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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연
중식 업계의 여왕 ‘정지선 요리사’
제 940 호    발행일 :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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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식당의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를 생각하면 주로 남성을 떠올린다. 실제로 요리사는 주방에서 각종 무거운 식자재를 들고 나르며, 뜨거운 불 앞에 장시간 서 있어야 하므로 강한 체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요리사들은 여자보다 남자가 많다. 그런데 JTBC 예능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첫 여성 중식 요리사로 유명해진 이가 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자신감과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여성 요리사의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준 정지선 요리사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 무거운 중식 조리팬을 들고 요리하는 정지선 요리사를 만나보자.


자연스럽게 시작한 요리사의 길

  그는 어릴 적부터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당연했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저는 딸만 셋인 집에 둘째로 태어났어요.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이 바쁘니 언니, 동생과 함께 집안일을 나눠서 했는데 제가 요리를 맡았고, 그때부터 요리에 재미를 느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집에서 친구에게 부침개를 만들어준 적이 있어요. 내가 만든 음식을 주변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요리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는 고등학교에 다니며 독학으로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없어 뷔페에서 홀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런데 접시는 끝없이 들어오고 음식은 대량으로 나가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뷔페에서 일하는 것보다 대학에 가서 제대로 요리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호텔조리과로 대학에 진학해 다니던 중 일주일 동안 중국으로 연수를 갈 기회가 생겨 다녀왔어요. 연수를 다녀온 후 중국으로 가서 남들이 하지 않는 중식을 공부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유학을 결정했죠”
  그의 대학 친구 중에 중식을 선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대학 졸업식 날에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중국 유학을 떠났다.
  “대학 졸업식 날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어요. 중국어를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데 막무가내로 떠났어요. 처음에는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매일 울었어요. 그래도 유학원에서 6개월 정도 공부해 HSK 3급을 취득했고, 바로 양저우대에 3학년으로 편입했어요. 그곳에서 중식을 공부하며, 주변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느끼는 시간을 보냈어요”

여성이란 이유로 힘들었던 시절

  중국 유학을 마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호텔 주방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만이 가득한 주방에서 그는 왕따 아닌 왕따가 돼야 했다.
  “호텔에서 근무할 때 남자 직원은 20명인데 여자는 저 혼자였어요. 혼자 여자이다 보니 많이 소외될 수밖에 없었어요. 휴식 시간에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러 나가면 저는 혼자 주방에 있었어요. 처음에는 같이 어울리고 싶어 담배도 피워보려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기관지가 약하고 천식이 있어 담배를 못 피우겠더라고요. 그렇게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지내던 중 선배 남자 직원이 ‘쟨 결혼하거나 아이 가지면 그만둘 거잖아’라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다른 호텔로 옮기고, 누구의 배려도 바라지 않고 독하게 열심히 일했어요”
  일에 빠져 지내던 그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결혼을 했다. 결혼한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일과 연결되면 고민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신하고 호텔 주방 일을 그만두고 학원 강의를 시작했어요. 아예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어요. 아무리 자격증이 있고 유학을 다녀왔어도 경력이 단절되면 출산 후 일할 자리가 없을까 봐 불안했거든요. 임신한 몸으로 일하면서 아이가 잘못될까 봐 내내 불안하고 힘들었어요. 출산 직전까지 일한 탓에 아이를 예정일보다 한 달 일찍 낳았죠. 지금 생각하면 아이한테 많이 미안하고 후회가 돼요. 출산 후에는 친정어머니의 도움으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는 요리를 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리이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와 노력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저는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남들이 꺼리는 일을 먼저 나서서 하려고 해요. 요리사로 살아오면서 여성이란 이유로 벽이 너무 많았어요.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벽을 넘었어요. 제게 요리는 ‘행복’이에요. 어느 날 손님이 제가 만든 요리가 너무 맛있다고 SNS에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사람의 입맛은 다양해 맞추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제 요리에 만족하고 인정해 주는 것은 요리사의 행복이에요. 이런 행복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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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섬 향 풍기며 그가 맛보는 일상은

  정지선 요리사는 그의 요리 중 ‘딤섬’을 제일 자신 있어 한다. 사람들은 그가 만든 딤섬에 감탄해 그를 ‘딤섬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그는 딤섬의 여왕답게 많은 사람에게 딤섬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 <딤섬의 여왕>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딤섬을 만두라고만 생각해요. 이는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래서 딤섬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알리고 싶어 <딤섬의 여왕>이라는 책을 썼어요. 쿠킹클래스나 요리 강의를 나갔을 때, 사람들이 딤섬 만드는 과정을 보는 것은 좋아하면서 직접 만드는 것은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딤섬을 어려워하지 않아도 되며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딤섬의 여왕>은 일반 가정주부를 위해 쉬운 내용 위주로 썼는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책도 써보고 싶어요”
  현재 그는 중식당 ‘중화복춘 골드’(이하 중화복춘)에서 총괄 셰프로 일하고 있다. 그와 유학 생활을 같이 보낸 지인이 운영하는 중화복춘은 중국 강소성 본토의 느낌을 살린 중식당이다. 그는 중화복춘에서 요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매장 운영까지 맡고 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요리사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방송을 통해 여성 요리사의 희망을 전해

  그는 JTBC 예능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여성 최초 중식 셰프’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방송이 나간 후, 여성 중식 요리사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여성 중식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싶다고 말한다.
  “저는 여자라는 이유로 중식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 항상 속상해요. 그런데 방송이 나간 후 학생들이 SNS로 연락을 많이 해와요. ‘저도 중식을 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되나요’, ‘저도 요리사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그때마다 저는 ‘중식도 그냥 요리야, 요리사니깐 그냥 요리하면 된다’고 말해요. 방송을 통해 ‘여성 중식 요리사도 있다’고 알려 요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해요. 방송 이후 요리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아요. 예를 들어, ‘관자를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까요’라는 등의 질문이요. 평소에 SNS를 잘 안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궁금하면 저한테까지 물어볼까’하는 생각으로 늦게라도 열심히 알려주려고 노력해요”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는 꿈은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만, 충분한 경험을 쌓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꿈을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얼마 전 제 강의를 듣는 학생 100명에게 ‘졸업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라고 물었어요. 대부분이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놀랍고 안타까웠어요. 저는 창업하기 전에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생은 길어요. 젊을 때는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 노하우를 가지고 자신의 꿈에 도전하면 이룰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요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항상 ‘끝까지 해야 해’라고 말해요. 무언가를 끝까지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자격증을 많이 취득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호텔이나 식당 면접을 볼 때 자격증이 있냐고 물어보지 않아요.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저는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자격증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김하연 기자
kkhhyy9802@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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