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학교 사범대 졸업 후, 해외 유학을 마치고 대학교수로 부임, 그리고 현재는 ‘한국소비자원’의 대표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인물이 있다. 바로 지난 2018년 취임해 지금까지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소비자원 이희숙 원장(가정교육학과卒·75)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 학교의 선배이자 교수였던 이희숙 원장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는 소비자학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진 이희숙 원장이지만, 대학 시절 그의 학과는 소비자학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가정교육과’였고, 졸업 후 그는 곧바로 중학교 교사로 발령받았다. 이런 그가 소비자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새로운 학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소비자학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그는 서울대 소비자학 석사 과정을 밟았고, 이어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소비자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1995년부터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교수 재직 당시,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진 부분은 ‘대학생의 신용관리 및 개인재무관리 교육’이었다.
“대학교육 기간은 사회생활을 위한 준비 기간인데, 그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 관리 능력을 키우는 것으로 생각해요. 사회로 나서면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며 은퇴 후 생활까지 준비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게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와 연결돼 있어요. 돈은 개인 생활의 윤활유와 같아서 너무 부족하면 생활이 삐걱거리고, 너무 넘쳐도 때로는 개인을 구렁텅이로 빠뜨려요. 대학교육 기간 동안 신용관리 및 개인재무관리 교육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사회로 진출하는 것은, 총도 없이 전쟁터에 나간 군인과도 같아요”
‘대학생의 신용관리 및 개인재무관리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은 아직까지도 우리 학교에 남아 있다.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모를 수 없는 ‘신용관리와 소비생활’이라는 교양 과목을 처음 개설한 이가 바로 이희숙 원장이다.
“저는 지난 2005년 우리 학교에 ‘신용관리와 소비생활’이라는 교양과목을 처음 개설했는데요, 현재까지도 8개 강좌가 개설돼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매 학기 8개 강좌이니, 1개 강좌 수강생을 60~70명으로 잡으면 1년에 1,000명 정도가 이 강좌를 듣고 사회로 진출하는 셈이죠. 저는 앞으로도 이 강좌가 우리 학교 학생의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한편, 교수 재직 시절 이 원장의 제자 사랑과 수업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고 전한다.
“교수의 역할은 크게 학생 교육, 연구, 교내외 봉사활동으로 나눌 수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저는 학생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학생 교육은 정규 수업 시간을 통한 강의를 비롯해 평생 사제 상담, 취업 관련 안내, 교내외 활동을 통한 학생과의 교류 모두를 포함해요. 학생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강의를 통해 학생의 전공 전문성을 높이는 것을 비롯해 때로는 학생이 교수로부터 학생 자신의 졸업 후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대학교육 기간은 학생의 사회생활 준비 기간이고, 교수는 학생이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잘 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직.간접적 학생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는 거죠”
소비자학의 권위자가 책임지는 한국소비자원
이희숙 원장은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소비자학회 회장,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회장 등을 함께 역임했다. 요직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겸손하게 답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소비자학 전공자라면 누구나 맡아서 할 수 있는 일종의 봉사 자리예요. 학회는 관련 전공자들이 연구한 것을 발표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 사회적 이슈를 나누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봉사의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학회장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소비자학이라는 분야에서 착실히 입지를 다지던 그는 지난 2018년, 한국소비자원 15대 원장으로서 취임했다. 취임 후 그가 내세운 경영 철학은 ‘포용적 소비자복지실현’과 ‘소비자 중심경영’이었다.
“우선 포용적 소비자복지실현은 한국소비자원이 생산하는 모든 서비스 혜택에서 소외되는 소비자가 없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 주로 사회적 배려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고령 소비자,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 장애를 갖고 계신 소비자의 권익증진을 위한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소비자 중심경영은 한국소비자원을 운영하면서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소비자의 권익증진 혹은 소비자의 복지를 중심에 둔다는 의미예요. 이는 소비자원 모든 직원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갖는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똑같이 적용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주된 업무는 소비자피해 구제와 ▲소비자교육 ▲소비자 정보제공 ▲소비자 정책연구 ▲소비자안전 확보 등의 소비자피해 예방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원장의 설명에 의하면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구제’에 보다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보건 용품과 관련해서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 용품 매점매석센터를 공동 운영하며 매점매석 의심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소비자 피해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차단했고, 자체 또는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내세운 제품의 거짓.과장 광고를 찾아내 시정토록 조치했어요. 더불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 해외위해제품 국내 모니터링 강화 등의 대책 또한 마련하고 있어요”
또한,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피해 예방업무로 소비자의 합리적이고 안전한 소비를 위한 소비자역량 강화 활동도 하고 있다.
“소비자역량 강화 활동은 우리 원의 ‘정보교육국’에서 담당하는데, 소비자에게 소비자교육과 소비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우선 소비자교육은 기본적으로 ‘스마트컨슈머’라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교육 전용 누리집을 통해 누구든지 교육프로그램과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요. 직접 농어촌지역을 찾아 고령 소비자의 소비자피해 상담과 함께 교육을 통해 고령 소비자의 역량 증진에 힘쓰기도 하죠. 다음으로 소비자 정보제공으로 대표적인 것은 ‘품질 비교정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원이 함께 운영하는 ‘행복드림’이라는 앱 혹은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받을 수 있고, 모바일 앱의 경우 핸드폰 번호를 등록해 놓으면 새로운 정보가 생산될 때마다 문자로 전달해 줘요”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한 한국소비자원의 사업 중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기업 컨설팅이 있다. 얼핏 소비자 편에 서야 할 한국소비자원이 기업과 상인을 돕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기업 컨설팅은 소비자피해 예방업무의 일종으로 보시면 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처리한 피해구제 사건의 약 62%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로부터 발생하고 있어요. 그래서 소비자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소비자 친화경영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 친화경영 차원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도와드리고 있어요”
실패가 두려워 시작을 망설이지 마세요
이희숙 원장의 본가는 청주에 있다. 충북 음성에 위치한 한국소비자원으로 통근을 하려면 왕복 2시간 이상을 차에서 보내야 한다. 그래서 평일에는 음성 관사에 머문다. 하지만 그 이유는 통근 시간보다 본인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소비자 민원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업무의 특성상 직원들이 저녁 늦게까지 의사결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6월 취임한 후 누구보다 본인의 업무에 충실한 그의 3년 임기는 내년이면 끝난다. 그동안 업무를 수행하며 힘들었던 점과 남은 임기 동안 한국소비자원을 어떤 방향과 목표로 이끌고 싶은지 조심스레 물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이 전부였던 사람이 전혀 다른 공공기관을 책임지게 돼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었죠. 특히, 국회 업무가 저에게는 매우 생소했는데, 부임한 지 4개월 만에 있었던 국정감사가 아주 부담스러웠어요. 그러나 점차 업무에 익숙해 지면서 크게 힘든 점은 없었어요. 또 앞으로의 원의 방향과 목표를 물었는데,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소비자권익증진’을 목적으로 1987년에 설립된 공공기관입니다. 따라서 ‘소비자권익증진’이라는 기관 설립목적에 맞게 모든 업무의 방향과 목표를 정하고, 현재의 소비 생활환경을 고려하되, 친환경 소비와 같은 미래의 소비 생활환경을 지향하는 사업들을 진행하려 합니다”
한편, 중등교사, 대학교수, 한국소비자원 원장으로 쉼 없이 달려온 이희숙 원장이 꿈꾸는 임기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던 것 같아요. 당분간은 쉬면서 저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다만, 봉사활동을 포함해 사회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지 챙겨보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을 전했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망설이지 마세요. 실패할 것을 두려워해 미리 포기한다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절대 살 수 없어요. 혹시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는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실패의 경험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걸 명심하세요”
양서영 기자
ysyoung@chungbuk.ac.kr








양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