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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정
뚱뚱한 바비인형은 어떤가요?
제 928 호    발행일 : 2018.03.19 
김쥬쥬 도예작가

작은 얼굴, 늘씬한 팔과 다리, 36-18-33(가슴-허리-엉덩이) 사이즈의 S라인 몸매를 가진 여자는 누굴까? 바로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어린 시절 하나쯤 갖고 있던 바비인형이다. 아이들이 머리를 빗겨주고, 예쁜 옷을 입혀주며 자신의 단짝친구처럼 여기던 바비인형은 사실 비현실적인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바비인형의 비현실적 요소들이 아이들에게 잘못된 미의 기준을 심어줄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들이 쏟아져 나온다. 단순히 장난감 인형일 뿐 아니라, 당대 여성들의 미의 기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여기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깨고, 여성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도예 작가가 있다. 여러 체형의 도자 인형을 만드는 김쥬쥬 도예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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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기자는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서울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비릿한 생선 냄새, 고소한 곡식 냄새가 넘치는 이 시끌벅적한 시장 가운데, 신당창작아케이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하 복도에 끝없이 펼쳐진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그들만의 다양한 개성과 예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다양한 도자 바비인형이 맞이하고 있는 ‘김쥬쥬 스튜디오’ 작업실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라는 주제를 도자 인형으로 표현해내는 그녀는 어떻게 이곳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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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입주작가로 들어오기 전, 홍익대에서 도예과를 전공한 그녀는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졸업을 앞두고 어디서 작업해야 할지 너무 막막한 거예요. 개인 작업실을 유지한다는 게 돈이 많이 들어 부담스럽기도 하고, 작업실 공간 자체도 내주는 곳이 별로 없거든요”
  어떻게 하면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녀는 신당창작아케이드를 알게 됐고, 대학원 졸업 준비와 함께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 준비를 했다. 이후 대학원을 마치고 바로 이곳에 들어오게 됐다. 이곳 입주작가들은 저렴한 월세로 작업실을 사용하며 가마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입주 심사가 까다롭다. 1년에 한 번씩 공모를 받아 입주 후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한 서류와 면접을 모두 통과한 40명의 작가들만이 입주할 수 있다. 
  “제가 쓰는 이 공간은 월세가 3만 원이에요. 그리고 도자를 만들려면 가마가 필요한데, 이곳은 가마 사용 비용이 다 지원돼요. 이렇게 지원을 많이 해주는 곳이 없거든요”
  가마가 있는 레지던시(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거주전시 공간, 작업실 등 창작 생활 공간을 지원해 작품 활동을 돕는 사업)는 이곳뿐이라고 한다.
  “서울에는 도자 공예를 하는 사람이 갈 수 있는 레지던시가 정말 여기밖에 없어요. 이외에 도자할 수 있는 공간이 이천과 김해에 각각 한 곳씩 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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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부터 미술을 좋아해 미술 학원에 다녔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더라고요”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미대를 꿈꿨고, 만드는 작업을 하는 학과는 선택의 폭이 좁아 단순한 생각에 도예과를 가게 됐다. 하지만 흙을 이용해 작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공이 도예과다 보니 자연스레 흙으로 모든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도예과 학생들은 ‘내가 이걸 왜 굳이 힘들게 흙으로 만들고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도 막상 작업을 하다 보면 흙이 정말 매력적이란 걸 알게 돼요.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제가 넣었을 때랑 완전 다른 성질이 돼 있잖아요. 가마에 넣기 전에는 물로만 만져도 다 녹아버리지만,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반짝반짝하고 딱딱하게 굳어서 영원히 남는 썩지 않는 존재가 돼 있잖아요”
  흙의 매력에 빠진 그녀는 플라스틱이나 다른 다양한 재료들을 마다하고 흙으로만 인형을 만들고 있다.
  “인형을 흙으로 만드는 게 쉽지는 않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형과 그 느낌이 완전 달라요. 그 느낌의 차이가 흙의 매력인 거 같아요”
  그녀는 작업한 것을 가마에 넣고, 오랜 기다림 후 가마를 열 때의 느낌이 좋다고 한다.
  “작품이 가마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직접 확인할 수 없는데, 기다림 끝에 가마를 열면 제가 넣은 그 작품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잖아요. 머릿속으로 또는 그림으로 구상한 대로 결과물이 나오면 정말 행복해요. 약간의 기울기나 무게 같은 섬세한 부분들까지 생각해 작업을 해도 처음 의도한 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녀에게 가마는 애증의 관계다. 정성 들여 작업해도 가마에 들어가서 잘못 구워지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했던 방식대로 구웠는데도 의도한 대로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녀는 ‘가마는 참 알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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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대학교 1, 2학년 때 그 환경이 낯설고, 적응이 안 돼서 놀기만 했어요. 3학년쯤 되니까 정말 제대로 된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그때부터 어떤 주제로 작업을 할지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작품을 통해 얘기하면 끊임없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예뻐지고 싶은 욕망이 강한 아이였음을 깨달았다.
  “처음엔 단순하게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이 주제로 작업을 하면서 쓴 첫 소재는 ‘비너스’예요. 미의 여신이라고 하면 비너스가 떠오르는데, 비너스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봤을 때 예쁜 모습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그녀는 지금 이 시대에 비너스 같은 역할을 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하다가 ‘바비인형’을 떠올렸다.
  “바비인형은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잖아요. 다리도 너무 길고, 마르고. 그렇게 바비인형을 작업하다 보니 미의 기준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녀는 미의 기준이 시.공간에 따라서 계속 변하는 것이라 느꼈다.
  “우리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시간에 따라 바뀌잖아요. ‘언제, 어디선가는 과거 비너스처럼 그런 뚱뚱한 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모습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체형을 가진 인형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뚱뚱한 바비인형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작품을 만들며 ‘여자라면 이렇게 해야 해, 이렇게 꾸며야 해. 이런 게 여성스러운 거야’라는 이 시대의 사회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지금 이 사회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정말 아름다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작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문제인 거 같아요. 앞으로 작업을 통해 이에 대한 제 생각을 계속 얘기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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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크게 두 가지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하나는 인형 만드는 도자 조형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김쥬쥬 스튜디오’라는 브랜드로 판매할 아트 상품을 만드는 작업이에요. 그래서 현재 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나 아트 페어에 참여하기도 하고, 제 작품을 핸드메이드 페어나 업체에 입점 시켜 판매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어요”
  그녀는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도자 작업 과정에서 한번 실수하면, 그냥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해서 아무리 작품을 잘 만들더라도 남들이 알아주지 못할 때 회의감이 든다고 한다.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든 작품인데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고 끝난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렇게 열심히 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자신이 만든 작품을 팔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그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김쥬쥬 스튜디오라는 도자 아트 상품 브랜드를 창업해 작품과 연계시킨 오일램프를 제작.판매 중이다.
  “보통 작가들이 투잡(two-job)을 많이 하잖아요. 다른 데서 돈을 벌어서 그 돈으로 작업을 하죠. 근데 저는 그 반복적인 패턴이 너무 소모적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작업한 작품을 팔면서 또 다른 작업을 하는 게 이상적인 일이라는 생각에 김쥬쥬 스튜디오를 만들었죠”

  그녀는 지금은 도자 인형만을 만들고 있지만, 차차 인형의 집처럼 인형을 꾸밀 수 있는 것들로 소재를 넓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김쥬쥬 스튜디오의 상품도 더 다양하게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는 더 넓고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김쥬쥬 스튜디오의 상품도 지금보다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 판매해보려고요. 어떤 걸 만들더라도 ‘김쥬쥬’만의 스타일로 만들고 싶어요”

김민정 기자
minjung3898@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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