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자는 모델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델의 선입견이 있지 않은가. 매서운 눈매와 큰 키로 기자의 기를 눌러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걱정도 잠시 씩씩한 걸음으로 들어온 그는 꾸밈없고 친근했다. 이에 기자가 칭찬하자 “에이, 모델도 그냥 사람이에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모델의 성격도 다양해요. 그러니까 너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모델의 선입견! 오늘 제가 고쳐보겠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평범한 고등학생
“작년까지만 해도 그냥 키 큰 수험생이었어요” 그렇다. 그는 3년 내내 야간 자율 학습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청주 지역의 일반 고교를 다닌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의 외모는 평범하지 않았다. 178cm의 훤칠한 키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는 그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모델 권유를 했다. 이에 그는 계기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모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왜 그는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을까.
“모든 부모님들이 다 그렇잖아요. 안정된 직업을 갖길 원하는 것. 저도 부모님을 못 이겨서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지만 부모님이 반대할수록 모델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됐어요. 일종의 오기가 발생한 거죠”
그의 고등학교 3년은 꿈과 현실에서의 방황의 시기였다. 갈등의 절정기인 3학년 때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고 한다. 바로 2013 엘리트 모델 선발대회. 급작스럽게 나간 대회였지만 끼를 인정받아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이 계기로 지금 우리가 아는 모델 ‘정소현’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는 그 기회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예비 수퍼모델
본격적으로 모델 ‘정소현’의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이하 도수코)에 출연한 순간부터 그의 이름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방송에 출연하고 난 후 많이 알아봐요.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사진 요청도 받는 답니다” 사실 그는 방송 초에 탈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기 있는 이유는 똑똑한 그의 전략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승하고 싶었죠! 하지만 우승에 목을 매기보단 있는 그대로의 저를 시청자에게 강렬하게 인식시켜 보고 싶었어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도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털털한 그의 성격을 발휘해 개그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도수코 PD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 방송 분량도 유독 많았고 그의 탈락 소식을 들은 PD가 안타까움을 표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고 한다.
미모 관리 비법
호리호리한 체격에 깨끗한 피부를 가진 그를 보니 모델의 미모 관리 비법이 궁금했다. 독자를 대신해 기자가 대신 물어봤다. 이에 그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한참 고민했다.
“흠, 사실 일반 여성과 모델이 바라는 몸은 아예 달라요. 일반 여성은 지방이 제거된 채 근육은 남아있는 탄력 있는 몸매를 원하지만 모델은 지방과 근육 모두 아예 없어야 해요”
이어 그는 다이어트에 대한 고충을 풀어놨다. 기존의 여자만 지원할 수 있는 도수코의 방식과 달리 그가 출연한 이번 시즌에서는 남녀가 함께 합숙생활을 해 오히려 살이 쪘다는 것이었다.
“방송이 끝난 후 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누워만 있었어요. 배가 고프면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누워요. 근육이 생기면 곤란하거든요. 차라리 그럴 땐 운동이라도 하고 싶죠”
모델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모델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쉬워 보이는 거 알아요. 그렇지만 돈 버는 데 쉬운 게 어디 있나요. 외모 관리 비법에 대해 물어보셨죠? 사실 평소 일하며 몇 십 시간씩 화장을 하다 보면 얼굴이 너무 답답해 화장에 신경쓸 겨를이 없어요”
그보다 이처럼 화려해 보이는 표면과 달리 화려해 보이려 노력하는 모델의 내면에 대해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사람들은 무대 위의 모습만 보고 판단을 해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력 하는지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깝긴 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보통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워킹 힐의 굽이 휠만큼 연습을 계속한다고 한다. 패션쇼 기간에는 잠도 못 잘 정도로 바쁘지만 그럼에도 그는 무대에 오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고 말한다.
런웨이 위 카멜레온
무대에 오르는 것이 즐거운 모델 ‘정소현’은 많은 디자이너의 러브콜을 받아 다양한 무대에서 매력
을 발산하고 있다.
“저는 동양적이고 강렬한 얼굴을 가졌어요. 이는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에 매우 도움이 되요. 하지만 모델로써의 매력보단 인간으로써의 매력을 인정받아 지금 제가 활동하는 것 같아요”
그는 <도수코>의 계기로 무대뿐만이 아닌 화보 촬영에도 진출했다고 한다.
“제가 사진 촬영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선’이에요. 촬영 분위기에 맞게 눈 하나도 강약조절을 해 다른 선을 만들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찍어보는 거예요. 일이 없을 때는 사진 하나라도 찍히려고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이 많은 신사동에 나갑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이처럼 그는 기회를 기다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서 모델로서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쌓고 있다.
독보적 신념
패션계를 주름잡는 모델로 급부상한 지금 그의 나이는 고작 20살. 그와 같은 또래의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해 캠퍼스를 누비며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모델로 먼저 사회에 진출한 그는 어떤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을까.
“저는 수험생 시절, 모델로 유명한 대학교와 그렇지 않고 모델 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없는 학교 사이에서 고민했어요. 저의 선택은 후자였죠.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모델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모델로 유명한 대학교로 진학하면 어쩌면 유명한 선배들을 따라 탄탄한 미래가 보장됐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언제나 저 자신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고 싶었어요. 누군가가 만들어 준 높은 길을 걷는 것보단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주기가 빠른 패션계 특성상 한 모델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것은 극히 드문 일. 현실적인 고민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제 고등학교 시절 얘기부터 해드릴게요. 남들 따라가다 보니까 어느새 제가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더라고요. 밤늦게까지 교실에 앉아서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를 풀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수학문제가 아닌 내 미래 문제부터 해결하자고요”
그는 그때 생각이 났는지 흥분한 모습이었다.
“이른 나이에 진출하는 다른 모델들보다 시작이 늦어 수명이 더 짧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저는 이제 모델의 수명은 상관없어요.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다면 아직까지도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겠죠. 저는 이 얘기를 대학 신문에 꼭 실어 같은 또래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꼭 하고 싶은 일을 찾으세요. 매우 간단하지만 그게 꿈을 이루는 비결이 될 수 있답니다”
이에 기자는 대학생들에게 더 따끔한 자극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모델을 원하는 친구들에게 많이 들어요. 모델 되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묻습니다. 저는 되물어요. ‘하면 되잖아?’ 그럼 그 친구들 반응은 똑같아요. 다 얼빠진 표정이에요. 그러면서 말해요. 준비가 안됐대요. 그럼 저는 다시 말해요. ‘준비가 다 될 때는 기회가 없어. 그 기회가 널 기다려주진 않아’하고요. 모델뿐만 아니에요. 우리 대학생들은 너무 똑똑한데, 솔직히 그 지식이 다 간접경험이잖아요. 경험의 힘이 얼마나 굉장한지 잘 모르고 실패를 두려워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패도 경험입니다. 저도 수없는 독설과 실패 속에서 성장했어요. 그 결과 여러분이 지금 저의 이름을 알고계신 것이고요”
‘롤모델은 없다’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던 그. 그보다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던 그이기에 우리 신문뿐 아니라 여러 지면에서도 그의 이름을 발견하게 되는 날이 머지않게 되지 않을까. 그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기회의 창 20대잖아요. 우리 함께 도전해요”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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