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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인사이드] ‘가락’을 통해 진정한 가곡을 가르치다
제 877 호    발행일 : 2014.04.28 
국어국문학과 박연호 교수

메밀꽃이 지천으로 널려 장관을 이루는 아리랑의 고장 강원도 봉평에서 태어나 정선아리랑을 시작으로 고난도 가곡들을 섭렵하며 민요와 사랑에 빠진 이가 있다. 바로 국어국문학과 박연호 교수다.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까지 널리 알리고 싶다는 빛나는 꿈을 가진  그를 만나 흥겨운 우리 가락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줄곧 우리 음악과 함께였어요. 고향이 강원도인지라 어렸을 때부터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정선아리랑을 불렀죠. 그 덕분에 자연스레 우리의 소리에 익숙하고 더욱 친근감이 갔어요. 대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더욱 우리의 소리에 애착을 가지게 됐죠. 농악대에서 노래와 춤을 담당하는 대포수 활동을 통해 전문적으로 우리의 소리를 이해하는 과정을 밟게 됐어요”
  이처럼 민요사랑에 푹 빠져 있던 그는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에서 민요를 공부하던 중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대학에서는 민요를 그가 자연스럽게 익혀온 흥겨운 가락이 빠진 노랫말로만 교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가 아닌 글로 접한 가사와 시조는 그가 평소에 알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상황이 주는 유쾌함이나 노래 가락의 중요성을 배제한 채 오로지 문자로만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민요를 제대로 교육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고 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곡창으로 시조를 가르치는 국문학 교수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한편, 그가 뽑은 가곡창의 매력은 바로 ‘느림’이다. 어느 하나 튀는 음 없이 조화롭게 한국인의 정서와 선율을 표현해 마치 물결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곡창은 수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떤 대상을 맑게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이처럼 가곡창은 함께 부르고 즐기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벼워진다.
  그가 본격적으로 가곡창을 배우게 된 계기는 2000년에 한국시가학회와 국악학회가 연합한 학술 대회를 참여한 경험 덕분이다. 그 자리에서 여창 조순자 선생님은 마이크 없이 가곡 시범을 보였는데 그를 포함한 150여 명의 관객들이 압도당할 만큼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차 남원에서 마산까지 왕복 6시간을 걸려 조순자 인간문화재를 찾아갔고, 간절한 바람이 이뤄져 매주 한 시간씩 가곡창을 배울 수 있었다.
  “조순자 선생님의 간단한 시험을 통과해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 첫 번째 가곡은 ‘이삭대엽’이었어요. 가곡 중 가장 느린 곡조로 배우기가 어렵기로 소문난 가곡이었죠. 하지만 배우고 싶다는 열정과 함께 즐기다 보니 3년이 되지 않아 모두 배울 수 있었어요”
  그는 2004년에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오면서 청주에서도 가곡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청주 곳고리회’를 만들었다. 그 후 곳고리회와 함께 예술의 전당 우면당에서 공연을 세 번까지 하는 등 경험과 함께 실력도 늘어났다.
  “공연을 자주 하면서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느꼈어요. 이후 하버드 대학교에서 맥켄교수가 저와 조순자 선생님을 초청했죠. 당시 미국횡단공연까지 계획됐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이루지 못했는데 이 부분은 아쉬움이 남아요. 그렇지만 미국에서 우리 민요에 대한 강의를  2번 하면서 미국의 많은 학생들에게 가곡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그가 처음부터 목표로 했던 민요의 대중화와 제대로 된 교육방법을 연구하며 꾸준히 방법을 모색했다. 교수로서 시조가사를 전체적인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기 위해 연구하던 중, 2010년에 가곡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고 한다. 가곡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는 우리의 노력보다 서양 사람들의 노력으로 등록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비주체적인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어떻게 보면 세계문화유산에 어떤 문화가 등록된다는 말은 그만큼 사람들이 그 문화에 대해 관심이 없어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소리죠. 그래서 유네스코에서 발 벗고 나서 문화 보존에 힘쓰는 거랍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너무 서양의 것만을 쫓고 있어요. 우리의 소리도 충분히 흥겨울 수 있고 독특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다행히도 지금은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고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배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관심도 증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기 걸음마 수준이에요”
  직접 악보도 만들고 강연까지 나가며 가곡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지금 이 삶이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가곡창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가곡창을 선보이기도 하며 반주에 쓰이는 악기들도 소개하는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줄곧 걸려있었다. 앞으로도 가곡창에 대한 연구와 홍보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가 있어 가곡창,  더 나아가 우리 문화의 미래까지 밝게 빛나고 있다.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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