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터 배성태 작가(이하 배 작가)의 책 <구름 껴도 맑음>에는 ‘나와 너를 있게 한 것은 특별한 순간들이 아니라 작은 일상들이 모여서 만든 기억들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배 작가는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반려묘들과 함께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그림에 가득 담아 독자의 마음에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만화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배 작가는 어린 시절, 만화를 보며 만화가를 꿈꿨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 ‘만화 애니메이션학과’에 진학했고 만화를 전공하며 1년 동안 대학 조교로 일했다. 그는 그림은 잘 그렸지만, 만화에 필요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만화에 대한 꿈을 접고 사회로 나와 아동 일러스트 회사의 작가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결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점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제 시간을 계획해 사용할 수 있고, 여유로운 삶을 가질 수 있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길을 선택 했어요”
이후 배 작가는 자신과 아내, 그리고 반려묘가 함께하는 신혼의 일상을 일러스트로 담았다. 고양이 키우기는 결혼 전에 한 아내와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골목길을 지나가다 보면 고양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무서워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결혼생활을 하면서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작품 활동에서 고양이가 주는 영감이 크더라고요”
이후 그와 아내의 일상은 <구름 껴도 맑음>이라는 책으로, 반려묘들의 일상은 <집사가 꽁냥꽁냥>이라는 웹툰으로 만들어지며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평범한 일상이 그의 작품이 되다
배 작가는 그와 아내, 그리고 반려묘들과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들을 기록으로 남겨 사진처럼 꺼내 볼 수 있도록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일이 아닌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그의 신혼일상 그림들을 SNS에 올렸는데, 그것이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다. 그 이후 그에게 수많은 연재 제안이 들어왔고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게 좋은 반응과 관심을 얻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제 그림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보니 계속해서 그런 반응을 얻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그러다 어느샌가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느라 발버둥 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후에는 인위적으로 만들려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나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림은 단순하게, 생각은 깊게
처음 일러스트레이터의 길로 들어섰을 때 배 작가는 어려움이 많았다.
“작업 초반에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어서 겁이 나기도 했고,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계약진행 및 그림미팅 협약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혼자 처리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내가 많이 도와줬고 아내에게 용기와 힘을 얻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 작가는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욕심이 컸지만 생각대로 잘되지 않았다. 배 작가는 다른 예술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며 자신의 그림 스타일을 바꿔보기도 하고, ‘나는 왜 안 될까’라는 고민을 수없이 했다.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예술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깐 억지로 짜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재미도 없고 힘들더라고요. 이제는 예술에 대한 동경보다는 작품에 대한 생각은 깊게 하되, 그림은 단순하게 그리는 식으로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독자의 상상력을 작품에 더하다
배 작가는 그의 그림 속에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둔다.
“만화와 일러스트의 표현방식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저는 제 작품에 항상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요. 독자의 상상으로 채워진 것들이 더 재밌고, 독자의 상상과 제 그림이 만나는 순간이 좋아요”
배 작가는 독자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은 우연히 독자들의 사연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부터이다. 그때 배 작가는 독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 나눴다.
“저는 누구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넣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배 작가는 작품 <빈칸을 채우시오>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직접 이야기를 만들며 소통하고 있다.
“저의 사랑 이야기만 특별한 줄 알았지만 다들 애틋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더라고요.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면서 즐거웠어요. 그렇게 즐기다보니 많은 분들이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 관심 덕에 책도 내고 제 이름도 알릴 수 있었어요. 항상 독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독자들과 동행하는 좋은 작품들을 만들고 싶어요”
‘행복의 기준’을 ‘나’에게 맞추다
배 작가의 책 <구름 껴도 맑음>에서의 ‘구름’은 세상살이를 의미한다.
“살다 보면 좋을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의도치 않게 좋지 않은 일도 생겨요.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사람들이니 행복의 기준을 남에게 맞추기보다는 자신에게 맞춰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그는 “물론 전공공부도 중요하고 학점 관리도 필요해요. 하지만 인생에서는 공부가 전부가 아닌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아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나중에 작가로 활동할 때 그 경험이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어요. 그림 실력보다는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하는지가 중요하고, 작품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깊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일러스트가 독자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소망을 전했다.
“사람의 기억은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벤트에 가려진 빛나는 일상의 기억들이 담긴 그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고 힘들 때는 위로가 돼주고 싶어요”
권나연 기자
enjoy1208@cbnu.ac.kr








권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