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일까. 다른 무엇도 아닌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집밥’이 아닐까. 임금님 수라상처럼 화려한 멋이 있는 건 아니더라도 밥과 국, 그 외에 몇 가지 반찬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집밥의 매력이다. 그런 집밥의 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모든 이들에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요리연구가 겸 푸드스타일리스트 홍신애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부터 그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홍신애 요리연구가는 주부들이 주로 보는 아침, 저녁 교양프로그램은 물론 <홍신애의 홈메이드 쿡>, <생생정보통>, <생로병사의 비밀>, <스펀지 2.0>, <최고의 요리비결>, <수요미식회> 등 수많은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얼굴이다.
TV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듯이 홍신애 씨는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어떤 요리든 뚝딱 만들어내는 대단한 요리 실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전문적으로 요리를 공부했던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처음 대학에서 공부한 분야는 음악이었다. 부모님은 그가 음악을 공부하길 원하셨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부모님의 뜻에 따라 작곡과로 대학에 진학했고 미국으로 유학도 떠났다. 그렇다면 음악을 배우기 위해 유학까지도 떠났던 그가 요리의 길로 접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그의 남다른 요리 사랑에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음식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용돈을 모아 오븐을 구입했고, 여행을 가면 항상 그 여행지에서 요리를 배워올 정도였다.
“먹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안의 분위기가 저에게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저희 집안 여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아침에 일어나면 가다랭이포를 대패로 열 번씩 미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집에서 잘 챙겨먹는 것만큼 외식도 자주 해서 미식에 대한 경험도 많았는데, 이런 모든 경험이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 것 같아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그는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주부가 됐다. 음악보다 요리하는 걸 좋아한 그는 결혼을 통해 하고 싶은 요리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틈날 때마다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요리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저 집 여자 요리 잘 한다더라’는 소문이 미국 교포 사회에 파다하게 퍼졌다. 주변의 반응이 좋아 나중에는 인터넷에 자신의 레시피를 올리기도 했다.
그의 요리 솜씨에 대한 입소문은 먼 바다 건너 우리나라까지 전해졌다. 미국에서 줄곧 지내던 그에게 한국에서 요리책을 내자고 연락이 왔다. 바로 그의 첫 책인 <홍신애닷컴 : 맛없으면 신고하세요>다.
이 책을 발간한 후 그는 본격적인 요리연구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다양한 일거리가 쏟아진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방송 푸드스타일링이었는데 이는 그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알고 지내던 요리잡지 편집장님께서 방송에 음식이 맛있게 나오도록 연출하는 푸드스타일링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요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뜻 하겠다고 나섰죠. 그런데 소품용으로 만들어졌던 제 음식이 스태프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그 프로그램에 음식을 만들어주는 ‘숨은 주인공’ 편으로 제가 방송에 출연하게 됐죠. 요리하는 장면과 인터뷰가 방송에 나갔는데 그 방송 이후에 하나둘씩 저에게 요리를 해주길 부탁하는 연락이 왔어요. 이후 방송 출연을 자주 하게 됐고 많은 사람들에게 저를 알리는 계기가 됐어요”
그렇게 방송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그는 2013년 9월 27일 처음으로 신사동에 자신의 식당 ‘쌀가게 by 홍신애’를 열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요리를 직접 맛볼 수 있게 하고 싶어서였다.
“10년을 알고 지낸 동생이 있는데 제 요리를 매일 먹고 싶다면서 다른 사람들도 이 좋은 음식을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가게를 함께 열자고 제안을 했죠. 괜찮은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외부에서 자주 일을 하기 때문에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았거든요.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 하나쯤 있으면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한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 주변에 제가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걸 좋아하는데, 식당을 하면 이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연 음식점이 ‘쌀가게 by 홍신애’에요”
그의 가게는 여느 가정집 밥상처럼 밥, 국, 반찬으로 이뤄진 정갈한 가정식 밥상을 제공한다. 가게를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 편안하고 건강한 밥을 먹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가정식 밥상, ‘집밥’을 정식 메뉴로 결정한 것이다.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제철재료 사용을 우선으로 하는 건 물론이고 매일 쌀을 직접 도정해 최상의 품질인 쌀로 밥을 짓는다. 또한 음식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 가지 메뉴를 먼저 정하면 그것과 조화를 이루는 다른 음식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메뉴를 구상한다.
“오분도미(현미 껍질을 반만 벗긴 것. 껍질을 모두 벗긴 백미에 비해서 영양은 풍부하면서 식감은 현미보다 좋다)로 지은 밥을 빼고는 제철 음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매일 메뉴가 달라져요. 날마다 달라지는 메뉴를 정하느라 당연히 고민도 많이 하죠. ‘오늘 뭐 먹지?’가 모든 엄마들의 고민 아니겠어요? 저 역시도 하고 싶은 요리가 너무 많아서 메뉴를 정하는데 고민이 많아요”
그런 그가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는 원칙이 있다. 바로 모든 손님을 가게가 아닌 ‘우리 집’에 오신 손님으로 생각하고 맞이하는 것이다.
“쌀을 직접 도정하는 것도 그렇지만 우리 가게 음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손길을 거쳐서 요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불안한 일은 없거든요. 저장반찬을 제외하고는 밥을 포함해 그날 판매되는 음식은 그날 직접 만들어요. 때문에 이 공간에서 정성을 다해 만들 수 있는 것이 하루 100인분이라는 생각에 하루 100명의 손님에게만 음식을 대접하고 있죠. 또 ‘쌀가게는 나와 우리 식구들이 먹을 것이라서 좋은 재료로 제대로 요리해서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하도록 직원들에게도 항상 당부하고 있어요. 저와 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손님들께서도 지인의 집에 방문하는 것처럼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작은 가게에서 밥을 먹으면 불편한 부분도 있을 법한데 오히려 손님들께서 이해하고 배려해주시고, 오실 때는 지인의 집에 방문할 때 작은 선물을 사가듯 과일이나 디저트를 사다 주시기도 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딱 100인분의 음식만 제공하고 있지만 그의 가게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덕분인지 고맙다며 인사를 전하는 분도 있었다.
“가게가 가로수길 근처라서 2.30대의 젊은 연령층의 손님들만 찾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의외로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아오고 계세요. 집밥을 그리워하는 2.30대의 젊은 손님들부터 건강한 밥을 먹고 싶어 멀리서부터 찾아오시는 중장년층이나 가족 단위 손님 등 정말 많은 분들이 우리 가게를 찾고 계시죠. 어느 날은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동네 아주머니께서 달려오시더니 제 손을 잡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어요.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했죠. 알고 보니 아토피가 있어서 바깥 음식을 먹으면 늘 몸을 긁었던 아이가 우리 가게 음식을 먹고 나서는 긁지 않았다 하더라고요. 한동안 그런 분들이 많아서 아토피를 겪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도 많이 찾아오곤 하셨어요”
그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레시피나 건강한 밥상 등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 <월간 홍신애>도 발간하고 있다. 그는 잡지를 통해 그가 가게에서 어떻게 요리를 하고 제철 음식은 무엇이 좋은지, 어떤 제품이나 그릇을 좋아하는지, 직원들의 이야기 등 손님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를 전하는 제2의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오늘의 음식 재료나 요리 방법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손님들께서 무척 즐거워하세요. 바쁘거나 방송 등 외부 스케줄로 가게를 비우면 그런 이야기를 직접 나누기 어려운데 그런 경우에도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월간 홍신애>라는 잡지를 만들게 됐죠. 손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정이 깊어지는 것처럼, 매월 잡지를 발행할수록 우리가 얼마나 밥을 좋아하고, 어떤 마음으로 열심히 밥하고 요리하는지를 손님들께서 많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덕분에 참 감사하고 행복해요”
이외에도 그는 또 다른 일을 계획하고 있다. 바로 한국인의 힘의 원천, 쌀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알리고 좋은 쌀을 먹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식습관이 생각보다 많이 부실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또한 적절한 음식 교육이 이뤄지면 올바른 식습관이 확립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기도 했죠.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쌀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고요. 제가 오분도미를 이용해서 밥을 짓는 것도 이러한 점을 해결해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어서에요. 그런데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알리기에는 장소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서 한국인에게 중요한 쌀을 많이 알리고 좋은 쌀, 좋은 밥을 잘 먹을 수 있게 하는데 많은 힘을 보태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요리를 하는 매 순간이 즐겁다는 홍신애 요리연구가는 계속해서 요리를 하면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제가 말하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사회봉사처럼 시간을 별도로 내거나 하는 특별하고 거창한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좋은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게 하고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몸과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어쩌면 요리연구가라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재료를 쓰고, 정성껏 만들고, 먹으면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데 열정을 쏟는 홍신애 요리연구가. 맛있게 먹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손님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도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최영은 기자
choyouneu@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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