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문제가 없는데 할 수 있는 휴학은 대학생만의 특권이다. 학교생활의 ‘잠시 멈춤’이지만, 학교에서 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번 충북인은 이번 학기부터 휴학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을 만났다. 각기 다른 이유로 휴학 후 복학한 조정현(고고미술사학과·21)과 묵유리(고고미술사학과·20) 학생은 어떤 고민과 희망을 품고 있는지 들어보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현 이번 학기에 복학한 고고미술사학과 21학번 23살 조정현입니다.
▷유리 앞으로도 인문학의 길을 걷고자 하는 24살 고고미술사학과 20학번 묵유리라고 합니다.
Q. 휴학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정현 저는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는 누구나 해야 하는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휴학했습니다. 휴학 기간은 2022년 2학기부터 2024년 1학기까지입니다. 군 복무 기간은 2022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였는데, 복학까지 6개월 정도 시간을 더 보냈습니다.
▷유리 저는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졸업까지 1년이 남은 상태에서 휴학했습니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까지 살면서 한 번도 ‘쉰다’는 선택지가 없었어요. 앞만 바라보며 목표한 성과를 내기 위해 남들보다 더 잘하려고 애쓰며 살았죠. 그런 강박에 사로잡혀 경직된 내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Q. 휴학 기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정현 군 복무 기간에는 당연히 군 생활에 집중했습니다. 군 생활 틈틈이 한자 공부도 하고, 전공 관련 도서도 읽으면서 복학 준비를 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카페 아르바이트와 발굴 현장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또 저를 위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군 복무와 알바를 통해 번 돈으로 시력, 치아 교정을 했는데 휴학 기간에 저에게 투자한 게 굉장히 뿌듯합니다. 복학 전 남은 시간에는 일본 도쿄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유리 저는 총 1년 6개월 동안 휴학했어요. 휴학을 하면 해외로 갈 생각이었는데요. 그래서 처음 6개월 동안은 동시에 3가지 일을 하며 자금을 모았습니다. 또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 언어 공부와 비자 준비도 했어요. 이렇게 준비기간을 보내고, 마침내 일본 도쿄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과 카페, 레스토랑 알바를 겸업했는데, 일하면서 일본어를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워킹홀리데이 초반 3개월 동안은 스스로 한국어 금지령을 내리고 일본 현지인만 만나기, 모든 SNS 설정을 일본어로 바꾸기, 24시간 일본어 미디어를 틀어두기 등을 실천하며 일본어를 많이 접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결과 지금은 일본인을 만나면 일본어로 자유로운 언어소통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 묵유리 학생.
Q. 휴학 기간 하신 경험 중에 다른 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게 있을까요?
▶정현 저는 다양한 알바를 경험해 보라고 추천합니다. 학기 중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알바를 못 하는 경우가 많지만, 휴학 중에는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알바를 하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업종 중 관심 있는 분야를 미리 경험해 보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전공인 고고미술사학과 학생들에게는 발굴 현장이나 박물관처럼 전공과 관련된 알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같이 일하는 연구원 선생님과 학예사 선생님들이 학과에서 배우는 전공 내용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또 유구를 발굴하는 과정을 배우고 삽화, CAD 작업 등과 같은 다양한 업무를 통해서 나중에 진로를 결정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공과 관련된 분야가 아니더라도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알바를 하며 미리 경험해 보면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유리 제가 만든 ‘10 프로젝트’를 추천합니다. 10 프로젝트란 10개의 체크리스트, 100명 친구 만들기, 1일 10,000보 걷기로 구성된 간단하고 재미있는 루틴입니다. 먼저 10개의 체크리스트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종이에 10개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큰 계획이 없더라도 체크리스트를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얻는 과정이 중요해요. 두 번째는 100명 친구 만들기인데, 친구가 꼭 동갑이거나 또래일 필요는 없어요. 저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과정이 좋아요. 그 과정에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100명 친구 만들기의 장점입니다. 마지막은 1일 10,000보 걷기입니다. 건강을 위해서지만, 뛰고 걷고를 반복하면서 하루 종일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일상의 원동력이 됩니다.
Q. 휴학 기간에 했던 일 중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정현 군대 동기랑 1박 2일로 지리산에 다녀온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이 국내에서 2번째로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전정신이 생겨 군대 동기와 등반에 도전했습니다. 당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주말을 이용해 지리산을 다녀왔더니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해야 할 일에 몰두하며 강박감에 스트레스만 받지 말고 틈틈이 휴식도 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 복학 후 학업준비를 위해 전공관련 서적을 읽는 조정현 학생.
Q. 휴학 전과 비교해 자신이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무엇인가요?
▶정현 걱정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전역 전에는 군대라는 인생의 브레이크가 있어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군대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역 후에는 바쁘게 다양한 알바를 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저에게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것이며 좋은 느낌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유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어요. 일본 특유의 문화인 넘어지더라도 기다리는 문화, 타인을 생각하는 이타심을 직접 경험하면서 짧은 1년 반 동안 크게 변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휴학 전에는 너무나 바쁜 생활에 지쳐 표정도 딱딱하고 남들한테 인색한 것이 저의 평소 모습이었죠. 그런 제가 별거 아닌 농담에 웃게 되고, 타인의 아픔을 다정하게 위로해 주는 사람이 됐어요. 예전과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어요.
Q. 학업에 복귀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신 게 있나요?
▷유리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여윳돈이 생기면 꼭 답사를 다녔어요. 거주하던 도쿄 이외의 지역을 방문해 불교 유산을 답사하거나 이바라키현 미토시를 방문해 에도시대 마지막 역사를 돌아보며 견문을 넓혔죠. 책으로만 보던 것들을 직접 보는 생생한 경험을 하면서 자체적 커리큘럼도 만들어봤어요. 현지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일본어 공부도 꾸준히 했습니다. 귀국해서는 도서관에서 전공 관련 책을 찾아보면서 나름 즐겁게 복학을 준비했어요.
Q. 복학하며 세운 새로운 목표나 기대하는 게 있다면요?
▶정현 학업 면에서는 성적을 많이 올리고 싶습니다. 생활면에서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규칙적으로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기대되는 점은 그동안은 항상 만나던 사람만 만났는데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기대되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또 학과 내에서 진행하는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유리 새로운 길을 열어두면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고 싶습니다. 휴학 전에는 오직 인문학만을 바라봤다면 복학 후에는 인문학 이외에서 저의 역량을 끌어내고 싶어요. 다양한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전공 외 다른 분야의 강의도 듣고 싶어요. 또 제 꿈인 큐레이터를 위해서 현지인 수준의 외국어 구사 능력을 목표로 두고 있어요. 목표를 위해 저 자신에게 무한한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기존 루틴은 무너지지 않게 지키되, 한계 없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서 나아가고 싶네요.
Q. 마지막으로 휴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정현 건강한 남자면 모두가 하는 입대 휴학이라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걸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바나 여행처럼 학교에 재학 중에 하기에는 제약이 많은 경험을 중점적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또 입대 휴학을 앞둔 학생들은 몸 건강히 다녀왔으면 좋겠고, 복학 전 남는 시간은 꼭 자신을 위해 쓰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유리 휴학은 본인의 선택이니 그 기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본인이 스스로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마음껏 쉬면서 즐겼으면 좋겠고,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면 목표를 위해 노력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길 바라요.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믿고 스스로 응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가치 있는 휴학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휴학 기간 중 꼭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선택한 휴학 과정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황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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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