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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빈
치과의사의 움직이는’ 병원
제 884 호    발행일 : 2014.11.03 
‘행복한 미소 치과버스’주지훈 치과의사


5억 원짜리 움직이는 치과가 있다. 움직이는 치과는 주말마다 이가 아픈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처럼 나타나 아픈 이를 치료해주고 사라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또 나타나길 반복한다. 이 치과는 ‘행복한 미소 치과버스’라는 이름의 이동 가능한 병원이다.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미소를 찾아주는 주지훈 치과의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26일 일요일 아침, 서울시 강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주차장에서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버스 한 대를 볼 수 있었다. 버스 입구에서 서성이는 기자에게 올해 들어 마지막 의료봉사를 앞둔 주지훈 치과의사는 “충북대학교에서 오셨느냐”며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이처럼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어렸을 때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적 안정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치과의사를 선택한 주된 이유도 어려웠던 형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원래 어렸을 때 그의 꿈은 과학자였다. 하지만 학창시절 납부금을 제대로 내기 힘들었을 정도로 그의 가정형편은 어려웠고 그 탓에 그는 과학자의 꿈을 빨리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다. 이후 그는 치과의사가 되면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한 치과의사의 말을 우연히 듣고 치과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고, 부단한 노력 끝에 그 꿈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그는 어렸을 때 목표로 했던 경제적 안정과 더불어 사회적 지위까지 얻었다. 이후 개인병원을 열고 나서 목표를 이뤘다는 안일함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을 때 즈음, 그는 의사로서 뭔가 뜻깊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생각한 뜻깊은 일 중 하나가 지금 하고 있는 의료봉사 활동이다.
  “생각해보면 봉사는 저에게 숙제 같은 거에요. 어렸을 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거든요. 대학 때도 마찬가지였죠.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래서 항상 나중에 잘되면 제가 어려울 때 받았던 것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어요”
  처음부터 그가 이동식 치과버스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시간을 내 봉사를 하자는 취지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치과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치아를 갈거나 침을 빨아들이는 장비가 필수였다. 장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진료가 불가능한 치과의 특성상 여러 곳으로 의료봉사를 다니기 위해서는 장비를 이동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장비를 싣고 다니기 위한 크기의 차량이 요구됐고, 이에 버스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버스는 아이들을 치료할 치과 의자 두 개와 아이들이 치료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이 넉넉해야 했다.
  하지만 공간이 넉넉한 리무진버스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의료장비까지 마련하기 위해서는 5억 원에 달하는 큰 돈이 필요했다. 봉사에 참여하는 치과의사들이 나누어 부담하기에는 매우 큰 금액이었다.
  “사회적으로 고소득층에 해당되는 치과의사 몇 명이 모이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았아요. 그래서 대기업에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알리면서 후원을 요청했죠”
  그는 ‘치과 버스 운영계획서’를 만들어 버스 후원 기업들을 찾아 나섰고 SK플래닛으로부터 개조된 버스를 후원 받았다. 버스 내에 설치한 고가의 의료장비는 의사들이 스스로 마련했다. 드디어 계획을 세운 지 3년 만에 ‘행복한 미소 치과버스’가 완성됐다.
  하지만 버스와 의료장비가 생기면 바로 진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해야 할 일은 점점 늘어났다.
  “진료할 수 있는 공간과 진료해 줄 치과의사들만 있으면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차량을 운전할 사람도, 현장 운영팀도 필요했죠. 이렇게 일이 점점 늘어나면서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 힘들다 보니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이외에도 기름값 등으로 지출될 비용에 대한 재원 확보도 필수적이었다. 의사들의 자비로 운영하다가는 봉사를 지속할 수 없을뿐더러 참여할 수 있는 사람도 제한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어린이 치약과 칫솔을 만드는 회사를 세워 버스 운영에 보태기로 했고, 회사에서 나온 첫 해 수익을 모두 버스 운영비용에 투자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마침내 그는 2012년 4월 경기도 부천시 부천지역아동센터에서 첫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의료봉사를 나간 지역아동센터 직원들이 동참했다. 이후 이 같은 의료봉사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진료를 도와주는 동료 치과의사들도 늘어났고, 진행을 도와주는 봉사활동 참여자도 생겨났다. 기업 후원도 이어지면서 의료봉사 시스템은 점차 안정을 찾았고 좀 더 깊숙한 곳에 있는 소외계층 아이들에게까지 닿을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은 치과를 참 무서워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가 아파도 부모에게 말을 안 하고 숨기는 경우가 많죠. 따라서 아이의 치아 상태는 부모의 관심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어요. 소외계층 자녀는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죠”
  지금은  방문할 지역을 정하면 정부기관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연계해 다문화가족 아이들을 대상으로 예약을 받는다. 예약을 하는 아이들은 제때 치아 점검을 받지 못해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1차 치료 후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그래서 치과버스는 한 달에 두 번 주말을 이용해 같은 지역으로 출동한다.
  “처음 진료했을 때 아이들의 치아 상태를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치아가 다 썩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인 아이도 있었죠. 이렇게 치아 손상이 심각한 아이들은 여러 번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함께 봉사나온 선생님들 가운데 가까운 곳에 병원을 운영 중인 분에게 치료를 마저 부탁하고 있어요”
  의료봉사 버스를 찾는 아이들은 다문화가정에 속해 있는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외 소외계층에 해당되는 아이들도 버스를 찾아 진료를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아이들의 치아를 치료해준 그이지만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듯한 모습이었다.
  “치아는 어릴 때 관리해야 해요. 의료봉사 대상자가 어린아이인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저희 의료봉사진들과 아이들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만나게 되는데,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전국적으로 200여 개 정도 있어요. 이 중에 1년 동안 치과 버스가 가는 곳은 10곳에 불과하죠. 더 많은 지역을 가고 싶지만 아직은 어렵네요”
  ‘행복한 미소 치과버스’는 현재 경기도 지역을 돌며 의료봉사를 진행 중이다. 전국을 돌며 많은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밝은 미소를 선물하고 싶지만 여건이 충분치 않아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태다.
  “지금 운영 중인 버스는 한 대에요. 버스가 장비를 많이 싣고 있기 때문에 멀리 가기가 힘들죠. 멀리 간다고 해도 왕복 6시간 이상을 이동하는 데 소비하면 실질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돼서 사실상 거리가 먼 지역까지 봉사를 하기는 힘들어요”
  26일 강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의 의료봉사를 마지막으로 올해 ‘행복한 미소 치과버스’는 잠시 시동을 끄게 됐다. 동절기에 의료봉사를 하면 장비에 연결된 배관들이 얼어 쉽게 고장나기 때문에 앞으로의 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행복한 미소 치과버스’는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만 운행을 하고 있다. 진료는 내년 3월에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더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싶어도 한계가 있어요. 아직 계획 중이지만 치과 버스를 좀 더 늘려서 더 많은 소외계층 아이들이 치과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앞으로 지금과 같은 치과 버스를 한두 대 더 늘릴 예정이에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료봉사 범위도 넓어지겠죠”
  치과 버스를 늘리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 그의 계획은 더 나은 의료봉사 여건이 마련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버스를 늘리고 난 후에는 재단을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재단을 만들어서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가가 치과진료를 해주고 싶어요. 치과진료 외에도 그들의 어려운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재단 말이죠”
  가정형편이 어려워 남들의 도움을 받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 받은 도움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며 살아가고 있다. ‘행복한 미소 치과버스’를 몰고 다니며 소외된 아이들과 만나 그들의 곪아있던 아픈 치아와 마음을 치유한 주지훈 치과의사. 그의 진정성 있는 의료봉사는 5억 원짜리 움직이는 치과보다 더욱 가치있는 일이었다.


박규빈 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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