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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지
조선마술사 이야기 들어볼래?
제 919 호    발행일 : 2017.05.22 
조선마술사 이경재

“안녕하세요, 경재예요. 히히히”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선 경재는 조선에 사는 바보 소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지만 그에게도 꿈이 있다. 하늘을 나는 마술사가 돼 돌아가신 엄마를 만나는 것이다. 경재는 엄마와 춤 췄던 날을 회상하며 인형을 공중에 떠오르게 하고,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은 꽃을 부채 바람으로 만들어낸다. 이처럼 마술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경재 마술사는 현재, 바보 경재의 이야기를 다룬 ‘조선마술사’로 활동 중이다. 기자는 지난 6일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대강당에서 공연 중인 그를 만났다. 화려한 손놀림과 재치 있는 말로 관중을 웃기고 울리는 조선마술사, 그의 무대 뒷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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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야 산다

  관중석에 불이 켜지자 공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사람들이 무대 아래 긴 줄을 이뤘다. 조선 바보에서 현대인으로 돌아온 이경재 마술사는 그들 한 명 한 명과 사진을 찍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무대 매너는 오랜 세월로 다져진 그의 경험을 말해주었다. 중학교 때 학예회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던 그는 튀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별로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했어요. 마술이 바로 그거였죠”
  그의 학창시절에 마술은 사람들이 접하기 힘든 분야였다. 지금과 달리 관련 자료가 미비했고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마술 기술이 비밀처럼 전해졌기 때문이다. 남들이 모르는 걸 한다는 것은 그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마술로 학교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2010년 마술회사를 설립해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여러 마술사들 틈에서 마술로 주목받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마술사들은 사람이 들어간 상자에 칼을 넣는 등 아찔한 라스베이거스식 마술을 선보였고, 그 또한 같은 길을 걸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제일 화려한 마술쇼가 펼쳐지는 곳이니까 그런 방식의 마술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불러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옷이 아닌 느낌을 받았어요. 남을 흉내 내는 것에만 그치니까 다른 마술사를 뛰어넘는 데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제가 또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어요”
  그때 그의 머리를 스친 건 연기였다. 고등학생 때 그는 부모님의 권유로 연극영화과 대입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연기 학원을 다녔다. 처음 도전한 분야였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자신이 맡은 역할에 몰입을 잘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마술에 이야기를 넣기 시작했다. 첫 공연은 대전 오월드에서 선보인 ‘캐릭터 판타지 매직쇼’였다. 마술사가 동물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였다.
  “저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그때 사람들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방향으로 가게 됐죠”
  이후 그는 ‘찰리박사와 떠나는 시간여행’, ‘이상한 나라의 병정들’을 차례로 제작했고, 교훈적인 내용을 가미해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호응을 얻었다.

관중 울리는 마술, 처음 보지?

  새로운 마술 공연을 기획하던 그는 마술에 감동을 더하기로 했다.
  “보통 사람들은 마술을 보면 신기하고 놀랍다는 생각을 해요. 근데 전 사람들에게 아련한 마음과 감동까지 주는 마술을 하고 싶었어요.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울기도 하잖아요. 그것처럼 제 마술도 감동받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오랜 고민 끝에 재작년 겨울, 그의 새 작품인 ‘조선마술사’가 탄생했다. ‘조선마술사’ 주인공 경재는 돌아가신 엄마를 보러 하늘로 날아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마술은 경재가 좋아하는 것이자 그의 꿈을 이루게 할 매개체다.
  “이상하게도 누구나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잖아요. 그래서 부모님 이야기를 다루게 됐어요”
  평범한 사람보다 바보 경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관중의 눈물샘을 더욱 자극했다.
  “‘하다못해 바보도 부모님의 사랑을 알고 있는데 왜 너희는 모르고 사느냐’는 깨우침을 주기 위해 바보 캐릭터를 선택했는데 매우 적절했던 것 같아요”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많은 관중이 그의 무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KBS 아침마당>, <테마다큐 현장속으로> 등 여러 방송에서도 조선마술사를 찾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마술 이야기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조선마술사’는 이경재 마술사의 대명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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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창작의 길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하는 그에게 ‘조선마술사’라는 특정 캐릭터로 각인되는 것이 한편으론 걱정이지 않을까.
  “아직 저는 계속 ‘조선마술사’로 불리고 싶어요.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인 것 같거든요. 색다른 공연도 준비 중이지만, ‘조선마술사’도 꾸준히 발전시킬 생각이에요”
  이날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에서 펼쳐진 무대에서 그는 판소리를 접목시켜 소리꾼과 함께 무대를 꾸렸다. 기존 공연에 색다른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작품의 시대배경 상 전통적인 것들을 활용하기 좋아요. 요즘은 줄타기도 배우고 있어요”
  마술 하는 순간은 행복하지만 준비 과정은 그리 달달하지만은 않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그가 짊어져야 하는 압박감의 무게는 상당하다. 그는 고진감래가 반복되는 마술이 ‘애인 같다’고 말한다.
  “항상 마술을 생각하고 있고, 마술로 인해 제가 사랑받기 때문에 마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하지만 가끔 아픔도 줘요. 어떻게 하면 새로움을 표현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인데, 더 이상 좋은 생각이 나지 않거나 이전 작품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연애처럼 마술이 무척 어려운 것 같아요”
  어려움 없는 일은 없기에 그는 마술의 쓴 맛도 감수하며 더 나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말 안 통해도 감정 전달에 문제 없어요”

  향후 그는 해외 진출도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은 라스베이거스 거리 공연 이후 더욱 견고해졌다. 재작년 ‘조선마술사’ 첫 공연을 마친 그는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라스베이거스는 각종 거리 공연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미국의 관광도시다. 한복 입은 그는 길 한편에서 우리의 전통을 접목한 마술을 선보였다.
  “무언극이었어요. 최대한 몸짓과 음악으로 대사를 표현하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전달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활기찬 라스베이거스 거리 분위기와 대비되는 이경재 마술사의 ‘조선마술사’ 공연은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거리 공연 팀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그는 전했다.
  “마음은 늘 해외로 나가고 싶어요. 앞으로 다양한 장르를 섞어서 더 많은 것을 마술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해외 공연의 기회가 곧 생기지 않을까요?”

마술은 그저 거들 뿐

  이경재 마술사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마술 안에 녹인다. 그래서 그의 공연은 마술보다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는 신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마술은 그저 공연의 재미를 거들 뿐이다.
  “저 자신이 너무 마술사라는 직업에 국한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무대에서 이야기를 하는 데 마술을 사용하는 사람. 마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을 다 활용하는, 그냥 무대인이고 싶어요”

  바람대로 그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마술을 더하여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전국의 모든 광역시를 도는 것이다. 대전과 광주, 부산에 이어 다음은 대구를 계획 중이다. 청주는 언제 올 예정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광역시 투어 이후 한 번 갈 것 같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유민지 기자
nice971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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