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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여행에 숨결을 불어넣다
제 908 호    발행일 : 2016.05.30 
김현길 작가

‘여행 작가’,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직업이다. 국내나 해외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들을 글로 쓰고 이를 통해 수익도 얻을 수 있으니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 수 없다. 김현길 작가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여행을 다니면서 가방 속에 각종 펜과 물감, 조그만 스케치북을 들고 다닌다.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여행을 단순히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작가의 가슴으로 느낀 여행지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여행 드로잉’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목표인 김현길 작가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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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여행작가

  지난 20일 수원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현길 작가를 만났다. 그와 만나서 인사를 한 후 기자의 눈에 띈 것은 그의 가방이었다. 여행작가의 가방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그는 흔쾌히 가방에 있던 그의 스케치북과 물감, 필기구 등을 꺼내 보였다.
  “외출할 때도 거의 간단한 미술도구들을 들고 다니는 편이에요. 그래서 틈틈이 여행했을 때 스케치 해놓은 그림에 색을 입히곤 해요”
  그는 프리랜서 여행작가이면서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여행을 다니지 않을 때는 기업의 광고 삽화를 그리기도 한다. “사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직업은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 일러스트레이트를 이용한 기업의 지면광고 삽화와 건축조감도를 의뢰받기도 하고, 여행 드로잉 강좌도 다니고 있어요.”
  그는 국내와 해외를 여행하면서 그 기록을 그림으로 남기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38일 동안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의 곳곳을 돌며 기록한 그림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사실 돈을 받고 출판사의 기획안에 따라 여행하면서 책을 내는 여행작가가 있는 반면, 그는 자비로 여행하면서 스스로 기획한 여행계획에 따라 책을 냈기 때문이다.
  “제가 스스로 짠 여행 계획으로 다니면서 책을 내고 싶었어요. 1년 동안 출판사와 연락을 했고, 그동안 유럽 여행에서 담아온 이야기와 그림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하지만 책이 바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어서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김현길 작가의 멘토이자 가장 존경하는 작가는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라는 책을 집필한 이장희 작가다. 이 책은 김현길 작가가 회사를 퇴직하고 꿈에 다시 도전하게 된 계기가 됐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이장희 작가님은 제 멘토 역할을 해주셨어요. 그 분은 오래된 건물이나 문화재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여행에 관한 책을 쓰세요. 그래서 ‘아 나도 저렇게 그림 그리면서 여행을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꿈을 위한 도전

  그는 대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따로 있었다. 바로 ‘그림 그리는 사람’이 그의 꿈이었다. 그는 만화고등학교로 진학할 생각까지 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 후 모두가 선망하는 기업에 입사했지만 자신과는 맞지 않았다. 월급과 복지 혜택은 좋았지만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졌다. 그래서 입사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저는 삶의 만족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회사에 다닐 때 ‘나와 맞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관둔 거죠.”
  회사를 관둘 당시 동료들은 그를 응원했지만, 정작 가족과 친구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직장 동료들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지지를 해줬어요.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것에 축하와 격려를 해줬죠. 하지만 제가 다니던 회사의 문화를 겪어 보지 못한 가족이나 친구들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어요. 지금은 지지해주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걱정이 많이 됐나 봐요.”
  그는 그림 그리는 여행작가가 되기 위한 첫 프로젝트로 ‘그림여행단행본’을 계획했다. 사실 회사를 다닐 때 틈틈이 티베트, 홍콩, 몽골 등을 여행하며 그림으로 기록했고 이를 블로그와 SNS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해 봤다.
  “블로그와 SNS에 올린 제 그림에 대해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렇게 피드백을 받다 보니 제 그림에 대해 부족한 점을 알게 됐고, 부족한 점을 고쳐나가면서 제 그림에 대한 확신을 가졌죠.”

이야기가 있는 여행

  김현길 작가는 지난해 3월, 책을 내고 정식으로 등단했다. 정식 데뷔 전에는 주로 아시아 지역을 여행했다. 몽골, 중국 본토, 티베트, 홍콩, 일본을 다녀왔는데 티베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였다. 티베트는 ‘몸이 힘든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평균 해발이 4,000미터 이상으로 산소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도로나 편의시설도 잘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9일 동안 티베트를 여행하면서 느린 호흡으로 티베트를 흠뻑 느끼고 왔다.
  “국내도 물론 좋은 곳이 많이 있지만 정말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티베트였어요. 고산병에 걸리기도 했는데 천천히 여행하면서 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사실 문화나 자연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티베트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을 보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그는 국내 여행을 할 때는 주로 여행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다닌다. 그가 가장 재밌다고 느낀 이야기는 경북 고령의 집성촌인 개실마을 종부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다. 개실마을은 한국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에 포함된 곳이었다. 그래서 직접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근처 마을은 불에 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하지만 개실마을은 조금의 피해만 입었을 뿐 아무도 죽지 않았다. 북한군이 점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국군 수복, 미군 폭격 때도 아무도 죽지 않았고 현재 100년 된 한옥이 다 남아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직까지 알지 못한다.
  “개실마을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예요. 이렇게 여행을 다니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찾을 때 기쁨을 느껴요. 저는 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기쁠 때가 남들이 잘 모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할 때예요. 보통 사람들은 모르는 나만의 여행지를 발견하면 여행의 보람을 느껴요.”

여행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여행작가도 경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직업의 일종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전략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바로 퇴직하지 않고 3년 동안 전략을 세웠다. 이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이장희 여행 작가다.
  “원래 회사를 3년이 될 때까지 다닐 생각은 아니었어요. 1년 반 동안만 다니다가 관두고 바로 여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려고 했죠. 하지만 이장희 작가님은 반대하셨어요. 이장희 작가님이 현실적인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무조건 퇴사하는 게 답이 아니라 남과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그는 그림에 대한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는 일을 거쳤다. 자신의 그림 실력이 생계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그림으로 기록하고자 했기 때문에 제가 가진 그림에 대한 재능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봐야 했어요. 회사를 퇴직하기 전에는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많이 찾아보고 퇴근 후에는 꼭 한두 시간씩 연습해 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그는 3년 동안 차곡차곡 모은 월급과 퇴직금으로 여행을 떠났고 다른 여행 작가들과 차별화된 특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여행을 하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다거나 사진보다는 직접 그림을 그려서 여행을 기록하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프리랜서 여행작가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에요. 여행을 통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그것을 수익으로 창출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여행작가는 글쓰기 능력, 사진 찍는 기술, 그림 실력 등을 고루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독자와의 소통’이다.
  “여행 작가는 독자와 교감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여행지의 삶과 문화를 느끼고 전해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져야 해요. 또 독자에게 이야기를 잘 풀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성실함도 필요합니다.”



몽골 여행을 권해봅니다

  그는 이제 곧 종강을 앞둔 학생들의 여행지로 몽골을 추천했다. 몽골은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혹한이 계속되는데, 여름의 더위는 내륙이기 때문에 습기가 없어 우리나라의 무더위에 비해서 견딜 만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본이나 동남아, 홍콩 등으로 놀러가는데 더울 때 우리나라보다 더운 나라로 가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몽골을 추천합니다. 몽골은 대륙성 기후를 가지고 있어서 기온은 높지만 습하지 않아서 여름에도 땀이 많이 나지 않아요. 드넓은 초원과 하늘을 수놓은 별을 감상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남과 비교하는 여행보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요즘 SNS를 보면 여행을 자랑할 목적으로 다녀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무리하게 될 수 있어요. 그보다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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