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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다
제 883 호    발행일 : 2014.10.20 
'이인혜 밴드' 이인혜 메인보컬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K-POP스타> 등 최근 수십만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스타가 되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인 가운데 홍대의 작은 무대에서 스타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음악을 통해 사회를 치료하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이가 있다. 바로 인디밴드 ‘이인혜 밴드’의 메인보컬 이인혜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금은 헝클어진 머리, 검은 가죽 재킷, 시원한 웃음, 약속 장소에서 만난 그에게선 한눈에 보기에도 인디밴드의 메인보컬다운 자유분방함이 묻어났다. 그에게 최근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저는 싱어송라이터에요. 거창한 건 없고 곡 쓰고 노래하면 다 싱어송라이터거든요.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곡을 쓰고 있고 무대에서 노래도 부르고 있어요. 지금은 앞두고 있는 공연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이인혜, 음악과 만나다
  밤늦게까지 공연연습을 하고, 일상 속에서 늘 곡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그. 음악이 얼마나 그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음악과 동고동락한다는 그에게 음악과의 첫 만남에 대해 물어봤다.
  “음악을 하는 것이 꿈은 아니었어요. 어릴 적부터 미대로 진학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사실 미술 공부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들거든요. 집안 형편상 미술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 학교에서 입시공부를 했죠. 그러다 무심코 낸 실용음악과 대학 수시모집에 운 좋게 합격해 얼떨결에 음대에 진학하게 된 거에요. 그것이 음악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대학 입학 후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갑작스레 들어서게 된 음악의 길은 그에겐 낯선 세상이었다. 그의 앞에 놓인 음악의 길은 그가 상상했던 세계와는 달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음악 초년생에게는 매우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음악을 배운다는 설렘도 잠시, 처음 학교 입학 당시 몇 년씩 음악을 준비해왔던 사람들과 기초적인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형편상 장학금을 받아야 했는데 걱정이 많았죠. 다행인 건 처음 하는 음악공부라 그런지 공부가 정말 재밌었어요. 온종일 음악공부를 한 적도 있는데,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죠. 그 덕에 실력이 많이 늘 수 있었어요”
  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음악을 세상과 공유하기 위해 음반을 내기로 결심했다.
  “음반을 내겠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현실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음반을 내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통은 두 가지가 있어요.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체계적인 과정 속에서 앨범을 내거나 본인이 직접 내는 방법이 있는데 저는 후자였죠. 혼자 음반 발매를 하려다 보니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힘들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사무직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악착같이 모아 결국 음반을 냈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온 음반이 그의 1집 앨범 <Arise, My Love>이다. 고대하던 음반발매가 기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의외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막상 어렵게 음반이 나오니 무덤덤하더라고요. 음반이 나와도 달라지는 건 없거든요. 지위가 올라간다거나 갑자기 수입이 늘어나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 다만 나만의 명함이 생기는 거죠. 기획사에 들어가 음반을 내면 자기 음악을 못 해요. 회사에서 시키는 음악을 하고 그에 맞게 노래를 부를 뿐이죠. 하지만 제가 고생해서 낸 이 음반의 경우에는 제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이인혜, 밴드를 만나다
  어렵사리 음반도 내고 여러 가수들의 피처링(featuring)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에 발을 들이게 된 그는 올해 7월 ‘이인혜 밴드’로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음반 발매 이야기에도 덤덤했던 그의 표정이 밴드 이야기에 한층 밝아졌다.
  “올해 3월에 ‘볼리비아 희망꽃학교 건립을 위한 재능기부공연’이 있었는데 이 공연에 당시 친분이 있던 지인들과 함께 참여하게 됐고 지금의 이인혜 밴드가 만들어졌어요”
  재능기부 공연이라는 특별한 행사 속에서 만들어진 이인혜 밴드의 결성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서로가 잘 통한다는 것을 느꼈죠. 특히 재능기부공연은 돈이 되는 공연이 아닌데, 이런 공연에 선뜻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지인들의 따뜻한 생각이 너무 좋았어요. 당시 지인 한 분이 밴드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 바로 동의했죠. 때마침 밴드의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어요. 공연을 위해선 고정적인 세션들이 필요한데 저는 솔로다 보니 늘 이리저리 세션을 구하는 게 힘든 일이었거든요. 여러 가지로 밴드결성은 저에게 좋은 결정이었죠”.
  따뜻한 마음의 세션 5명으로 이뤄진 이인혜 밴드는 매주 홍대에서 그들만의 음악을 펼치고 있고 최근에는 홍대 ‘Jack B nimble’에서 단독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솔로로 활동할 때보다 밴드로 활동할 때가 더 좋다고 했다.
“혼자 활동하면 기동성이 있어 편하긴 하지만 밴드로 활동할 때의 그런 즐거움은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여러 사람들과 생기는 소소한 일들이 너무 좋아요”
  또한 그는 밴드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족한 부분이 더 채워진다고 말한다.
  “제가 전문적으로 작곡을 배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추구하는 음악을 만들 때 모르는 영역이 더 많거든요. 그런 부족한 부분은 드럼을 치고, 기타를 치는 밴드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 훨씬 빨리 해결돼요. 예를 들어 제가 작곡, 작사를 하면 밴드원들이 편곡을 조언해주는 것이죠. 제 음악에 피와 살이 붙어 음악적으로 더 풍성해지고 그것이 쌓여 밴드의 색깔이 돼요”
  이처럼 밴드 결성을 통해 기존의 한계를 넘어 음악적으로 한층 더 발전한 이인혜 밴드는 최근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초정돼 그들만의 풍성한 음악을 많은 관중에게 들려줬다.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문화관광부에 3년 연속 우수축제에 선정될 만큼 영향력 있는 축제에요. 축제를 본 관중들이 공연 잘 봤다고 말씀해주실 때 기분이 참 좋았죠.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을 듣고 즐거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인혜 밴드가 많은 관중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던 음악은 무엇이었을까. 관중들이 열광한 이인혜 밴드의 음악이 궁금해졌다.
  “제 음반 5번 트랙에 ‘바람’이라는 곡이 있어요. 그 곡에 제가 추구하는 메시지가 많이 담겨있어요. 저는 듣는 이의 마음에 조그마한 변화를 일으켜 밋밋하던 얼굴을 미소로 채우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그것이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고 음악에 담은 메시지에요. 요즘은 메시지 없는 음악들이 많아요. 쉽게 소모되는 음악이 아닌 사람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이인혜, 음악으로 세상을 치료하다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지난 8월 이인혜 밴드는 성남교육지원청Wee센터에서 주최하는 ‘꿈 다짐 프로그램’에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꿈 다짐 프로그램’은 각 분야의 재능기부자들이 학업중단 학생, 학업중단 위기학생 등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20명의 중.고등학생들과 상담, 통합예술치료 프로그램 등을 함께 하며 그들의 정서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업중단 학생들이 6만 명 정도 있다고 들었어요. 지금까지 학교폭력에는 많은 관심이 있었으나 학업중단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았어요. 많은 학생들이 학교가 싫어 학교를 떠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고 저희가 도울 방법이 없나 찾아봤었죠. 좋은 기회에 성남교육지원청과 연결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음악재능 기부로 학업중단 친구들이 공식적으로 학교를 재밌게 다닐 수 있도록 힘쓰고 있어요”
  이인혜 밴드는 그들만의 의사소통 수단인 음악으로 사회와 학교로부터 괴리된 학생과 소통하고 그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했던 특기를 살려 음악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멘토 역할을 했어요. 특히 보컬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 보컬 트레이너로서 많은 도움을 줬죠. 학업중단 학생이라는 편견이 조금 있었지만 생각과 달리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밝아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이처럼 이인혜 밴드는 음악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을 치료하고 있었다. 음악을 접하면서 태도가 달라지는 학생들을 보며 그들 또한 학생들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대단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극받고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어요”
  학생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며 오히려 자신이 더욱 자극됐다는 이인혜 밴드에게 최종목표를 물었다.
  “인디밴드는 정해진 삶이 없어요.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윤종신 씨처럼 저작권료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음악인은 현실적으로 거의 드물죠. 대부분의 인디밴드들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현실과 꿈 사이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실제로 낮에는 자신의 일을 하다가 밤에 주로 음악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밤낮이 바뀐 사람들이 많은 곳이 이곳이죠. 하지만 저는 이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바라는 것은 크지 않아요. 단 한 명이라도 우리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스타가 되기보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감동을 주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이인혜 밴드. 그들에게서 음악인으로서 인디밴드의 보컬로서, 그리고 앞서간 대학 선배로서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했다.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 말고, 남들이 추구하는 안정적인 직업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그 일을 하시길 바라요.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아요.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맨땅에 헤딩할 수도 있는 그런 일을 하세요. 지금 당장은 막막할지 몰라도 그렇게 꾸준히 자기 길을 가다보면 그 길이 빛을 보게 되는 날이 올 거예요”


김지하 기자

kjha092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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