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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704남매의 아버지
제 889 호    발행일 : 2015.03.23 
이종락 목사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 <독도는 우리 땅> 중 인상 깊은 한 구절이다. 독도를 향한 우리 국민의 굳은 의지처럼 ‘베이비 박스’에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누가 아무리 뭐래도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이종락 목사를 만나 보자.
  한국에서 버려진 아이들이 큰소리로 울고 있다.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드롭 박스(The Drop Box)>는 지구촌에 더 큰 울음소리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아동유기에 관해 국가의 무관심과 무대책, 무대응 속에 ‘베이비 박스(Baby Box)’를 운영하는 이종락 목사의 헌신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영화의 흥행에 만족스럽기보단 수치스러워했다. “우리나라의 복지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유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면서도 뉴스에서는 그 잔혹한 사고를 한 번 비춰주는 것으로 끝내지 않습니까. 세계인들이 한국은 ‘아동 유기’ 나라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될 것이란 비난을 받으면서도 제가 영화 촬영을 결심한 이유는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저의 노력은 국가가 아이를 보호할 때까지 계속 될것입니다”
  ‘베이비 박스’란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게 마련된 가로 70cm, 높이 60cm, 깊이 45cm의 상자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이종락 목사가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작년부터 ‘새가나안교회’에서도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종락 목사가 처음부터 베이비 박스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도 정확히 기억합니다. 2007년, 지금처럼 봄인데도 추운 날씨였어요. 새벽 3시 20분에 한 통의 전화가 왔어요. ‘대문 앞에’라는 섬뜩한 말 한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불안함 느낌에 교회 대문 앞으로 달려갔더니, 역시나 한 생명이 그 앞에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야생 고양이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더라고요. 아마 아이가  담겨 있던 상자가 생선 상자였나 봐요. 다행히도 숨은 붙어 있었지만 무척이나 싸늘했답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어땠을지 아찔한 생각도 들었어요”
  벌써 아무런 보호 없이 덩그러니 대문 앞에 놓인 3번째 아기였다. 이 일이 있은 후 그는 베이비 박스 운영을 서둘렀다. 다음 달부터는 직원을 채용해 3교대 운영예정이다. “요즘 쌍둥이나 삼둥이가 방송에 나와 정신없는 모습이 화제지요? 저는 한 번에 아이 13명을 키웠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학생 기자와 인터뷰할 시간도 있어요. 저의 외골수 활동을 언론에서 알아주기 시작한 이후랍니다. 영화가 개봉된 후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후원과 봉사지원이 들어와 저는 계속해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홍보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이 인터뷰도 기분 좋게 응했고요”
  한편, 베이비 박스는 세계 19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Baby Safe Haven법>이라고 해서 베이비박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50개주에서 실행하고 있으며 모든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프랑스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같은 심각한 저출산 국가 중에 하나였죠. 하지만 지금은 저출산 국가 어디에서도 프랑스를 찾아볼 수 없어요. 그 해법은 바로 ‘익명 출산’ 제도죠. X출산(묻지마 출산)이라 하여 전체 산부인과가 베이비박스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친생모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아이를 출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아이를 입양을 보낸다는 것으로 간주해서, 출산비용은 물론이고 입양이 되기까지의 양육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고 있죠. 이야말로 오직 ‘아이’만을 위한 법이 아닐까요?”
  하지만 베이비 박스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신생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이었다. 그는 그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진정한 ‘유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많은 아이들이 울부짖고 있는데 귀를 막은 채 듣고 있지 않은 당신들이 직무유기를 행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베이비 박스를 불법으로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불법의 정의는 법은 존재하나, 그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오히려 베이비 박스가 불법이라면 좋겠네요. 그 비판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베이비 박스의 이름 유래에 주목해 달라고 부탁했다. “성경에는 ‘모세와 갈대상자’ 내용이 출애굽기 2장에 나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은 모세의 어머니가 모세를 강에 떠내려 보낸 줄 아닌데 사실 갈대 사이에 끼워놓고 멀리 서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단순히 모세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죠. 영화 <드롭 박스>에서도 그렇고 베이비 박스의 어원은 이 모세의 갈대상자에서부터 가져왔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진작 그 강에서 상류사람들이 목욕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사람에게 아이를 맡겼다고 볼 수 있어요.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희망해서죠. 현재 그 역할은 베이비 박스가 맡고 있고요” 
  그 역할을 베이비 박스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우리나라에는 현재 입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입양특례법’이라는 법이 유기된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기자는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입양특례법은 살인법입니다. 이론은 완벽하나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해요. 사실 베이비 박스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그 전까지 아이의 부모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가 기관이나 관련 조항을 모두 알아보고 온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실질적으로 아이의 부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단 한 개도 없기 때문에 베이비 박스까지 오게 되는 거죠”
  실제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의 부모는 50 ~ 60%가 10대이고, 92%가 결손가정이다. 그중 미혼모가 차지하는 부분이 대다수다. 이러한 환경에서 양측 부모에게 모두 승인받아야 하고 기록이 남으며, 10대에게는 성인의 보호자가 필요하기까지 한 ‘입양특례법’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적용될 수 있을까. 그는 ‘입양특례법’의 부작용으로 아이들이 죽어가고 불법 인신매매가 일어나고, 고비용 낙태수술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불법적인 유기가 행해지는 이유는 법 문제뿐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과 현실, 한마디로 ‘문화’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이 임신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 시선에 쫓겨 재빨리 학교를 그만둬야 할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각 학교마다 아이를 봐줄 수 있는 보육기관도 있으며 나이가 어리더라도 임산부를 신성하게 바라본다. “제가 가장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바로 아이를 품고 있는 임산부의 모습이랍니다. 그것은 나이가 어리든 장애가 있든 인종이 다르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런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는 깨어있는 대학생만이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우리의 미래가 될 새싹들을 위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그는 기꺼이 목사의 사명감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활발히 인터뷰하고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의 부모에게도 한마디 했다. “앞으로 당신의 그 아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당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말해주세요. 당신의 작은 목소리 하나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개인으로, 베이비 박스 운영자로, 종교인으로 다양한 직책과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각각의 목표를 물어봤다. 그렇지만 결국 답은 하나였다.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그는 더 이상 베이비 박스의 문 대신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열기 위해 싸울 것이다.
  2015년 3월 20일까지, 벌써 704번째 아이가 베이비 박스에 맡겨졌다. 그가 가슴으로 품은 아이도 704명째다. 그도 이제 머리가 다 세버린 할아버지다. 이제 그만 그를 육아의 늪에서 벗어나게 해주자.

이청기자
echung@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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