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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웃음을 주는 개그맨, 양성평등을 외치다
제 932 호    발행일 :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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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가 모두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각축전을 벌이던 ‘개그 삼국지’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폐지됐고, SBS 개그맨들은 제2의 삶을 찾아 나서야 했다. 이번에 만난 황영진 씨는 SBS 개그맨 출신으로 지난해 연예부 기자로 입사해 일명 ‘개기자’(개그맨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또한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에도 도전했다.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개그맨 황영진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칠전팔기 끝에 이룬 개그맨의 꿈

  그는 어릴 적부터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 외로운 학창시절을 보내던 그에게 개그맨이라는 꿈은 웃음에 대한 열망이었다.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자취를 했어요. 혼자 지내다보니 집이 너무 조용하고 외로웠죠. 그때 TV 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웃기고 밝은 데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개그맨이라는 꿈은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죠”
  하지만 그는 개그맨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8번의 시험을 치르고, 예비번호를 받아 겨우 최종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고생 끝에 2003년 SBS 공채 개그맨 7기로 데뷔했다. 당시 SBS 간판 개그프로그램이었던 웃찾사에 합류해 ‘잭슨황’ 캐릭터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제가 다른 개그맨 동료에 비해서 평범하게 생긴 탓인지, 웃음을 주는 공격수 역할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마이클 잭슨을 모티브로 ‘잭슨황’ 코너를 만들었어요. 웃찾사 최초의 1인코너예요”
  이외에도 ‘지독한 사랑’, ‘홍하녀’ 등의 코너에서 종횡무진하던 그는 2010년 제18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개그맨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성희롱 경험으로 제2의 인생에 눈뜨다

  황영진 씨는 2016년 12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평범한 가부장적 가정에서 태어나 보수적인 남성으로 자라왔다는 그가 양성평등에 관심을 둔 것은 성희롱 피해를 겪은 이후였다.
  “신인 시절, 여자 동기와 밥을 먹고 들어왔는데 선배 개그맨 한 분이 ‘둘이서 뭐하고 왔어? 열 달 동안 배부르게 만들어주는 그거 하고 왔구나’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회식 자리나 개그 연습 도중에 제 엉덩이를 만지기도 하고요. 불쾌하고 위축되는 마음이 들었죠. 이를 계기로 ‘나중에 내가 선배가 되면 이 문화를 바꿔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우연한 기회로 찍게 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뮤직비디오 촬영으로 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은 전혀 없었고, 저도 굉장히 어렵게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 자격증은 서류심사와 4차까지의 시험이 있어요.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변화를 느꼈어요. 뜻깊은 시간이었죠”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그는 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양성평등 관련 콘텐츠 제작도 하고, 외부에 성희롱 예방 강의도 나가고 있어요. 사실 저도 성희롱 예방 강의를 많이 들어봤지만 주제 자체가 진지하다 보니, 집중을 못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저는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살려서 지루한 강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성희롱 예방 강의 특성상 진지함을 잃어선 안 되죠”
  그는 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지만 고충을 느낄 때도 많다.
  “사회적으로 ‘페미니즘’이 큰 이슈가 되면서 주변에서 공격을 많이 받았어요. 실제로 전화로 욕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개그맨 동료 중에서도 그만 하라는 분들도 계셨죠. 사실 양성평등이라는 분야는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느낌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이라도 있어야 사회가 조금은 성평등하게 변화한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많은 분들이 동참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고 있어요”
  지난해 그는 남성만 가입할 수 있는 ‘성평등 보이스’에 유일한 예능인 멤버로 가입했다. 성평등 보이스란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성평등 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모임으로, 사회 각 분야의 남성 45인으로 구성돼있다.
  “저도 양성평등 교육을 받기 전까지 남자의 역할은 집안일을 돕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집안일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육아도 함께라는 것을 깨닫고 몸소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저도 여전히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완벽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어서 성평등한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개기자’로 새 출발하다

  지난해 웃찾사가 종영하면서 황영진 씨는 연예계의 소식을 전하는 연예부 기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웃찾사가 종영한 후 고민이 많았어요.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요. 그러다 회사에서 제의가 들어와서 좋은 기회로 연예부 기자가 됐어요. 시험도 보고, 수습기자 교육도 받고요. 다른 기자들과 같이 취재도 나가고 기사도 쓰고 있어요. 저는 일명 ‘개기자’라고 소개하고 다녀요”
  15년간의 연예계 경험은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단점도 된다.
  “오랜 연예계 생활로 친한 연예인들이 많아서 정보가 빠른 것이 장점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질문하기가 곤란한 경우도 많고, 지인들과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될 수 있으면 좋은 기사만 쓰려고 노력해요. 제 기사를 보고 웃고, 즐거운 생각만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주로 인터뷰 기사를 많이 쓰고 있는데, ‘개피요’(개그맨 기자의 질문을 피할 수 없어요)라는 코너로 영상 인터뷰를 직접 업로드하고 있어요”

“제 일 모두를 성실하게 잘 해내고 싶어요”

  웃찾사는 종영했지만 그는 여전히 개그맨으로서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개그맨, 기자, 성희롱예방교육 전문강사,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로서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항간에 ‘하다하다 안 되니까 다 한다’라는 얘기도 하는데 저는 솔직히 이런 얘기가 서운해요. 지금 하고 있는 개그맨, 기자, 강사 3가지의 일 모두를 끝까지 잘 해 내고 싶고 앞으로도 성장하고 싶어요. 제가 대단한 사람은 되지 못하더라도 이런 직업을 성실하게 잘 해냈다는 얘기는 꼭 듣고 싶어요”
  또한 그는 청년들이 꿈을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이뤄나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이 있어요. 저도 시간이 남으니까 작은 시간을 쪼개가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에요. 정말 작은 시간이라도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개그맨을 하면서 뒤늦게 깨달았어요. 안 하니까 안 되는 것이지,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그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 꿈이 가수여서 음반을 내 보고 싶기도 하고요. 또 성희롱 예방강사로 활동하다 보니까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강사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전 앞으로도 직업을 계속 추가해 나갈 거예요”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dlrjdlrj    2018-09-05 23:43:53  
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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