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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관계를 디자인하는 건축가, 유현준을 만나다
제 960 호    발행일 :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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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을 보며 누구나 “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살고 싶은 좋은 집을 짓는 데 꼭 필요한 사람을 꼽으라면 대부분 ‘건축가’를 꼽을 것이다. 건축가는 건물을 건축할 때 계획을 세우고, 설계를 하며 감독하는 사람으로 주로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업무를 담당한다. 이번 호에서 만난 ‘유현준’ 건축가는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유현준건축사사무소와 스페이스컨설팅그룹 대표 건축가로 활동하며 2009년 젊은 건축가상, 2016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 201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한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 중 한 명이다. 특히 그는 여러 방송 활동을 통해 건축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보여줘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건축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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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대 학생 시절 때까지만 해도 건축에는 관심이 없으셨다고 들었는데, ‘건축’ 분야에 뛰어드신 계기가 궁금하네요.

  건축과를 지원할 때만 해도 건축에 관심이 크게 있던 것은 아니에요. 학교 다닐 때 외우는 것을 정말 싫어해서 이과에 갔는데 그렇다고 수학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나마 미술을 좋아했고 성적도 괜찮아서 처음에는 미대를 진학할까 했는데, 그것마저 크게 와닿지 않아 접었어요. 그러다가 물리, 지구과학, 지리 이 세 과목을 좋아했는데 관련 학과를 여럿 찾아보다가 건축과가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진학하게 됐어요. 시작은 그랬죠.
  그런데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1학년 때는 물리나 화학 같은 교양 과목만 배우고 전공과목은 접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흥미가 떨어져서 ‘경영학과로 전과할까’도 싶었어요. 건축에 대한 꿈을 가장 구체화한 시기는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갔던 교회 수련회에요. 수련회 동안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해보고, 마음도 다잡고 건축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제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아니였나 생각해요.

2.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고, 또 MIT에서 하버드대 건축대학원으로 옮겨 가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앞서 말씀드린 수련회를 계기로 목표가 생기기 시작하니까, 일단 내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겠다는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월드 클래스의 환경에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학을 결심하게 됐어요. MIT에서 하버드로 옮긴 이유는 MIT 재학 당시에 건축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는데, 이것을 극복하고자 더 큰 목표를 세운 것도 있었고, 앞서 말했듯이 ‘내 분야에서 최고의 사람이 되자’라는 첫 목표 때문이에요.

3. 건축학을 공부하다가 검사가 되기 위해 LSAT(미국 법학대학원 입학시험)를 잠시 공부하셨다는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

  건축은 ‘건물을 예쁘게 만드는 것’ 정도로 느껴져서 내가 이걸 꼭 해야 할까 하는 회의가 들던 찰나에, 검사를 주인공으로 한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늘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검사를 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LSAT를 공부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검사가 되려면 법대도 가야 하고, 사법고시도 준비해야 하잖아요? 환경적으로 ‘아,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포기했어요.

4. 말씀을 들어보니 건축을 공부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당시에 건축을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근데 그 친구가 계속 저한테 “건축은 이렇게 해야 해”라는 식으로 건방을 떨었는데, 그게 참 자존심 상하고 싫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나간 공모전에서 그 친구만 입상하고 저는 떨어진 거예요. 그 일로 승부욕이 생겼어요. 그 친구를 이길 때까지 계속 공모전에 나갔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되고, 재미도 붙이기 시작하면서 회의감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MIT 재학 당시 하버드라는 더 높은 대학의 목표를 세운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됐어요.

5. 귀국한 후 ‘유현준건축사사무소’를 여셨는데, 그 계기와 과정, 목표가 알고 싶어요.

  건축을 전공한 건축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설계사무소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 이름을 걸고 건축을 하고 싶었어요. 걱정도 많았어요. 가정도 있는데 초반에는 진짜 일거리가 없어서 생활비를 걱정할 정도였어요. 그러다 운 좋게도 홍익대에서 교수직을 제안했어요. 심지어 교수 임용 조건이 본인 이름의 건축사무소를 가진 사람이었어요. 다른 대학은 보통 교수직을 맡고 있으면 사무소를 못 열게 해요. 그래서 ‘아, 이건 정말 기회다’ 싶어 잡게 됐어요. 그렇게 건축사무소 대표이자 교수인 최초의 건축가가 됐네요.

6. 그동안 참여하신 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어떤 건가요?

  먼저, 정말 일거리가 없을 때 진행했던 <Mug Hakdong> 프로젝트가 떠오르네요. ‘버스정류장 앞에서 쉴 수 있는 펜션’이라는 콘셉트로 진행했는데, 제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프로젝트예요. 이걸 계기로 본격적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죠. 그리고 <The Hug>라고 세종시에 있는 교회 건축물도 기억에 남네요. 예전부터 꼭 한 번 교회 건축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룬 건축물이죠. 그리고 제가 강연할 때마다 학교를 ‘교도소’에 빗대어 학교 건축을 바꿔야 한다고 말을 많이 했는데, 그 얘길 듣고 연락이 와서 <Smurf Village School Masterplan>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은 마당이 있는 마을 같은 학교에서 키워야 한다’라는 콘셉트로 한 중학교를 설계했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생각하는 가치를 어느 정도 실현한 것 같아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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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지금껏 살아오시면서 롤모델이나 존경하는 분이 계셨나요?

  저는 롤모델을 어느 한 사람으로 두지 않아요. 한 사람으로 정해두면 그 사람의 아류 정도밖에 안 될 것 같아서요. 롤모델은 저 같은 건축가 중에도 있고, 다른 분야에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은 여러 명인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건축가 중에는 루이스 칸, 안도 다다오를 존경해요. 루이스 칸의 건축 작품 중에 ‘솔크 연구소’라고 태평양 지역에 있는 건축물이 있는데 거기 있으면 자연과 나, 이렇게 둘만 존재하는 느낌이 들어요. 안도 다다오는 야외공간인데도 벽에 둘러싸인 공간을 통해 실내 공간처럼 느끼게 하는 건축가예요. 두 건축가 모두 건축에 있어 ‘인간의 본질’에 답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건축 이외에 인물로는 미국의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를 좋아합니다.

8. 사람 심리에도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는데요, 그것이 건축에 도움이 되시나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건축이란 건물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단,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이 건물에 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까를 생각하며 설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그러니 사람의 심리를 알면 이런 작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죠.

9. 건축, 학교, 방송 출연만 하셔도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책도 꾸준히 출간하고 계세요. 책을 출간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제가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이 평소에 참 많아요. ‘건축을 한다’는 것은 건축 공간 안에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인데, 막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비용이나 건물의 용도, 대지 특성 등 많은 제약이 있어 머릿속으로 구상한 만큼 표현할 수가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원래 구상했던 것의 50%도 채 표현하지 못해요.
  그런데 책은 그런 제약이 없잖아요. 제 생각과 의견을 그대로 온전히 전달할 수 있죠. 그래서 책을 쓰게 돼요. 또 저와 직접적으로 교류가 없는 분에게도 책을 통해 저의 건축 가치관과 방향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제 생각과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의 건축에도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 책을 읽고 저의 건축 방향성에 공감해 저와 같은 방향성을 갖고 일하는 건축가가 늘어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죠. 이런 생각 때문에 시간을 쪼개가며 꾸준히 책을 쓰고 있어요.

10.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간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코로나19 이전에는 카페라고 한다면 카페 공간의 역할, 회사는 회사 공간의 역할로 나뉘어 있었죠. 그런데 코로나19 시대로 진입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집이 카페와 회사 공간의 역할까지 하게 됐어요.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사이사이 휴식도 취해야 하니 집이 회사이자 카페인 공간이 됐죠. 집이 일과를 마치고 퇴근해 쉬는 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바뀐 거예요. 주거 공간이 지닌 의미가 크게 확장된 거죠. 이건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더라도 지속될 거예요.
  그래서 집을 자신의 취향과 감정 상태 등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커졌고, 실제로 많은 분이 셀프 인테리어로 자신의 색깔에 맞게 집을 꾸며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공간에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주는 건 ‘조명’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주거 공간을 새롭게 바꾸고 싶다면 조명 효과를 먼저 고려해 보는 걸 추천해요.

11.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보기에는 이미 목표를 이룬 성공한 건축가로 보입니다. 그래도 아직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딱히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건축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의 15% 정도밖에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이루고 싶은 목표는 아직 많지만, 그중 하나는 제 책을 해외에서 출간하는 거예요. 건축가로서 제가 갖고있는 생각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공감받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요. K팝, 한류 영화는 해외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건축은 아직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능력 있는 건축가가 많이 있는데, 아직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축가는 많지 않아요. 그래서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한국의 건축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습니다.

12. 마지막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에 대해 정의해 주세요.

  건축은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건축이죠.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많은 사람이 화목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그런 건축을 하는 것이 건축가로서의 제 신념입니다.


이종우 기자
dlwhddn722@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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