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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환
<사람과사람>전통의 길에서 명장이 되다
제 797 호    발행일 : 2008.11.17 

  세계화와 기술의 진보는 우리에게 다양한 편의를 가져다 주었다. 그만큼 옛것에 대한 관심과 소중함을 잃어버리게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전통들은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을지 모른다.

  이번 사람과 사람 코너에서는 전통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 나전칠기 제작에 지천명의 나이를 바친 나전장이 김성호(51) 씨를 만나보았다.


나전칠기, 그리고 나전장이의 길

 

  처음으로 가는 정북동이라 길을 헤매며 늦게 도착한 기자를 그는 작업하던 모습 그대로 나와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아늑한 집안으로 맞이하며 차를 권하던 그에게 먼저 나전칠기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나전칠기는 한문으로 해석해야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나전칠기의 ‘나전(螺鈿)’은 조개나 고동의 껍질을 말하는 것이고 ‘칠기(漆器)’는 기물에 옺칠을 한다는 뜻으로 두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 진 공예품을 나전칠기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전칠기의 역사라 불리는 전남 통영에서 태어나 집안 대대로 나전칠기를 제작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나전칠기 제작에 전념했다. 내 고향 전남 통영은 12방(국가가 쓰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방)이 있던 곳으로 나전칠기의 고장이다. 나전칠기 제작은 가업이었기 때문에 내가 그 뒤를 잇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포기의 순간 만난 ‘늘가 이성운’ 선생

 

  성년이 된 이후 그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나전칠기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늘가 이성운’ 선생을 만나고 나서 그의 삶은 바뀌었다. “이성운 선생께서 나전칠기 개인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떤 작품을 만들었나 궁금해서 개인전을 보러 갔는데 그의 작품을 본 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나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나전칠기를 만들 수 없는가, 나는 왜 예술적인 작품이 아닌 상업적인 작품만을 만들었는가 하며 후회하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이성운 선생을 여러 번 찾아간 끝에 제자가 될 수 있었다”며 드라마 같은 일화를 말했다. “제자가 된 후 10년간 작품이라는 게 무엇인지 배우고 연구했다. 가르침을 받던 중 동아일보 주최 동아공예대전에서 입선을 하게 됐다. 이것이 나에게 큰 자부심을 주었다. 이 때의 자부심이 계기가 돼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새로운 기법으로 극복

 

  그는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많은 어려움 중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나전칠기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는 옻나무 수액인 칠과 조개껍질 류인 자개다. 칠과 자개는 비싸서 구하기도 어렵고 재료값만큼 완성품도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서민들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생각한 것이 계란껍질이었다. 계란껍질은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지기 때문에 구하기도 쉽고 제작비도 저렴하다. 또 작업과정이 단축되기 때문에 인건비도 줄어들어 제작이 쉬워졌다”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재료와 기술로 나전칠기 제작의 한 획을 그은 그는 현재 계란껍질로 자개를 대신하는 새로운 기법으로 6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천직, 전통 계승하고 싶어”

 

  나전장이의 길을 걸으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적은 언제였냐는 질문에 그는 “보람을 말하기 전에 식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을 때에는 가장의 역할을 올바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명장이 되기까지 기다려 준 아내와 자식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고 말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명장이라는 호칭을 통해서 식구들에게 좀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과 나를 세상에 알리게 된 것이다. 나전장이라는 직업은 나에게 있어서 천직이다. 포기하지 않고 20년이 넘게 해 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전칠기 하나만을 고집해서 명장이 된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꿈 많은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청했다. 그는 “우리 고유의 것인 나전칠기 제작기술을 후세에 전해 전통을 유지하고 싶다. 요즘 아이들은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 보여 가슴이 아프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실제로 나전칠기 제작기술은 우리의 기술을 따라올 수 있는 나라가 없다. 이러한 기술을 더 발전시켜 후세에 전해주고 싶고 나 역시도 명장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목표는 반드시 이뤄진다. 나 역시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그럴 때마다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노력하는 것 말고는 없다. 노력해서 꿈을 이룰 수 있는 열정 가득한 젊은이가 되어라”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동환 수습기자

kimdh@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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