨울 냄새가 난다. 지난 795호 문화면에서는 이런 추위에도 가슴이 훈훈해질 수 있는 가족연극 '깡통'을 소개했다. 그때 기자가 만났던 극단 새벽의 이상관(45) 대표는 자신의 ‘연극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학시절 우연히 들어가게 된 동아리가 지금은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다는, 한 편의 연극 같은 그의 삶을 들어보자.

 

동아리 방에 가면 과 동기들이 연극영화과 간다며 놀려

 

  이상관 대표는 우리 학교 생물학과에 83학번으로 입학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보고자 친구를 따라 동아리에 들어간 것이 연극과의 첫 만남이었다. 연극은 정말 매력적이어서 금세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1년 간 학생 간부를 맡으며 학과 생활도 해봤지만 그에게는 동아리 활동이 대학생활에서 훨씬 큰 부분을 차지했다. 전공 교재보다도 연극에 관한 서적들을 더 많이 읽어가며 동아리 활동에 전념했기에 전공 공부에는 자연히 소홀해 질 수밖에 없었다. “학과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다. 사실 때때로 공부와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한다”

  이렇게 대학생활을 연극에 전념했던 그였기에 졸업한 이후 취업의 기로에서 엄청난 고뇌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처음에는 취직을 할 작정이었다. 근데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그게 안되더라. 결국에는 지금의 ‘새벽’이 있기 전 충북에서 활동하던 '청년극장'이라는 극단에 입단했다”

  하지만 1년 뒤에 이 대표는 청년극장을 나와야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부모님께 대한 죄송함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4년제 국립대학을 졸업까지 시켜주신 부모님께 도저히 손을 벌릴 수가 없었다. 일단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싶었다”

 

부모님 손 안 벌리려 극단 나와…1년 뒤 극단 새벽 창단

 

  이런 고민 끝에 그는 인쇄소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 선택도 결국엔 연극을 위한 못 말리는 선택이었다. “참 단순한 생각으로 인쇄소를 시작했다. 나는 언제가 돼든 극단을 차리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극단을 만들면 지하의 작은 공간에서라도 연습을 하면서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연을 홍보하려면 하다못해 포스터도 만들고 팜플렛도 필요할 텐데 인쇄할 때 돈이 들겠다 싶더라. 그래서 인쇄를 배우게 됐다”

  이렇게 해서 그는 대전에서 나이를 속여 가며 인쇄기술을 배웠고 작은 인쇄소를 차렸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 그의 오랜 숙원 사업이자 꿈은 실현됐다. “90년에 인쇄소를 창업해 1년 뒤인 91년도에 극단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극단 새벽이고 그게 벌써 20년이 다 돼 간다”

  그가 극단에 들어가 프로로 활동한 세월은 정확히 20년이 넘는다. 더 정확히 그가 처음 연극을 접한 대학생활까지 더하면 그가 연극에 쏟아 부은 열정의 시간은 30년 가까이 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연극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삶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


연극에 푹 빠진 20년 인생에 후회는 없어

 

  “나는 무대의 진실성을 믿기 때문에 20년이란 시간이 넘도록 이 곳을 떠나지 못했다. 무대에서 땀 흘린 만큼 그 에너지는 관객에게 전달되고 그렇게 전달된 에너지는 다시 나에게 되돌아온다. 연극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들에는 매번 어려움이 있었고 그만큼 생활면에서도 힘들 때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극을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연극은 나의 인생이다”

  우연히 들어간 연극 동아리에서의 경험이 평생의 업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이 대표의 이야기는 취업 준비에 바빠 동아리 존폐 위기마저 대두되고 있는 요즘의 대학가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 역시 자신의 세대와 지금의 세대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동문회에 간부를 맡고 있어서 후배들과 자주 만남을 갖는다. 학생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 모습이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르더라. 일전에 ‘허삼관 매혈기’에서 ‘허삼관’ 역을 맡은 후배도 작품 준비하면서 영어 시험이다, 논문이다 또 스터디다 하면서 정신이 없더라. 요즘 친구들의 방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있던 때와 지금 모두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는 취업 걱정으로 자신의 꿈을 미루고 있거나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말을 전했다. “살아보니 인생이 길지 않더라. 난 아직도 내가 젊게 느껴지지만 벌써 애가 중학생이다.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있는데 나 혼자만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인생 후회 없이 도전해 보는 것이 진짜 인생이다. 젊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것이야말로 불행한 일이다. 지금이 바로 당신들의 황금기다. 젊음을 마음껏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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