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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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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철
서늘한 여름밤에 들려오는 위로의 한마디
제 949 호    발행일 : 2020.04.27 
이서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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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팔다리에 큰 몸뚱이를 가진 캐릭터가 조곤조곤 자신의 마음에 대해 얘기한다. 상처받고 불안한 마음을 가졌지만, 때로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이 귀여운 캐릭터는 바로 ‘서늘한 여름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서현 작가의 캐릭터다. 이서현 작가는 이 캐릭터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그는 낮에는 에브리마인드라는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밤에는 그림일기를 그리며 책과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는 서늘한 여름밤 이서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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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사가 되기까지 어두웠던 밤

  현재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이서현 작가의 첫 시작은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관심이 어릴 적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자주 싸우셔서 제 심리상태는 항상 불안정했어요. 불안한 제 마음에 집중하면서 심리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심리학 분야 중 전문가 자격증이 나오는 임상심리학을 유망한 직업이라 생각해 선택하게 됐죠. 잘 모르고 그냥 막연히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임상심리학 전문가’라는 꿈을 가진 그는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했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를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생 때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해 대학원 입시를 위해 공부만 했어요.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아요”
  2015년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대형병원의 임상심리 수련생이 됐지만, 백일도 안 돼 퇴사를 결정했다.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당당하고 재밌게 살고 싶은 그의 바람을 병원에서는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루는 제가 속한 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전문가가 된 선배들이 병원을 다시 찾는 ‘홈커밍데이’ 행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선배 중 닮고 싶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예요. 물론 그분들의 삶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더 좋은 조건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레이스 속에 있는 선배들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미래가 보장된 길이었지만 제 마음이 ‘이건 아니다’라고 명확히 외치고 있었기에 그만두는 데 망설임은 없었어요”

우리의 밤은 다르지 않다

  백수가 된 그는 태블릿PC에 낙서하듯이 그림을 그리면서, 그것을 블로그와 SNS에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그림체에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의 그림일기는 많은 사람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그림일기를 엮은 책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출간한 그는 어느새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작가가 됐다. 그의 구독자들은 부정하고 숨겨왔던 우울한 감정을 그의 그림일기를 통해 인정받고 위로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일기를 통해 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고, 그것을 남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았어요. 다들 잘 사는 모습,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데 이러면 서로 공감하기 힘들잖아요. 제 고민과 부끄러운 점을 털어놓은 그림일기를 보고, 모르는 사람이 ‘나도 그랬다’라고 피드백을 해주면 저는 용기와 위로를 얻어요. 나도 평범한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으니 제 이야기를 하는 게 두렵지 않더라고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이 생겼다. 특히 그의 그림일기에는 가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로 인해 생긴 웃지 못할 상황이 생겼다.
  “그림일기에 부모님에 관한 안 좋은 얘기를 많이 했더니, 첫 책이 출간됐을 때 부모님이 주변 사람에게 저를 딸이 아닌 조카라고 말했다고 해요. 지금도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딸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세요”
  그의 시선은 자신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다 보니 페미니즘, 성소수자, 장애인 등의 이야기가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제 삶을 그리는 일기이다 보니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이슈를 얘기하게 돼요. 여성으로 살면서 겪은 경험을 나누다 보면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과 만나고 친구가 되는데, 그때는 그들의 이야기가 제 삶의 일부가 되는 거죠”
  그는 2016년 시작한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을 통해서도 그동안 쉽게 지나쳤던 다른 이의 삶을 만나고 있다.
  “팟캐스트를 하면서 늘 저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예를 들면 수도권 지역을 주제로 얘기 했었는데, 지방에 사는 분이 서울만 얘기해서 소외감을 느꼈다는 피드백을 줬어요. 또 연애 얘기를 했는데, 한 무성애자분이 자기와 동떨어진 얘기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청취자 사연으로 만나면서, 내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내 청취자이자 친구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의 삶에 공감하기 시작했죠”
  그러나 이런 이야기에 불편함을 드러내거나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심한 악플이 가끔 달리는데, 이런 경우 고소를 하기도 해요. 이런 상황을 저만 겪는 것이 아니라서 ‘창작자 지지모임’을 통해 악플에 시달리는 여성 창작자들과 연대해 극복하고 있어요. 이런 연대를 통해 창작자로서 더욱 단단해지고 있어요”

어두운 밤 등대가 되어

  2017년 ‘에브리마인드’라는 상담센터를 개설하며 그는 창작자이자 사업가인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의 상담에 대한 오해와 상담서비스에 다가갈 때 느끼는 벽을 없애기 위해 직접 상담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에서 상담은 다른 전문가가 담당하고, 그는 상담을 제외한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인테리어, 음악, 내담자 안내 등 고객이 센터에 왔을 때 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으려면 허들이 높은 편이에요. 올바른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하다못해 진료비는 얼마인지, 상담센터의 1회기 상담 비용은 얼마인지 모르는 분이 태반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허들을 낮추고자 에브리마인드를 설립한 거예요”
  ‘당신의 모든 마음과 함께 합니다’라는 뜻의 에브리마인드는 상담을 고민하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실제로 센터 홈페이지에는 ▲상담 비용 ▲상담 서비스 종류 ▲상담사 프로필 ▲상담 후기 등이 상세히 게재돼 있다.
  “에브리마인드는 처음 상담을 받는 분께 상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로 우리 센터에는 상담을 처음 받는 분들이 많이 찾아와요. 정신건강 서비스의 허들을 낮추겠다는 설립목적을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 우리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저한테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마다 이 사업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상담에 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해요. 그러나 저희의 목표는 내담자가 자신에게 맞는 좋은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만 사항을 정확히 파악해서 다른 센터를 소개해 주기도 해요. 항상 내담자에게 맞는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항상 도전하는 삶을 사는 그의 다음 모습이 궁금했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앞으로의 삶은 무엇일까?
  “단기적으로는 심리학을 더 배우기 위해 상담과 진로 관련 심리학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이에요. 심리학뿐만 아니라 창작, 사업 등 호기심이 생기는 분야를 계속해서 공부하고 싶어요. 분야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겠죠. 10년 후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저는 항상 ‘모험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우리들의 밤을 위해

  그는 걱정이 많은 대학생들에게 상담을 받아 보라고 권한다.
  “대학생 때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우울증을 앓기 쉬워요. 저도 학생 때 우울하고 남과 비교하며 자기 비하를 많이 했는데, 이럴 때 빨리 전문가를 찾아가는 게 중요해요. 요즘은 학교마다 전문가가 있는 상담센터가 있어요. 저도 상담을 받기 전에는 제 문제를 남이 아는 게 꺼려졌어요. 하지만 막상 상담을 받아 보니 다들 우울한데 괜찮은 척하느라 힘들어했다는 걸 알았죠. 힘든 것은 자기 탓이 아니지만 그걸 해결하는 것은 자기 책임이라는 걸 명심하세요”
  이어 그는 상담을 받는 게 앞으로 상담 관련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상 및 상담심리를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자신이 상담을 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상담을 받고 싶은 건지 생각해 봐야 해요. 제가 경험해 보니 이 분야의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상담이 필요했을 뿐인데 이 길을 택한 사람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하는 학생 중에 자신이 학부 때 상담을 받았다면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마치 자신의 병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에 갔는데, 막상 가보니 자신의 병은 단순 감기였던 것과 비슷해요”
  끝으로 그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려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무언가를 시작했으면 그냥 계속해야 해요. 두려움이 있어도 막상 시작하면 바빠서 두려움이 잊혀지고 어느새 거기에 적응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분이라면 두려움에 집중하기보단 자신이 하려는 것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허철 기자
gjcjf102@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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