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22세의 나이에 세계 최연소 극지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람이 있다. 아타카마 사막, 고비 사막, 사하라 사막, 남극을 마라토너로 달린 ‘무인도.섬테마연구소’ 윤승철 소장이다. 늘 새로운 곳으로 향하고 낯선 곳을 탐험하며 직접 몸으로 부딪혀 얻은 경험을 전하는 그의 이야기에 많은 청년들이 공감하고 있다. 실크로드 3대 간선을 횡단하고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등 화려한 여행 경력을 가진 그가 운영하는 무인도.섬테마연구소는 무인도와 섬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무인도에 대한 애정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대원들을 모아 무인도에 들어가는 ‘이카루스 무인도 탐험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무인도에 가고 싶지만, 선뜻 떠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윤승철 소장의 패기와 열정을 함께 들여다보자.
길고 긴 레이스의 시작
윤승철 소장이 사막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소설 소재를 찾다가 우연히 보게 된 사막을 달리는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윤승철 소장은 중학교 2학년 때 유리를 잘못 밟는 사고로 무릎이 돌아가고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그 후 대학생이 될 때까지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대학생이 된 이후 받은 첫 과제가 소설을 써오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잘 뛰고 오래 걷지 못하니 ‘소설 주인공만큼은 잘 뛰고 잘 달리는 친구로 써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소재를 찾다가 우연히 누군가 사막을 달리는 사진을 봤는데, ‘나도 저 사람처럼 사막을 달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았고, 군대도 가게 됐어요. 군대에서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했죠. 군대시절을 포함해 한 3년 반 정도 사막마라톤을 위한 준비기간을 가졌어요”
사막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열정만으로는 어려웠다. 문제는 경비였고, 누군가의 후원이 절실했다. 후원을 받기 위해 그는 100여 군데가 넘는 곳을 방문하며 동분서주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페이지가 넘는 직접 만든 제안서를 들고 여러 회사와 기관들을 방문했어요. 가는 곳마다 거절당하다 보니 ‘내 방법이 잘못됐나’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한 회사의 홍보 담당자 분이 제 열정을 인정해주셨어요. 비록 경제적 후원을 해주시지는 못했지만 제가 만든 제안서를 꼼꼼히 수정해주셨어요. 그밖에도 많은 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제 도전을 응원해주셨어요. 그런 응원이 큰 힘이 돼 될 때까지 해보자는 용기가 나더라고요. 남은 대회 기간까지 최선을 다해 후원처를 찾았고, 결국은 성공해 참가비와 항공료, 경비, 그리고 장비까지 후원받을 수 있었어요”
사막이 가진 매력을 찾아서
2013년 3월, 윤승철 소장은 꿈에 그리던 사막에 서게 됐다. 목표로 했던 사막마라톤에 참여하게 된 것이 그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많은 분들이 살면서 언제가 가장 기뻤냐는 질문을 해요. 그러면서 첫 마라톤을 완주하고 골인했을 때가 가장 기뻤을 것 같다고 짐작들을 하세요. 하지만 저는 출발선에 서서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를 들었을 때가 가장 기뻤어요. 3년 반이라는 준비 기간에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며 왈칵 눈물이 났거든요”
사막을 달리며 윤승철 소장은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사막은 그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사막 마라톤에 참여한 70대 어르신께 왜 사막을 달리시냐고 여쭌 적이 있어요. 그분 말씀이 ‘돈이 있다고, 시간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여긴 내가 온전하게 꾸준히 노력해야 달릴 수 있는 곳이다’라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사막을 달리면서 어쩌면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어요”
사막 4곳과 남극까지 총 1,250킬로의 험하고 먼 거리를 달리며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제가 힘들 때 응원하고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했어요. 여기서 포기한다면 다른 어떤 어려운 일도 이겨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달렸어요. 그리고 쓰러지더라도 시원한 맥주는 꼭 마시고 쓰러져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시원한 맥주처럼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된 무인도 탐험
힘차게 사막을 달린 후, 윤승철 소장은 무인도 탐험을 시작했다. 무인도에 빠진 이유는 단순하게도 동생과 한 게임 ‘블루마블’에 있었다.
“게임을 하다 보니 무인도 칸이 있었어요. 처음엔 3턴이나 쉬어야한다고 해서 싫었는데, 어느 정도 빌딩도 짓고 호텔도 지으니 은근 무인도에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윤승철 소장은 게임을 하며 같은 판을 계속 돌아야 하는 것이 쳇바퀴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느꼈다.
“무인도에 걸렸을 때,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어요. 나가면 상대방의 땅을 밟아 통행료를 내야 하는데 그럴 일도 없고, 또 한편으로는 이제껏 열심히 건물을 지었으니 조금 쉬고 싶기도 했고요. 게임이었지만 마치 현실에서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을 위로하는 저의 모습이 같았어요”
많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찾는 아름다운 섬을 뒤로하고, 그는 무인도를 탐험하기로 했다. 무인도라는 공간이 주는 독특함이 그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가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다 벗고 바다에서 수영도 해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빈 병에 띄워보는 것도 해보고 싶었어요. 낚시를 해서 생존을 해본다거나 밤하늘 쏟아지는 유성들과 은하수를 가만히 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아무도 없고 아무 일도일어나지 않는 무인도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목이 말라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에 코코넛 나무를 발견하고 간신히 올라갔을 때의 간절함, 맨손과 나무만 가지고 7시간 만에 불을 피웠을 때 느끼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 위험했던 순간을 극복하고 얻었던 깨달음, 몇 번이나 짓고 고치며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집 등 윤승철 소장은 무인도에서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인도는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방향성을 지키며 삶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무인도에 혼자 생존하면서 ‘나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의 잠재력을 느끼고 확인한 거죠. 그러니 남들처럼 살기 위해 혹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정신없이 휩쓸려 살아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진짜 나를 위해 내가 살아갈 방향을 찾는다면, 나는 그 길을 충분히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죠”
자신의 한계를 꾸준히 시험해라
윤승철 소장은 자신의 도전과 탐험을 글로 남기는 작가이기도 하다.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후 쓴 사막 횡단기 <달리는 청춘의 시>, 실크로드를 횡단하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썼던 <실크로드, 길 위에서 길을 보다> 그리고 최근 무인도를 다녀와서 쓴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등이 그의 책이다. 그는 작가로서 ‘탐험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 중이다.
“탐험문학은 책 한권에 여행지에 대한 가이드북, 에세이, 지도 등을 담아요. 다른 사람들이 쉽게 가지 않는 지역에 다녀온 사진과 글을 엮으면 탐험문학 장르를 개척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는 청년들에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헛된 경험은 없다’는 진심어린 메시지를 전한다.
“책상에 앉아 ‘나는 뭘 잘하고 어떤 것들을 해야 하나’라고 고민만 하면 답을 찾을 수가 없어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해보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보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순간이 찾아올 거예요. 저도 사막을 달리면서 제가 가고 싶은 새로운 길을 찾은 것처럼 말이죠”
우하연기자
hy20@cbnu.ac.kr









우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