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누군가 예고도 없이 악수를 청하듯 뜬금없이 비가 내리던 어느 토요일의 늦은 저녁, 인터뷰를 위해 학교 부근 카페에서 만난 박미영 기자는 날씨와는 정반대의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방송기자니까 차분하게 뉴스 리포팅하듯 말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떤 대목에서는 크게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사람 냄새 나는 ‘사람’이었다. 이번 사람과 사람에서는 우리 학교 동문(00학번.사회학과 졸업)으로 현재 KBS 청주방송총국 보도팀에서 활동 중인 박미영 기자를 만나보았다. 
 
외향적이고 목소리가 컸던 아이
 좀 진부하긴 하지만 꼭 필요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질문부터 하기로 했다. 언제부터 기자의 꿈을 가졌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중학교 때 사회적으로 유달리 큰 사건이 많았었다”며 “그때 그런 소식들을 접하면서 그것을 전하는 언론, 특히 방송의 영향력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굉장히 외향적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반장같이 앞에 나서서 이끌고 다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얘기해 주고 하는 것들에 알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면서 “어떻게 보면 방송기자라는 직업은 나에게 너무 당연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좀 더 오가던 중 “참, 목소리가 좀 크죠”라면서 머쓱해하던 그녀는 “하지만 어릴 때부터 목소리가 컸던 덕분인지 일을 하면서는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하며 소탈하게 웃었다. 실제로 방송기자에게는 발성 등이 중요하므로 그녀는 어릴 때부터 타고난 자질을 가진 셈이었다.
 
혼자 떠난 배낭여행, 그리고 교환학생
 철저한 자유방임의 교육관을 가졌던 부모님 덕택에 박 기자는 스스로 뭔가를 선택하는데 익숙했다. 삶에서의 자기 주도성은 자신을 이끌어가는 큰 힘을 지닌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솔직히 자기주장도 좀 뚜렷한 편이다”라며 “웬만하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편이고 두려움도 잘 가지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녀는 대학 진학 당시에도 자신의 선택에 의해 사회학과에 입학했고, 입학하고 난 후에는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혼자서 독일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독일의 역사나 언어에 관심이 남달랐던 박 기자는 1년간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마르부르크라는 대학이었는데, 철학자 하버마스가 공부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그곳에 1년간 있으면서 오전에는 언어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듣고 싶은 수업을 수강했다”며 “다양한 곳에서 온 유학생들과 함께 생활한 것 자체가 큰 공부였다”라고 말했다. 타국에서의 생활 문제나 비용 문제도 있었을 텐데 부모님이 말리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처음에 좀 걱정하긴 하셨는데 그래도 성격을 아니까 허락해 주셨던 것 같다”며 “그리고 독일 대학은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아주 잘 만들어 놓고 있는데다 국립학교는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꼭 배낭여행이나 교환학생 같은 게 아니어도 학생들이 새로운 자극제를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라며 모험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자를 향한 두 번의 도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던 2004년, 박 기자는 KBS 첫 번째 입사 시험에서 최종 면접까지 갔지만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해 다시 한번 도전을 했고, 결국 그렇게도 원하던 기자의 꿈을 이뤘다. 그녀는 “두 번째 전형 과정은 왠지 모르게 담담했다”면서 “첫 번째 최종 면접 때는 면접관으로 앉은 사장님 얼굴이 흐릿할 정도로 긴장했었는데 두 번째는 넥타이에 묻은 고추장까지 보일 정도로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려고 항상 노력했다는 그녀는 “그래서 그런지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입사 4년차인 박 기자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가다듬어 가는 법과 융통성을 배웠다고 한다. 그녀는 “일 자체에 대한 어려움보다 조직 자체에 나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혼나고 깨지고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취재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냐는 질문에 “입사 초기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피의자 녹취를 하기 위해 경찰서에 간 적이 있다”며 “그런데 의외로 무서움이나 두려움은 없었고 어떻게 해서든 녹취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다른 취재진들 사이를 막 뚫고 파고 들어간 기억이 난다”라고 말해 천생 기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나 스스로 내일은 내일답게 살아가고자 끊임없이 자기암시를 해 나간다”면서 “끈질기게 부딪혀 얻은 경험들은 사회생활의 추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후배들은 무엇이 됐든 한 가지라도 후회 없이 할 것을 새롭게 찾아서 해봤으면 한다”라고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