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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빈
<충북IN> 대체할 수 없는 나의 일부이자 정체성, 사투리
제 982 호    발행일 : 2024.10.07 
대학에 와서 느끼는 새로움 중 하나는 동기, 선배, 후배들이 참 다양한 지역에서 왔다는 것이다. 대부분 표준말을 사용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지만, 사투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문득문득 듣게 되는 사투리가 신기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은 무엇을 느꼈을까? 제주도에서 온 박보현(미생물학과·21), 경남 창원이 본가인 이수진(정치외교학과·24), 전남 목포 토박이 황인선(고고미술사학과·23) 학생과 사투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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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왼쪽부터 황인선(전남), 이수진(경남), 아래 박보현(제주) 학생이 <충북대신문> 기자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Q. 세 분은 언제부터 사투리를 사용하셨나요?

▶보현(제주)  언제부터라기 보단, 태어나 말을 배우면서 당연하게 사용했습니다.
▷수진(경남)  완전히 어릴 때는 서울을 자주 오가서 서울말과 사투리가 섞여 있었는데, 초등 고학년 때부터 사투리만 남은 것 같아요.
▶인선(전남)  저도 토박이여서, 태어나 배운 말이 사투리였어요.

Q. 본인이 쓰는 말이 사투리란 걸 언제부터 알았나요?

▶보현(제주)  초등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네요. 수업 시간에 제주어 소멸 위기를 배우기도 했고, 할머니가 쓰시는 제주말을 100% 이해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 차이로 알게 된 것도 있어요.
▷수진(경남)  어릴 때 서울로 훈련을 다녔는데 사투리가 심하다는 말을 들어서, ‘사투리가 표준어랑 다르긴 다르구나’라고 느꼈어요.
▶인선(전남)  미디어에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와 표준어를 비교하면서 알게 됐죠.

Q. 처음 표준어를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보현(제주)  어휘의 차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수진(경남)  고등학교 때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의 말을 듣고 오글거리고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말을 예쁘게 하는구나’ 싶었어요. 저희는 동성 친구끼리도 이름으로 부르기보다 이름 두 글자 중 하나만 억양을 살려 부르거나 짓궂은 별명, 아니면 ‘야’, 또는 ‘마’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 친구가 굉장히 설레는 말투를 쓴다고 생각했어요.
▶인선(전남)  초등학교 때 캠프를 가서 서울 친구들이랑 싸우면서 처음 들었는데, 서울 친구들이 욕을 했는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Q. 가족들은 모두 같은 사투리를 쓰는지, 아니면 다른 사투리를 쓰는 분도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보현(제주)  어머니는 광주분이고 아버지는 제주분이지만, 어머니도 제주에 오래 사셔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시는 건 못 봤어요.
▷수진(경남)  저는 외가가 충청도인데,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경상도에 사셔서 두 지역 사투리를 섞어 쓰세요. 그 영향인지 저는 충청도 특유의 돌려 말하기도 사용해요. 예를 들어 친구가 화장실에서 늦게 나오면 경상도 사투리로 “변기를 만들러 갔나”라고 말하죠.
▶인선(전남)  전 두 분 다 전남이 고향이신데, 부모님 친구분들과 비교하면 사투리가 심한 편은 아니세요.

Q. 평소 학교생활을 할 때도 사투리를 자주 쓰나요? 또 학교생활 중에 고향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보현(제주)  안 쓰죠. 그리고 제주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학교에서 제주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수진(경남)  저는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말하려 노력하는데, 억양 때문인지 다들 알아봐요. 저도 딱 들으면 ‘아 너도!’ 하고 느낌이 옵니다. 부산, 진해 쪽 사람을 만나면, “친구여” 하는 느낌을 받아요. 반가워요. 청주가 아무래도 말이 유하다 보니, 경상도에서 지낼 때처럼 친구를 대하면 상처받을까 봐 조심스러워서 병아리 다루듯이 말하는데, 내가 좀 더 솔직하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니까 너무 반가운 거죠.
▶인선(전남)  저도 학교에선 사투리를 쓰지 않아요. 학교에서 목포 사람을 만난 적은 없는데 여수, 순천, 광주 사람은 본 적이 있어요. 어쩔 수 없이 더 마음이 가요.

Q. 같은 도여도 사투리가 특히 심한 지역이 있고, 사용하는 사투리도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보현(제주)  관광지와 먼 촌으로 갈수록 더 심해요. 또, 연령대에 따라서도 사투리 정도가 달라요. 제주는 동부와 서부 지역에 어휘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어 ‘문어’를 동부는 ‘뭉게’라고 하고 서부는 ‘뭉그럭’이라고 합니다.
▷수진(경남)  경상도는 어딜 가도 심한 것 같아요. 경북과 경남 사투리가 다르다고 하는데, 저는 억양이 좀 다르다 정도만 체감했어요. 경북은 말이 이어지는 느낌이고, 경남은 더 짧고 강하게 발음하는 것 같아요.
▶인선(전남)  제 생각엔 광주가 정말 심하고, 군 단위 지역도 유난히 방언이 강하더라고요.

Q. 표준어로는 절대! 구사할 수 없는, 사투리로만 그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어휘와 다른 지역 사람은 잘 알아듣지 못한 사투리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보현(제주)  ‘그래?’라는 의미의 ‘기?’는 제주말로만 느낌을 담을 수 있어요. 그리고 대학 와서 피구할 때 제가 ‘데껴’라는 하니까 친구들이 무슨 말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데껴’는 ‘던져’라는 뜻입니다.
▷수진(경남)  부모님이 자주 하시는데 ‘이 문디 가스나’는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그리고 경상도말은 보통은 빨리 말해서 못 알아듣는 것 같은데, 우리만 쓰는 표현도 있긴 해요. ‘백날천날’, ‘맨날천날’인데 보통 경기를 보며 ‘요즘 후반에 백날천날 지고 있다’는 식으로 사용해요. ‘우리하다’도 있는데 이건 ‘관절 쪽 고통이 퍼진다’는 의미로 유사어로는 ‘아리다’가 있어요. 이건 사람들이 미디어의 영향으로 잘못 알고 있는 표현인데, 콧소리 섞인 ‘오빠야’입니다. 사실 연인끼리도 그렇게는 안 쓰고 실제로는 좀 더 강하게 방점을 찍듯이 쓰는 호칭입니다.
▶인선(전남)  젊은 사람은 잘 안 쓰지만 ‘허벌나게’라는 표현은 대체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까치발을 사투리로 ‘꼿발’이라 하는데 대부분 못 알아들어요. 또 ‘홍삼게임’할 때 저희는 ‘너, 너’라고 하는데, 경상도 친구들은 ‘니, 니’라고 해서 싸움 아닌 싸움을 한 적도 있어요.

Q. 사투리로 오해가 생기거나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적이 있나요?

▶보현(제주)  오해를 살 뻔한 어휘가 있어요. ‘요망지다’로 ‘야무지다’라는 의미인데, 다들 ‘요망하다’라고 오해하더라고요.
▷수진(경남)  저희는 대체로 무섭게 듣는 사람이 많아요. 친구들끼리 말할 때도 ‘아 뭐래~’라고 말하면 억양 때문인지 ‘시비를 거는 건가?’ 혹은 ‘내 말이 잘못됐나?’ 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또 친구가 늦을 때 ‘언제까지 오는데?’라고 묻는 것도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오해를 받았고요. 질문할 때 끝을 올리면 오해를 덜 받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말끝 음을 올려 질문하는 게 아니라 지르는 느낌으로 끝이 나서 오해를 받는 것 같았거든요.
▶인선(전남)  ‘힘들고 지친다’라는 의미로 ‘뻗치다’라고 하는데 ‘빡친다’라는 뜻으로 듣고 화났냐고 오해를 받았어요. 전라도 쪽도 말소리가 크고 빨라서 오해를 잘 받는 것 같아요. 심지어 고향 친구랑 전화할 때 자연스러운 속도와 억양이었는데 주위에서 “왜 싸워? 흥분하지 마”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Q.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들이 쓰는 사투리가 여러분 고향에서 쓰는 실제 사투리와 어느 정도 유사한가요?

▶보현(제주)  <우리들의 블루스>에 제주 사투리가 나왔는데, 사람들이 지금 사용하는 사투리보다 좀 더 과한 느낌이었어요.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사투리 느낌. 고두심 배우는 고향이 제주라 똑같았는데 다른 배우들은 좀 달랐어요.
▷수진(경남)  경상도 사투리는 진짜 많이 나오는데 잘못된 게 많아요. 얼마 전 방영된 <내 남편과 결혼해 줘>에서는 세게 말하면 다인 줄 아는 느낌이랄까. 악센트만 신경 쓰다 보니 높낮이가 엄청 어색하고 실제와 전혀 비슷하지 않아요. 반면 <범죄와의 전쟁>, <친구>, <신세계> 같은 작품은 사투리를 제대로 구사했어요. 그런데 누아르 장르에 경상도 사투리가 자주 등장하다 보니 다른 지역 친구들이 좀 거칠고 과장된 말투로 사투리를 따라 해요. 우리가 평상시 쓰는 말투긴 하지만 누아르식으로 살벌하게 말하진 않거든요.
▶인선(전남)  개인적으로 전라도 사투리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게 거의 없어서 모르겠어요. 다만 생각나는 건 <응답하라 1994>에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는 정말 똑같았어요.

Q. 요즘은 사투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현(제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역은 물론 국가 간 이동도 빈번하고, 일상에서 영어를 많이 섞어 써 우리말조차 보존하기 어려운데 사투리가 잘 보존되겠어요?
▷수진(경남)  사투리만의 친근한 느낌이 있는데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요.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획일적인 기준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에 등장하는 아나운서는 왜 표준어만 써야 하죠. 대한민국에 서울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인선(전남)  확실히 요즘 젊은 세대는 사투리를 많이 쓰지 않아요. 그래도 다른 의미로 사투리를 사용하고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에 ‘전라도 사람은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라며 전라도 사투리를 알려주는 분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저는 또 다른 표현들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로 저는 사투리가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수진(경남)  다른 표현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말에 공감되네요. 제 본가는 바닷가인데 아직 일제의 잔재가 언어로 남아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것들은 확실히 옅어지고 다른 표현들이 자리 잡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사투리란?

▶보현(제주)  저의 일부입니다. 너무 당연한.
▷수진(경남)  대체될 수 없는 것이요. 고쳐지지도 않고, 표준어를 쓰면 사투리로 말하는 것처럼 맛이 나지 않아요.
▶인선(전남)  정체성이요. 처음 보는 사람도 같은 사투리를 쓴다는 사실만으로 친근감이 생기거든요.


김한빈 기자
kimmanb@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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