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장찬영(이하 장 작가)의 책 <그래서 이제 뭐 하지?>에는 ‘오랜 시간 넓은 세상을 둘러볼 땐 유유자적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로 돌아오는 건 순간이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약 1년 6개월 동안의 세계 일주를 마친 그는 그 여행의 시작부터 이후까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았다. 책을 통해 그는 여행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장 작가가 전하는 여행에 대해 들어보자.
세계 일주의 두 씨앗, 펜팔과 인도
10년 전, 장 작가가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교에 복학했을 때 그의 친구들은 취업준비로 바빴다. 그도 다른 친구들처럼 영어 자격증 취득을 위해 도서관에 앉아 영어공부를 시작했지만, 앉아서 하는 영어공부는 지루하기만 했다. 영어공부를 좀 더 재밌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인터넷 펜팔을 시작했다.
“한때 저에게 영어는 단지 자격증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펜팔을 통해 전 세계 친구들과 사귀면서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변했어요. 그리고 전 세계 친구들과의 펜팔은 제가 세계 일주를 계획하는 계기가 됐어요. 펜팔을 시작하고 2년 정도가 지났을 때 문득 전 세계에 있는 펜팔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 작가는 세계 일주를 떠나기 1년 전 첫 해외여행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인도를 여행하며 세계 각 곳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고 어울리며 그는 많은 것을 느꼈다.
“인도 여행을 통해 여행이 참 즐겁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많은 친구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죠. 특히 인도여행에서 만난 ‘싸빈’이라는 프랑스 친구는 저에게 많은 자극을 줬어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는 그의 모습이 아주 멋져 보였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나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세계 곳곳을 다녀보겠다고요.”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장 작가는 그의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먼저 세계 일주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비가 필요했고, 그는 경비를 벌기 위해 쪽잠을 자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저는 세계 일주 경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4개씩 뛰면서 열심히 돈을 모았어요. 많이 힘들었지만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고 펜팔 친구들과 곧 만나자고 연락하면서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을 시작한 후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나머지 여행 경비를 보충했어요.”
펜팔친구를 만나러 떠나는 세계 일주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1년 6개월 동안 총 23개국 81개 도시를 방문했고, 세계 곳곳에 있는 그의 펜팔 친구들을 만났다.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후 1년 6개월 동안 ‘펜팔친구를 만나러 떠나는 세계 일주’를 떠나게 됐어요. 여행 중에 많은 펜팔친구를 만났는데 아프리카에 있는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의 ‘니나’라는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싶었지만 경비가 부족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는 못 만나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니나’가 마침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 돼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게 된 거예요. 아프리카는 가지 못했지만 프랑스에서 ‘니나’를 만날 수 있게 된 거죠. ‘니나’는 프랑스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임에도 그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 자신의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말에 저는 깊이 감동 받았어요.”
여행을 시작하고 1년 동안 장 작가는 현실을 벗어난 자유로운 여행에 매우 만족했고 행복했다. 하지만 1년을 넘기면서 일상이 돼버린 여행이 권태롭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여행 중 크게 다치거나 아팠던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슬럼프가 찾아오고,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졌어요. 여행을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나서 남미를 여행하고 있을 때였어요.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매일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떠돌이 생활이 힘들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여행은 항상 즐거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리니 이젠 그 일상을 떠나고 싶더라고요.”
세계 일주 그 후
청춘의 열정으로 스스로 경비를 마련해 다녀온 그의 세계 일주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세계 일주를 마치고 돌아오니 여행을 계획하는 주변 사람들이 워킹홀리데이와 카우치 서핑(커뮤니티를 이용해 여행 시 숙박 혹은 가이드를 받는 것)에 대해 많이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보다 체계적으로 정보를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젊은 학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묶어 세계 일주 가이드북인 <세계일주 카우치 서핑부터 워킹홀리데이까지>를 쓰게 됐어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덕분에 여행작가라는 명함도 생겼어요.”
언제부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다 보니 관련된 책들도 많이 출간됐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니는 세계 일주와 관련된 책들이 인기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대부분 여행을 결심한 계기와 준비과정, 그리고 여행 중 생긴 에피소드로 채워지고 여행이 끝나면 책도 끝났다.
“저도 <세계 일주 카우치서핑부터 워킹홀리데이까지>를 쓸 때는 세계 일주를 떠날 때 필요한 정보를 위주로 썼어요. 그런데 뭔가 아쉽더군요. 그래서 기존의 세계 일주의 책과는 달리 여행이 끝난 시점부터의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에 출간한 <그래서 이제 뭐 하지?>는 세계 일주라는 자유로운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삶을 살아가며 마주해야 할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세계 일주는 아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세계 일주 여행자들은 ‘여행을 다녀온 후에 무엇을 할까?’, ‘무엇이든 돼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해요. 저도 그랬구요. 그래서 제 경험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장 작가는 여행만큼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이번 책에서 여행에서 돌아온 후의 이야기를 더 많이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저처럼 세계 일주를 다녀온 후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같이 수록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랬다면 좀 더 다양한 여행 후의 삶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었을 거예요.”
현실의 ‘삶’과 ‘이상’
그의 좌우명은 ‘현실 도피하지 않는 이상주의자’이다. 좌우명처럼 장 작가는 현실의 삶도 열심히 일궈내며 이상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는 너무 큰 꿈에 빠져 익사하는 것보다 일상 속의 작은 꿈을 하나씩 이뤄 나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의 좌우명도 ‘현실 도피하지 않는 이상주의자’에요. 저는 우리 삶에는 꿈만큼이나 소중한 현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장 작가는 직장생활을 하며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여행할 계획을 늘 세우고 있다.
“여행을 계획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활력이 되네요. 여러분도 자신의 마음속으로 갈망하는 소중한 꿈이 있을 것예요. 그 꿈이 직업처럼 구체적인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자신의 현실과 조금은 동떨어진 것일 수도 있어요. 자신 삶에 책임감을 느끼고 꿈에 도전해 보는 젊음을 살았으면 해요. 젊었을 때 했던 도전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삶에 보답이 돼 돌아올 거예요.”
권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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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