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코엑스몰 앞에서 ‘5,000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 현장은 시위 참가자와 경찰, 그리고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혼잡한 사이, 체크셔츠에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큼지막한 백팩을 멘 한 사람이 조용히 카메라를 꺼내 든다.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은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둘러보는 그의 눈빛은 누구보다 차분하고 진지하다. 치열한 현장에서 혼자 묵묵히 취재하며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김정환 씨다. 그는 시사에 관심이 있거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닉네임 ‘미디어몽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인 미디어계의 1세대를 이끌어간 시대의 기록자, 미디어몽구 김정환 씨를 만나봤다.
자신만의 시각이 담긴 사진 한 장으로 인생이 바뀌다
주로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영상뉴스 제작에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상 촬영부터 편집, 기사 작성부터 보도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이 모든 과정을 혼자 소화하며 자신의 시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미디어몽구’를 운영하는 김정환 씨다.
현재의 일을 시작하기 전의 그는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가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미디어몽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20대 후반으로 기억하는데, 2005년이었어요. 그때 서울 대학로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조작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였어요”
그는 걸어서 5분 거리인 서울대병원으로 강아지 몽구를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 당시 황우석 박사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어 여러 방송사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카메라 기능이 탑재된 핸드폰으로 재미삼아 기자들의 취재 현장을 촬영했다. 기자들이 어떻게 취재를 준비하고 있는지 방송 중개차 안은 어떤 모습인지 등을 촬영했다. 집에 돌아온 그는 촬영한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다. 다음날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화면에 그가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쉽게 찾아보기 힘든 취재 현장을 담은 사진이 이슈가 된 것이다. 그로인해 그는 특종 상금도 받았다. 그 후 2~3번 정도 다른 사진을 올렸는데, 이 사진들도 특종으로 뽑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미디어 관련 일을 해보자는 제안이 왔다.
“당시 다음은 1인 미디어를 키우기 위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저한테 제안이 온 거에요. 고민하다가 제가 키우는 강아지 몽구의 이름을 따서 미디어몽구를 운영하기 시작했죠”
이렇게 시작된 미디어몽구는 12년째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 꾸준히 팬층이 쌓인 미디어몽구는 현재 동영상 시청자 수 1,000만 명 이상, 블로그 방문자 수 2,000만 명 이상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다양한 언론.방송상도 수상하며 미디어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하나의 보도가 나오기까지
그렇다면 1인 미디어는 어떻게 운영될까? 그는 혼자서 진행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 운영은 다른 언론사와 같다고 말한다.
“카메라를 들고 이슈 현장이나 소외된 현장을 찾아가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는 점은 다른 미디어와 같아요. 다만 촬영, 편집, 텍스트 작성 등의 과정을 모두 혼자서 한다는 점과 홍보를 SNS로 한다는 점만 다르죠”
그의 아침은 메일이나 문자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미디어 활동을 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정보원이 돼 새로운 소식이나 행사정보 등을 보내주기 때문이다. 이중 네티즌들이 궁금해 하는 현장,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되는 현장을 선택해 취재를 기획한다. 행사 취재를 나갈 때는 항상 행사가 시작하기 1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 분위기와 상황을 파악한 후 익숙해지려 한다. 이는 생생한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그가 미디어몽구를 운영하며 지켜온 원칙이다. 촬영이 끝나면 바로 집에 돌아와 편집한다. 이때 속보를 포함해 같은 현장을 취재한 다른 기사를 검색해 살펴본 후, 중복되지 않는 내용과 꼭 알리고 싶은 내용 위주로 편집해 각종 SNS와 블로그에 업로드 한다. 보통 이 과정은 3~4시간 정도 소요되며 현장취재 시간까지 합하면 6~7시간 정도가 걸린다.
“제가 만든 미디어는 제 시각으로 취재해 사람들에게 전달되죠. 또 혼자 취재를 다니다 보니 기동성 측면이나 마감의 압박 등이 없어 심적으로 편해요. 다른 매체는 검열이나 제한된 보도시간에 맞게 보도 내용이 편집되기 때문에 누락되는 사실들이 많아요. 하지만 전 그럴 염려가 없죠. 보여주고 싶은 사실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미디어몽구만의 큰 장점이죠”
치열한 취재 속 그가 겪은 어려움
하지만 미디어몽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처음에 미디어몽구를 시작할 때는 다음에서 받는 특종상금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러다 2008년에 있었던 광우병 촛불집회를 계기로 시사문제에 관심이 커졌고, 그 분야에 집중하게 됐다. 그 때부터 6~7년 동안 그는 배고픈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른 매체의 제안을 받고 2년 정도 그 매체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의 마음속엔 항상 미디어몽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시 미디어몽구로 돌아온 그는 후원 받을 방법을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후원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니 계속 미디어몽구를 지켜봐 주신 분들이 기꺼이 후원해주시겠다고 나섰어요. 힘든 시절,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사람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어요. 현장에 나가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전달하려한 노력과 변함없는 꾸준한 활동에 많은 분들이 믿음을 주시더라고요. 덕분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죠. 지금은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다른 어려움도 있었다. 1인 미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부족해 취재 현장에서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얼굴을 알렸다. 그런 꾸준한 노력의 결과인지 지금은 반갑게 맞아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현장에서 포기하고 싶거나 힘들 때는 저보다 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을 생각해요. 저는 현장에서 조그마한 카메라를 들고 몇 시간만 고생하면 되는데 그분들은 더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건 힘든 것도 아니구나’라고 힘이 솟더라고요.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들이 지금 활동하는 데 있어 많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정말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다시 힘을 내고 있어요”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미디어
그는 항상 취재 현장에서의 마음가짐을 중시한다. 현장은 내 가족의 집안일이 발생한 것이고 사건의 당사자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감정이입이 돼 더 적극적으로 취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당사자들의 목소리, 모습, 사정을 가장 최우선으로 한다. 자신의 보도가 그들의 확성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원들의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 사건의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인터뷰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취재원을 처음 만날 때면 그는 카메라를 놓고 간다. 그리고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다 그들이 조금씩 맘을 열고 말을 걸어오면 그때 자신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꺼낸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이 열리면 카메라를 들고 다시 찾아가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담는다.
이런 노하우는 12년의 미디어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그는 취재도 중 누군가에게 끌려도 가봤고, 고소를 당해 검찰 조사도 받아봤다. 평범한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많이 겪었다.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지만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 있는 현장이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현장이었다.
“정말 가장 아팠던 현장이었어요. 끔찍하거나 위험한 현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그곳처럼 슬프고, 아프고, 원통한 곳은 없었어요. 팽목항에서 실종자가 희생자로 돌아오는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한참동안 그때 생긴 트라우마로 힘들었어요. 취재를 위해 갔지만 촬영보다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힘들었어요. 억울하게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그 억울함을 꼭 풀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참사가 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관심을 갖고 계속 취재하고 있어요”
그는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보고 듣는 것보다 직접 만지면서 익히는 것이 중요해요. 대부분이 좋은 스펙과 학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보다는 경험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나중에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감을 갖고 이겨낼 수 있어요”
기자는 마지막 질문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그는 현재에 충실하고 현실에 만족할 뿐이라며, 앞날에 대한 목표보다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두 발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현장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미디어몽구로 남고 싶다는 김정환 씨. 그의 미디어에 대한 열정이 미디어몽구가 사랑받는 이유이지 않을까.
전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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