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종합언론미디어(충북대신문)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카(E.H Car)는 그의 저서를 통해 역사를 위와 같이 정의했다. 그의 말은 우리에게 역사가 과거에 갇힌 것이 아니라 생동하여 현재를 타고 흐르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이렇듯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역사의 주체가 되기 위해 과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발전의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정연주 전(前) KBS 사장은 강연 중에 역사가 발전한다는 것은 ‘닫힌 사고에서 열린 사고로, 획일적인 사회에서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타율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율이 보장되는 사회로, 소수의 지배가 아닌 다수가 결정권을 가지는 사회로, 불평등이 줄어들어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역사의 발전을 소망하며 정연주 전(前) KBS 사장과 함께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나눠보았다.

“행복하고 마음이 기뻐요”
정연주 전(前) KBS 사장은 ‘행복’과 ‘기쁨’이라는 간결한 단어로 우리학교에서 강연을 한 소감을 표현했다. “충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과 충북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연대, 충북지역언론노동조합협의회 등 폭넓은 단체의 사람들이 손을 잡고 ‘연대’를 했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 있는 자리에서 강연을 하게 되어 행복하고 마음이 기뻐요.” ‘행복’과 ‘기쁨’을 느낀 것은 청중도 마찬가지였다. 합동 강의실을 가득 채운 학생들과 시민들은 두 시간여의 강연 시간동안 시종일관 집중했다.

그는 시간관계상 강연에서 젊은이들에게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다섯 가지가 있어요. 고전을 많이 읽고, 어떤 분야에서든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로 도전하고,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대학 시절에 평생을 외롭지 않게 함께 할 좋은 친구를 만나고, 젊을 때 원 없이 사랑하라는 거예요” 그의 당부에는 젊은이들을 향한 애정이 짙게 묻어있었다.

정연주 씨는 젊은이들에게 고전을 읽으라는 당부를 가장 먼저 전했다. 스펙 쌓기와 학점 관리에 여념이 없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점점 고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문득 그는 대학 시절에 어떤 책을 읽었을지 궁금해졌다.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토지는 세 번 이상 읽었고 태백산맥, 장길산 등 우리나라 소설은 장편과 단편을 가리지 않고 고루 읽었어요.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함석헌 선생님과 민중 신학자이신 김재준, 안병무 박사님의 책은 거의 다 읽었죠.”

고전은 삶에 자양분이며 자신감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대학생들에겐 스펙으로 대표되는 기술보다 책, 여행, 사랑을 통해 삶을 사는 교양이 필요해요. 인생이라는 바다에 나서기 위해서는 가슴 가득 저수지를 쌓아야 하죠. 물을 가득 채워야해요.” 사람을 스펙과 학벌로 뽑는 요즘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는 대학생들의 교양기피증을 부추긴다. 하지만 정연주 사장은 “스펙이 능력은 아니에요. 진정한 능력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나오는 겁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은 ‘스펙 쌓기’와 ‘취업’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 하에 군사 독재가 득세했던 시절에 대학을 다닌 그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젊은이들에 대한 압박이 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사회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죠. 한편으로는 종교에 대해 고민했어요.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저는 대학생이 된 이후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혼자 책을 읽으며 공부하거나 안병무 박사님께 배우는 등 많이 노력했어요”라고 대학 시절 자신이 내면과 치열하게 싸우며 고민했던 기억을 전했다.

한편 그는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학교 신문사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의 각 단과대학이 흩어져 있던 시절 상과대학의 ‘상대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2학년 때에는 ‘대학신문’에서 기자 활동을 했다. 3학년 1학기에는 학생 편집장을 맡았으며 졸업과 동시에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75년 동아일보 사태로 인해 해직되고, 78년에는 긴급조치에 의해서 구속됐어요. 이후 80년에는 수배를 피해 도망을 다니기도 했죠. 하지만 그 사이에도 제도권 밖에서 신문을 만들며 언론계에서 발을 떼지 않았어요.”

그는 1988년 한겨레신문사가 창간 한 이후 1989년부터 2000년까지 한겨레신문의 워싱턴 특파원 생활을 했다.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지금도 ‘호기심’이라고 말하는 그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40여 년을 한결같이 언론인의 길을 걷고 있다. 사실과 진실에 대한 그의 열정과 탐구정신은 세월의 풍파 속에도 늙지 않고 있었다.

지금의 20대는 너무 바쁘다. 학점관리는 기본이고 각종 자격증 시험과 영어 성적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해외 봉사활동과 대외 활동마저도 필요충족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자기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취업이나 스펙에 국한해서 너무 좁게 생각하면 힘들죠. 예를 들어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사람이 무조건 언론고시를 통과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블로그를 통해 1인 미디어를 만들 수도 있죠”라고 말한 그는 20대에게 생각의 폭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

“내가 하는 일이 나 자신에게 보람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와 역사 발전에 기여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해요. 자신의 삶도 중요하지만 공동체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서 공동체 가치와 공동체 의식을 넓히는 삶을 살아야하죠. 나 혼자 물질적인 가치를 축적하는 것이 성공이라는 사고방식은 너무 좁아요. 함께 사는 공동체로 시선을 넓히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 지 반드시 길이 보일거에요.”

인터뷰의 처음과 끝에는 ‘연대’의 기쁨과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역설이 자리해있었다.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그의 애정은 살갗을 뚫고 듣는 이의 심장을 진동시켰다. 장차 이 사회와 역사의 주체가 될 20대들의 가슴에 그 설레는 진동이 옮겨지길 소망한다.

홍선녀 수습기자
angelhong@cb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