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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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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선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파편 속 숨겨진 역사를 복원하다
제 984 호    발행일 : 2024.12.02 
형태를 잃고 파편이 돼버린 문화유산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할 수 있는 ‘문화유산 의사’가 있다. 정수희 문화유산 보존복원가는 다친 문화유산을 치료해 주고, 새 삶을 살게 해주는 작업을 자기 삶의 중심에 둔다. 과거 진주공예창작지원센터 센터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스펙트럼공공공’을 운영하며, 도자기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손길을 거친 유물들은 본래의 모습과 역사적 의미를 되찾아 새 삶을 얻는다. 도자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는 정수희 보존복원가와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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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도자기 문화유산 보존복원관련 일을 하는 정수희 입니다. 현재 ‘스펙트럼공공공’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문화재 복원가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문화재 복원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우리나라 말로 저의 직업을 번역하면 ‘복원가’라는 단어밖에 없는데요. 사실은 ‘문화유산 보존복원가’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올해 문화재라는 단어가 문화유산으로 바뀌면서 ‘문화유산 보존복원가’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됐어요. 문화유산 보존복원가는 주로 박물관에서 근무해요. 유물들이 고고학 유물 터에서 발견되면 그걸 관련 고고학자들이 발굴하게 되는데, 발굴한 유물이 박물관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발굴 혹은 수집된 유물의 물리적 상태를 보존복원가가 면밀하게 분석하고 연구해요. 훼손 부분을 찾아내고, 2차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보존 복원 처리 단계를 거쳐서 박물관 내 수장고로 이동한후 보관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보존 복원 처리를 하는 직업을 문화유산 보존복원가라고 합니다.

Q. 보존복원가님은 언제부터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저는 예술고등학교 공예과를 졸업했어요. 이 분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던 건 고등학교 3학년 그 언저리쯤이에요. 벌써 25년 전쯤이네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문화유산 중 좋은 도자기는 없고 정작 좋은 것들은 일본이나 미국에 있다는 걸 듣고 의구심이 생기면서 문화유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대학도 공예과를 전공했어요. 대학 시절 우연히 불교미술 작품을 수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문화유산을 수리하는 기술자와 이야기하다가 “일본이 약탈해 간 문화유산이 많은데 찾을 방법이 없다. 찾고 싶다해도 그 분야에서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 돼야 목소리를 내고, 현장에 가서 활동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라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문화유산과 문화유산 복원 쪽에 관심이 생겼어요.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에는 문화유산 복원을 가르치는 학교가 많이 없었어요. 문화유산 복원으로 유명했던 나라가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였는데 저는 그중 프랑스를 택해 유학했어요.

Q. 파리에서의 유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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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브르 도자기박물관에서 근무 당시 모습.

  파리의 유학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우리나라 대학에서 미술사 수업을 다 듣고 학사학위를 받았지만, 프랑스에서는 그 학위를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문화유산보존복원학교에 입학하려고 했는데 입학시험에 번번이 탈락했어요. 결국 고고미술사학과 1학년으로 입학해 학사과정부터 다시 했어요. 대학에 다니며 시험을 본 끝에 문화유산보존복원학교에 합격했어요. 그렇게 대학과 문화유산보존복원학교를 동시에 다니며 공부했어요. 외국인이 학교를 한 곳 다니기도 어려운데 두 곳을 다니니 정말 쉽지 않았어요. 또, 복원학을 배우는 학생 중에는 화학이나 물리 전공자가 많은데 그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포기 않고, ‘남들은 1년에 하는 걸 나는 2년에 한다’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다 보니 결국 문화유산보존복원 전문가 과정과 고고미술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어요.

Q. 프랑스 세브르 국립도자기박물관에서 근무하셨는데 그곳에선 어떤 일을 하셨나요?

  프랑스는 예로부터 공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국가로 그중 도자기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요. 세브르 국립도자기박물관은 일단 전 세계에서 도자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박물관이에요. 약 5만 점의 도자기를 보유하고 있고, 1824년에 문을 열었죠. 그곳에선 총 3년을 근무했어요. 그중 2년 반은 석박사 과정의 연구원으로 인턴 근무를 했고, 6개월은 정규직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어요. 저는 그곳의 박물관 유물 보존 복원 연구실에서 유물 상태를 분석하고 세척하고 보존 복원하는 전반적인 작업을 했어요.

Q. 세브르 국립도자기박물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보존 및 복원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건 여기서 처음 공개하는데, 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와 프랑스의 사디 카르디 대통령이 한국과 프랑스 우호를 위해 주고받은 선물 중 고종 황제가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로 보낸 청자 대접이에요. 그 청자는 고려청자로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도자기의 상징이에요. 역사적으로 중요한 청자 사발을 직접 복원하는 게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외국인에게 보존 복원 경험을 선뜻 주는 게 쉽지는 않은데, 그런 기회를 준 프랑스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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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 황제가 프랑스에 선물로 보낸 청자대접.

Q. 세브르 국립도자기박물관에서 보존 복원을 하시며 안타까웠던 작품도 있나요?

  2013년 <동아일보>에 제가 세브르 도자기박물관 수장고 내 한국 도자기 실태를 기고한 적이 있어요. 당시 대부분의 한국 도자기가 보존 복원 처리도 되지 않은 채 캐비닛에 거의 방치돼 있었어요. 프랑스와 문화유산 교류가 활발한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들은 수장고 진열대에 시대별 종류별로 정리돼 있는데, 우리 것만 캐비닛에 있어 안타까웠어요.

Q. 도자기 보존 및 복원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내 시선으로 도자기를 바라보는 게 아니고 도자기가 만들어졌을 때 당시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작업하는 게 중요해요. 보존과 복원은 개념이 다른데, 보존은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상태를 흐트러짐 없이 쭉 가게 만드는 것이고, 복원은 내 영향, 내 생각을 덧붙여서 도자기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에요. 우리나라는 보존보다 복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아름다운 완전한 형태로 되돌리기 위해 불필요한 걸 추가하면서 도자기가 만들어졌을 때 가졌던 아름다움을 잃게 만들어요. 파손되고 깨진 것도 역사의 일부인데 그걸 계속 없애려고 하니까 안타깝기도 해요.

Q. 지난해 5명의 명장과 함께 첫 전시회로‘복원된 명장’을 진행하였는데, 해당 전시회를 기획하신 계기와 다음 전시회 계획이 궁금합니다.

  도자기 보존과 복원은 총 3단계로 이뤄져요. 발굴, 세척, 원형 형태 유지인데요. 애초에 발굴 과정에서 온전한 상태의 도자기는 찾아볼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파편으로 된 도자기만 보죠. 이천의 도자기 명장들도 수십 년 작업을 해오면서 마음에 들지 않은 작품의 파편들이 한 곳에 무덤처럼 쌓여있어요. 이걸 보고 이게 과거 유물의 파편을 발굴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고 생각해서 명장들과 전시를 기획했어요. 소규모 전시여서 관람도 예약제로 진행했어요. 관람객에게 명장님 한분 한분을 소개하면서 보존하고 접합하는 도자기들이 완전한 형태가 아닌 이유를 직접 설명했어요. 저는 전시를 경제적 목적으로 하지 않아 자주 할 생각은 없어요. 앞으로 전시를 기획한다면 기존에 파손된 도자기를 가지고 다른 소재를 접목해서 조형적이고 디자인적인 전시를 하고 싶긴 하네요.

Q. 문화유산 보존 복원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2008년 숭례문이 불탔을 때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메일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하는 말이 있어요. “인문학의 소멸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그러니 지금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먼 미래를 보며 공부하면 좋겠어요. 지금은 K-CULTURE 시대라고 할 만큼 외국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그러면서 한국의 역사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고 있어요. 이럴 때 우리도 우리 문화와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외국에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릴 수 있어요. 문화유산 보존과 복원에 관심 있는 청년들은 공부에만 머물지 말고 같은 학문을 공부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고,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경험이 나중에 학예사가 되어 해외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협력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Q.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저는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몸담은 분야는 과거를 바라보는 직업으로 과거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야 해요. 사람들 대부분이 획일적으로 앞만 보며 빠르고 소비적인 삶을 살아요. 모두 비슷하게 생각하며 남과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을 꺼리죠. 그럼, 행복으로 가는 길이 좁아진다고 생각해요. 시선을 뒤로 옮기면서 과거의 조상들이 살아온 것들을 바라보면 나를 믿는 힘이 생기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돼요. 결론적으로 과거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결국 미래를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삶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게 저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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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기자
dlstjs03@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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