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은 우리와 가까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된 <달빛천사>, <명탐정 코난>, <나루토> 등 애니메이션은 대다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수입 애니메이션에 우리말을 입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말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성격과 감정을 새롭게 만드는 사람들, 화려한 화면 뒤에서 연기하는 그들은 바로 성우이다. 성우는 타고난 목소리로 우리가 영상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들 성우 중 애니메이션 전문 성우로 노래 잘 하기로 소문난 이용신 성우를 만나봤다.
목소리의 재능을 발견하다
한 카페에서 만난 이용신 성우를 기자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활동하는 ‘투니버스’ 채널은 기자의 유년시절 속 ‘장난감 상자’ 같은 것이었다. 매일 챙겨보던 재밌는 애니메이션은 어린 아이들의 우상이자 전부였다. 그리고 당시 가장 유명했던 성우 또한 그였다. 서로 옛 추억이 가득한 인사말을 건네며, 그는 성우의 길을 들어선 당시를 회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녹음기로 목소리를 녹음하고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아마 그때부터 성우의 꿈을 저도 모르게 키웠나 봐요. 처음 대학을 교육학과로 진학했는데 저의 적성에 맞지 않아 금방 그만두고, 신문방송학과를 가지 위해 재수를 준비했어요. 확실한 꿈이라 그런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공부했어요. 결국 전 원하던 신문방송학과에 갔고, 목소리가 돋보이는 일들을 했었어요”
이후 그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나면 그때마다 그대로 행동으로 옮겼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내다보니 기회는 그에게 우연히 찾아왔다.
“그 당시 남자친구의 권유로 제1회 ‘슈퍼 보이스 탤런트 선발대회’에 나갔는데 거기서 대상을 수상했어요. 그리고 그 대상 덕분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오리온 초코파이’ CM송을 불렀어요. 그 후 정말 많은 일들을 하다가 해보고 싶던 쇼핑호스트를 하게 됐는데 여러 이유로 쫓겨나게 되면서 이 길이 나의 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그는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다시 셀 수 없이 다양한 일을 했다. 이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쌓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다 알고 지내던 성우의 권유로 ‘투니버스’ 공채에 지원하게 됐고 합격했다. 그때부터 그의 성우 인생이 시작됐다.
노래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성우는 연기자다. 연기에 자신이 없던 그였지만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연기에 도움을 줬다. 그래서인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운이 좋게 한 작품의 주연을 맡았다. 그 작품은 바로 이용신이란 이름을 알린 <달빛천사>다. 국내에서 2004년에 방영된 이 작품은 시한부인 주인공 루나가 갑자기 나타난 사신 콤비의 도움으로 바라던 가수가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이다.
“성우가 된지 얼마 안 된 제가 주연을 맡은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1997년 강변가요제 인기상을 수상한 저의 경력 때문에 노래 비중이 높은 <달빛천사>의 주연을 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연기가 많이 서툴렀어요. 그래도 저를 선택해주신 PD님이 ‘자신만의 연기를 하라’고 하셔서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이후 피나는 노력으로 대사목소리로 노래까지 부를 수 있게 됐고, 결국 나중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청률이 올라 성공적으로 작품을 끝냈어요. 정말 <달빛천사>를 만난 건 성우로서 크나큰 행운이었어요”
<달빛천사>를 만나기 전의 그는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달빛천사>를 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이 더 큰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았다. 또 그의 장점인 노래실력은 만화 OST를 통해 보여줄 수 있었다.
“2004년 시청 앞에서 진행된 애니 페스티벌의 마무리 무대를 유명 가수가 아니라 제가 했어요. 처음에는 마지막까지 몇 명이나 남아 있을까 걱정을 했어요. 근데 마무리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데 관중이 따라 불러 줬어요. 그때 너무 행복했고 고마웠어요.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는 성우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노래하는 성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지금도 발전하는 그만의 꿈과 목표
그에게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또한 그는 성우로서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성우로서 그동안 해왔던 연기에서 벗어나 안 해봤던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또한 나이가 들어서까지 짱구 역할을 꾸준히 하시는 박영남 선배님처럼 자기 캐릭터를 가지고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성우가 되고 싶어요”
그는 성우로서의 꿈뿐 아니라 개인적인 꿈도 가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꿈을 꾼 것이다. 다문화 가정은 한 가족 내에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국적에 따른 차별성을 내포하고 있던 국제결혼가족이라는 용어를 대신해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싶어요. 한국말을 잘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직업의 특성을 살려 만화나 영상을 통해 한글 교육을 직접할거에요. 아이들에게 고리타분하지 않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뿐만 아니라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아이들, 부모님으로부터 보살핌을 잘 받지 못하는 아이들까지도 보호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 나에게 따뜻하게 대해 줘서 좋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미래를 살아갈 친구들인데 불안과 걱정보다는 용기와 희망을 줘서 인생을 살아갈 의지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명쾌한 답을 주는 어른이 아닌 방향만 제시해주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한 저와 같은 뜻을 가진 청년들을 모아 같이 계획도 짜고 활동도 했으면 좋겠어요”
청춘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충고
그는 성우의 꿈을 가진 청춘들에게 조언을 하기보다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청춘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재능을 알고 자신과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직접 부딪히는 경험을 많이 해보면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돼요. 청춘이라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어떠한 역경이 와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해요”
그는 남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 쓰지 말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라고 말한다. 또한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며, 청춘들이 정형화되고 폐쇄적인 사고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꿈을 찾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꿈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아니에요. 만약 제가 꿈이 성우였다면 지금 제 꿈은 사라졌어요. 꿈이라는 것은 자신이 인생의 최종 목적지를 어떻게 갈 것인지를 결정 하는 거예요. 모든 청춘이 항상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이고 어떠한 인생을 꾸려 나갈 것인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자신의 보물 1호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쓴 일기장이라고 한다.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객관화 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인생을 찾고 싶을 때 그녀처럼 무한한 의지와 용기 있는 부딪침을 통해 고난을 극복해보는 건 어떨까?
강경민 기자
sfui@cbnu.ac.kr








강경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