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창간한 지 1년 반 만에 엄청난 호응을 얻는 패션 문화 잡지가 있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니 뭔가 조금 이상하고 특별한 것이 섞여있다. 버려지고 학대 받는 동물들과 사회적 약자들, 물질만능주의에 짓밟히는 자연환경이 그것이다. 이것들을 폭넓게 아우르며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잡지의 편집장이자 발행인. 사진작가 김현성 씨를 만났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유기견을 많이 데려다 길렀어요. 그 영향으로 동물을 좋아하게 됐죠. 98년도부터는 동물병원에서 데려온 검은 푸들 먹물이와 아내가 시골에서 데려온 갈색 푸들 밤식이까지 두 마리의 강아지를 10년 넘게 자식처럼 키웠는데 두 마리가 연달아 죽고 말았어요”
강아지들이 죽고 난 후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무기력한 날을 보내던 그는 결국 ‘사고’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10년간 쌓아 온 패션사진에 대한 커리어를 활용하여 동물보호와 환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를 내는 것이다.
“사진작가들은 언젠간 자신의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다들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막연하게 로망으로 남겨요. 그러나 저는 먹물이와 밤식이를 떠나보내고 기존의 패션잡지 형식에 제가 관심 있고 잘 다룰 수 있는 사회 소외계층과 동물보호, 그리고 환경문제를 결합시키겠다는 목표로 오보이를 만들었죠.”
유행을 선도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며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진작가가 환경을 지키고 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생각하는 잡지를 만든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러니함이야 말로 오보이의 정체성이에요. 소비를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지금 소비생활은 너무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부분이 많아요. 10년 넘게 패션계에서 일을 하면서 유행에 따르는 세태가 너무 싫었기 때문에 오보이에는 현명한 소비, 지구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착한 소비를 권장하는 내용을 담았죠.”
그는 지금까지 15권의 잡지를 편집부터 배포까지 혼자 맡고 있다. 그것도 무료로 배포되는 ‘무가지’로 말이다. 무슨 이유일까?
“물론 이런 저런 사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사람을 모아서 시작했다면 분명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겠죠. 오보이는 다른 패션지와 다르게 조금 특별한 취지를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 잡지가 어떤 성격을 가지는지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혼자 만드는 것보다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또 유료화하지 않는 이유는 잡지는 누구나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죠. 도와주는 지인들도 많아서 괜찮습니다.”
그를 돕는 지인들 중에는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방송으로 이런 취지를 알리고 싶진 않았다고 한다.
“사실 잡지보다는 방송의 영향력이 크지만 방송이라는 매체에 거부감이 있어요. 이 쪽에 종사하면서 방송 출연할 기회가 많지만 순간적으로 강력하게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하는 방송은 동물보호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거든요. 예를 들어 ‘동물농장’의 경우 한 연예인이 키우는 시츄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많이 팔렸지만 그 부작용으로 결국 시츄 유기견들이 늘어났어요. 좋은 취지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그런 취지보다는 ‘귀여운 시츄’에 집중했기 때문이죠. 사실 연예인들이 영향력을 가지고 대중을 선동하는 것에도 반감이 있어요.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기엔 스타들의 등장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죠. 동물이나 환경을 얘기하는 잡지들은 많지만 그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전혀 보지 않거든요. 오보이안에 스타들을 등장시켜 관심을 유발하고 그 안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오보이의 다른 면들도 볼 수 있게 하는 것. 이게 제 전략이에요. 다행히 이런 전략이 통해서 스타의 팬으로 오보이를 접해 환경이나 동물보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인터뷰 중간에 그가 일하는 스튜디오를 둘러보니 그 흔한 종이컵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큰 촬영이 있어서 스텝들이 많지 않은 이상 스튜디오 사람들끼리는 개인 컵을 써요. 제가 직원들에게 개인 젓가락도 하나씩 선물했어요. 집에서도 불필요한 전등은 꺼놓고 잡지 배포할 때 외에는 승용차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에게 있어 오보이는 최종 목표를 위한 기초단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람들은 동물복지나 환경문제 자체가 사람이 먼저 배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생각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오보이를 통해서 동물보호와 환경문제를 얘기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에요. 최종 목표는 생명을 사고파는 애완동물 산업 대신 불쌍한 유기동물을 직접 돕기 위해 보호소를 짓는 겁니다.”
그의 원칙은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비판하기보다는 그들을 설득하고 싶어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낮은 목소리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민지수 기자
bebeco@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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